[오늘을 여는 시] 유정한 음악 / 권정일
파란 색소폰이
파란색으로 울고 있다
희미한 가로등 아래 취객 한 사람과
고양이 두 마리
광장이 되지 못한 골목 코너
저 고양이는 눈물의 장르를 언제 배웠을까
흘렸을 눈물과
흘려야 할 눈물 그리고 눈물
넘치도록 있고
떠밀려온 자들은 울음이 길다
한사코 흐르는 것이 있다
-권정일 시집 〈어디에 화요일을 끼워 넣지〉 중에서-
음악은 어떻게 ‘흐른다’라는 동사를 거느리게 되었을까. 뺨 위를 흐르는 물이 눈물, 땅 위를 흐르는 물이 강물이라면 음악은 허공을 흐르는 물이다. 그래서 다른 장르에 비해 지극히 수동적인 입장에 처하게 만든다. 음악이 흐르는 곳이라면 나의 의사와 상관없이 들리는 것, 그것이 음악 아닌가. 색소폰 소리가 들린다. 나를 대신해서 울며 강약의 리듬으로 내 감정의 실핏줄을 건드린다. 실핏줄은 골목이다. 막다른 골목에 이른 음악이라면 곡진해지는 슬픔이 있을 것이다. 이때의 음악은 우리의 다정을 건드린다. 한사코 흐르는 것이 있어 다정이 아프다. 김종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