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故 이태석 신부의 힘, 남수단 제자 47명 의사·의대생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남수단 톤즈에서 이태석 신부와 제자들이 함께하는 모습. 부산일보DB 남수단 톤즈에서 이태석 신부와 제자들이 함께하는 모습. 부산일보DB

남수단 톤즈의 안타까운 현실을 보고 “성당보다 학교를 먼저 지어야겠다”던 고 이태석 신부. 그가 선종한 지 10년째인 지금 이태석 신부의 제자 상당수가 그를 따라 아픈 사람을 살리고 치료하는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이태석재단에 따르면 재단 측이 남수단 현지를 방문해 수소문한 끝에, 이태석 신부가 세운 톤즈 ‘돈보스코학교’를 나와 의사가 된 이가 2명이며 현재 의대에 재학 중인 이가 45명인 것을 확인했다. 이들은 모두 이태석 신부 밑에서 수업을 받고, 그가 아픈 이들에게 헌신적인 의료봉사를 하는 모습은 직접 봤다.


재단, 올해 선종 10년 맞아 확인

톤즈 돈보스코학교 출신들

“아픔 공감하는 의사 되겠다”

내전 속에서도 포기 않고 공부


의대에 진학 중인 이태석 신부의 제자들은 대부분 20대 후반으로, 비교적 늦은 나이에 의학을 공부하고 있다. 2010년 이태석 신부 선종 뒤 남수단은 다시 내전에 휩싸이며 상당기간 교육 시스템이 붕괴됐다.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면서 이들의 진학도 자연스레 늦춰졌던 것이다. 게다가 남수단 통틀어 의대는 2곳에 불과해 경쟁이 치열하고 학비 부담도 상당한 편이다.

이 때문에 돈보스코 한 학교에서만 최소 47명의 의대생이 배출된 건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태석 신부의 제자들 중에는 의대 입학 자격이 주어지는 의사 보조 시험에 합격한 뒤 보조로 일하며 학비를 번 뒤 뒤늦게 의대생이 된 경우도 꽤 있다고 한다.

남수단에서 직접 이태석 신부의 제자들을 찾아다녔던 이태석재단 구수환 이사장은 “작은 시골 마을의 한 선생님이 40여 명의 의사를 만들어낸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남수단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가지만, 의학의 특성상 의대 입학부터 의사가 되기까지는 상당히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돈보스코 학교의 많은 의대생 배출은 학생들이 이태석 신부의 삶을 곁에서 지켜보며 학업과 삶에 대한 동기부여가 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태석재단의 인터뷰에서 제자들은 하나같이 “이태석 신부처럼 환자를 치료해주기 위해 의사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구 이사장은 “이태석 신부의 제자들이 진료하는 모습을 봤는데, 먼저 환자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면서 진료를 시작했다”며 “왜 그러냐고 물으니, 이태석 신부가 항상 이렇게 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인제대 의대를 나온 이태석 신부는 톤즈에서 헌신적인 의료봉사를 펼친 것으로 유명하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환자들이 밀려와도 미소를 잃지 않고 진료를 하며 수많은 생명을 구했다. 한센병 환자들이 항상 발바닥 살점이 뜯어져 나가는 걸 보고, 직접 환자들의 발바닥을 잡고 모양을 그린 뒤 맞춤형 신발들을 구해 준 일도 유명하다. 이태석 신부의 이런 모습을 보고 자란 제자들은 자연스레 그냥 의사가 아니라, 아픔을 공감하면서 치료해 주는 이태석 신부 같은 의사가 되는 꿈을 품고 있는 것이다.

이태석재단은 남수단에서 의사와 의대생들 외에 약사, 기자, 공무원 등 다양한 전문직에서 활동하고 있는 제자들도 다수 찾았다. 이태석 신부는 처음 병원 앞마당에서 수업을 시작했지만, 교육에 대한 열정이 상당해 돈보스코학교는 멀리서도 찾아올 정도로 수준 높은 교육이 이뤄졌다. 그 덕분에 불안한 주변 상황에도 많은 제자가 흔들리지 않고 남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성인으로 클 수 있었던 것이다.

1962년 부산 서구 남부민동 출신인 이태석 신부는 인제대 의대 졸업 뒤 2001년 천주교 사제 서품을 받아 신부가 되었다. 이후 줄곧 남수단 톤즈에서 헌신적인 의료·교육 활동을 했으나, 2008년 휴가차 한국에 들어와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뒤 톤즈로 돌아가지 못하고 2010년 1월 선종했다.

한편 이태석 신부의 선종 뒤 제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부활’이 7월 9일 개봉한다. ‘울지마 톤즈’의 감독이었던 이태석재단 구수환 이사장이 직접 연출을 맡았다.

김백상 기자 k103@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