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환자 100명 규모 대비한 진료 체계 마련 급하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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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가 던지는 질문] 상. 부산에 2차 유행이 온다면

30일 오전 대전시 동구 가오동 동구보건소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확진자와 접촉한 초등학생들이 검사받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오전 대전시 동구 가오동 동구보건소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확진자와 접촉한 초등학생들이 검사받고 있다. 연합뉴스

“최악은 아직 오지 않았다. 종결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만 명을 넘어선 다음 날인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세계보건기구(WHO)가 내놓은 진단이다. 지난해 12월 31일 중국 우한에서 첫 환자가 보고된 지 6개월. 미지의 감염병이 일상으로 자리 잡은 지금, 2차 유행을 경고하는 신호 앞에서 앞으로를 준비할 때다.

해수욕장 개장을 맞아 부산에서도 2차 유행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수도권은 이미 2차 유행이 진행 중이고, 여름철 약화 예측은 틀렸으며, 휴가철 인구 이동으로 감염 위험은 더 커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인구 340만 관광도시 부산에 2차 유행이 온다면?


‘격리 중 환자’ 2000명 가정한 규모

전체 중환자실 내 음압병상 21개 불과

공공의료 확충 전 민간 협력 끌어내야

‘필수 공공재’ 의료인력 근본 점검을


■부산 병상 계획 이대로는 안 된다

부산의 코로나19 전담병원인 부산의료원에는 30일 현재 105개 이동형 음압병상 가운데 79개가 비어 있다. 부산 확진자 8명, 러시아 선원 19명 입원을 반영한 숫자다. 부산시에 따르면 국가지정 음압병상을 더하면 현재 확보 가능한 병상은 140개 정도다. 2차 유행은 규모를 예상할 수 없다. 신천지발 대구 대유행 때 최대 하루 741명(2월 29일)이 확진됐다. 1번(전국 31번) 환자 발생에서 4000번대까지 가는 데 불과 보름이 걸렸다. 한때 2200여 명이 병상이 없어 대기 중 사망자도 나왔다. 격리 중 환자는 최대 5700명을 넘었다.

수도권이나 대전과 비교해도 부산은 안심할 수준이 아니다. 서울의 격리 중 환자는 5월 이태원발 여파로 증가세로 돌아서서 6월 23일 488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대전에서는 지난 15일 이후 보름 동안에만 71명이 발생했는데, 지난 24일 가용 중환자 병상이 ‘0개’가 되기도 했다.

중환자 병상은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해 특히 중요하다. 부산시 전체 중환자실 내 음압병상은 21개, 30일 오전 기준 가용 병상은 13개다. 이 중에서도 인력 등 여건을 갖춘 상급종합병원의 같은 시각 가용 병상은 동아대병원 2개, 부산대병원 1개, 고신대병원 3개 등 6개에 그쳤다.


■중증환자 100명 대비 진료체계 마련을

의료계는 인구 규모나 유행 전망을 고려할 때 부산시 또는 부산·울산·경남 권역 차원에서 적어도 중증환자 100명 규모를 전제로 한 표준진료체계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중증 비율을 5%로 보면 격리 중 환자 2000명 수준을 가정한 규모다.

생활치료센터나 환자 이송, 중환자 치료 등 코로나19 진료체계 정비는 다른 중환자 치료를 위해서도 필수다. 올 1~3월 사망자 비율은 전년 대비 전국 평균 6%, 대구 10.6%, 부산은 4.9%가 증가했다. 코로나19 치료에 몰려 다른 중환자 치료에 공백이 생겼다고 해석할 수 있다.

공공의료가 확충되기 전에는 민간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손현진 부산시감염병관리지원단 부단장은 “터지고 나서 준비하면 늦다”면서 “실제 현장의 가용 인력과 장비, 중앙과 지방정부 차원의 지원을 검토해 훈련을 포함한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마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시설보다 중요한 것은 인력이다. 부산의료원 노조 관계자는 “누적된 피로에다 임금 걱정까지 해서 그만두려는 직원들을 보면 안타깝다”고 전했다. 부산역 입국자 전용 선별진료소는 최근 기간제 의사 채용에 지원자가 없어 애를 먹었다. 보건소 직원들은 여름휴가조차 낼 여력이 없다.

황지원 부산간호사회장은 “대구 지역 간호사의 코로나19 수당을 추경에서 제외한 것처럼 ‘영웅’이라고 하면서 의료진의 희생만 요구하는 것으로는 장기전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면서 “감염병 시대 필수 공공재가 된 보건인력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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