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관광 ‘포스트 코로나’ 못 버틴다
전통시장, 골목투어, 대형 백화점 등 부산의 간판과도 같은 관광 콘텐츠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휘청이고 있다. 위생과 안전, 언택트 등을 우선순위에 놓는 여행문화로 인해 기존의 관광 패러다임은 변화하지 않으면 소멸될 수밖에 없는 위기에 처했다.
부산시와 부산관광공사, (사)부산관광미래네트워크는 지난 24일 오후 부산관광기업지원센터에서 ‘포스트 코로나 부산 관광을 말한다’ 세미나를 개최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매지스 강중식 이사는 휴대전화 통신 데이터와 티맵 데이터 등을 활용해 코로나가 부산 관광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위생·안전·언택트 중시 문화
전통시장·골목투어 등 ‘휘청’
감천문화마을 검색량 41% 줄어
강 이사는 2019년 9, 10월 주말과 올해 4, 5월 주말에 발생한 티맵 목적지별 검색 건수를 조사했다. 지난해 대비 검색 건수 증가율이 높은 관광명소는 오륙도 해맞이 공원(680%), 용소 웰빙공원(227%), 임랑 해수욕장(147%), 회동 저수지(129%), 황령산 전망대(126%) 등으로 나타났다. 탁 트인 자연환경에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장소라는 공통점을 보였다.
반면 강서체육공원(-61.1%), 부산 아쿠아리움(-60.7%), 을숙도문화관(-52.4%), 허심청(-46.8%), 감천문화마을(-41.6%) 등은 검색 감소율이 두드러졌다. 사람들이 밀집한 실내 공간이거나 좁은 보행로에서 인파와 마주칠 수밖에 없는 야외 공간이었다.
쇼핑 카테고리에서는 부평 깡통시장(-42.4%), 롯데백화점 부산본점(-28.6%), 자갈치시장(-27%) 등 재래시장과 백화점의 감소세가 뚜렷했다. 반면 석대 화훼단지(277.6%), 고릴라캠핑 부산대점(266.7%) 등은 크게 늘었다. 해수욕장의 경우 지난해까지만 해도 부동의 1위였던 해운대가 3위로 밀려났고, 그 자리를 송정이 대체했다. 일광은 전년 대비 2배가량 검색 건수가 늘었다.
강 이사는 “감천문화마을, 자갈치 등 좁은 골목길을 비집고 다니며 인파와 섞여야 하는 관광명소들이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았다”며 “대형 백화점 등 상권이 밀집한 기존 중심지에서 벗어나 아울렛 등이 위치한 외곽지역으로 이동하려는 움직임 역시 뚜렷하다”고 말했다.
이어 발표에 나선 컨슈머인사이트 김민화 연구위원에 따르면 올해 5월 부산이 국내여행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로 전년 대비 3%포인트(P) 감소했다. 이는 강원(20%), 경기·인천(12%), 제주(10%) 등에 뒤지는 수치다.
김 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부산의 핵심 관광 콘텐츠는 길거리 음식, 해산물 등 재래시장에서 접하는 푸드투어였다. 김 연구위원은 “재래시장은 밀집도가 높고, 위생상태가 좋지 못하다는 인식이 상대적으로 많이 형성돼 있다”며 “코로나 여파로 부산의 핵심 관광 콘텐츠가 위협을 받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또 “부산은 놀거리(2위), 먹거리(5위), 볼거리(7위) 등이 전국 평균과 비교해 잘 구축돼 있는 도시”라면서도 “교통(16위), 물가(15위), 청결(16위), 안전(15위) 등 쾌적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덧붙였다.
부산지역 관광시장의 회복속도가 더딜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졌다. 도심 여행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인데다가, 컨슈머인사이트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여행 관련 지출을 줄이겠다고 응답한 수치가 38%로 조사 시작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방학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 국내여행을 주도하는 계층인 가족 단위 관광객이 여행 스케줄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산관광미래네트워크 이정실 이사장은 “업종 전환을 고려해봐야 할 정도로 지역 관광업계는 절체 절명의 위기에 직면했다”며 “관광업계의 호소에 응답할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