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의혹’ 수사, 두 달 만에 부산시청 압수수색 ‘뒷북’
속보=부산 경찰이 성추행 파문으로 사퇴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관련한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부산시청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그러나 일부 경찰과 부산시청 직원들은 ‘뒷북’ 압수수색이라고 황당해하며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부산경찰청은 7일 오전 9시 30분부터 11시까지 부산시청 8층 신진구 대외협력보좌관 사무실과 장형철 전 정책수석보좌관 사무실에서 압수수색을 실시해 사무실에 있던 컴퓨터 등을 확보했다.
7일 오전 핵심 정무라인 사무실
‘선거법 위반 등 자료 입수’ 관측
전담팀 확대하고도 수사 지연
정책수석실 텅 비어 ‘하나마나’
“증거 인멸 우려 커 실효성 의문”
신 보좌관과 장 전 수석은 오 전 시장 정무라인의 핵심이다. 이들은 오 전 시장과 함께 공직선거법 위반, 직권 남용 등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오 전 시장의 강제추행 혐의가 4·15 총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사퇴 시기를 조율(공직선거법 위반)하고 총선 전 사건 무마를 시도(직권 남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들은 4월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한 이후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오 전 시장의 강제추행 혐의에 대한 수사는 지난달 초 마무리된 점으로 미뤄, 이번에 실시된 압수수색은 공직선거법 위반, 직권 남용 등 혐의와 관련한 자료를 추가로 입수하기 위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경찰은 5월 오 전 시장과 정무라인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디지털포렌식 수사를 벌여 왔다.
그러나 압수수색 시점이 너무 늦어 ‘하나 마나 한’ 압수수색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압수수색은 일반적으로 수사 초기에 증거 인멸을 막고 관련 증거를 신속히 확보하기 위해 이뤄진다. 그러나 경찰은 강제추행 혐의와 함께 직권 남용 등 다른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4월 말께 수사전담팀을 확대한 이후, 2개월이 지나도록 정무라인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하지 않았다. 정무라인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처럼 뒤늦게 압수수색이 이뤄지면서, 증거가 인멸됐을 우려도 높다. 실제로 이날 장 전 수석 사무실은 텅텅 비어 있어, 경찰은 자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장 전 수석은 4월 말 사퇴서를 제출하고 사무실을 비웠다.
한 경찰은 “수사가 한참 지난 시점에서 갑자기 압수수색을 한다고 해 놀랐다”며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는 사건인 데다 시간도 많이 지나서, 증거가 될 만한 자료는 이미 파기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오 전 시장 의혹 관련 수사는 마무리 단계에 있다. 압수수색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알려드릴 수 없다”며 “검찰과 혐의해 최종적으로 확인할 사안이 있어 부산시청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김형 기자 m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