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 뉴스] 비 구경에 찌짐이나 디비면 참 좋은데… 장마 대비 단디 하이소
[읽기 전 잠깐] 우리 생활과 밀접한 데이터와 스토리를 접목해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전달하고자 친근한 경상도 사투리로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이해가 안 되는 사투리가 있으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친절하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올해도 지난달 24일부터 어김없이 장마가 시작됐다 아입니까. 6월 29일 밤에는 태풍만큼 강한 저기압이 통과하면서 부산에 100mm가 넘는 폭우가 내리고 바람도 세게 불고 마… 제 지인은 그날 운전하다가 식겁했다카데예. 근데 비 그치니까 푹푹 찌고 불쾌지수 팍 올라뿌는 날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사투리 뉴스'에서는 부산의 장마를 분석해봤습니데이.
■부산은 평균 31일, 380mm 내렸다
기상청이 장마 기간하고 강수량을 분석해 공식 통계를 내기 시작한 게 1961년부터라 카네예. 1961년부터 2019년까지 59년치 장마 자료를 좌악 받아보니까네, 장마 기간 동안 부산에 내린 총 합계 강수량은 2만 2488.1mm입니다. 59년 동안 부산 전체 강수량이 8만 9175.9mm니까 4분의 1 정도가 장마 때 내린 빕니더. 또 한 해 평균 장맛비는 381.2mm고예.
혹시 장마 첫날과 끝날 기준이 뭔지 아십니꺼? 따신 북태평양 기단하고예, 차가운 오호츠크해 기단이 쎄리 부딪히가꼬 정체전선이 생겨 한반도를 오르락내리락 합니다. 다들 지구과학시간에 배았지예? 뭐라꼬예? 디비잤다고예? 이 정체전선이 비를 뿌린 첫 날이 장마 시작일이고예, 정체전선이 한반도 북쪽으로 싹 올라가뿌면 장마 끝이랍니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보통 6월말 또는 7월초에 장마가 시작돼, 길 때는 8월 초까지 이어졌습니다. 부산에서 장마일수가 가장 길었던 해는 1969년이고예, 6월 25일 시작돼서 8월 11일에 끝났습니다. 48일 동안 장마였다카니 참말로 엉성시러웠겠지예. 반대로 가장 짧았던 해는 꼴랑 6일밖에 없었던 1973년(6월 25일~30일)이었습니다. 59년 동안 평균 장마 일수는 31일, 딱 한 달정도네예.
장마라 카더라도 노상 비가 내리는 건 아니지예. 비는 안 오고 날씨가 꾸무리하이 찝찝한 날도 있다 아입니꺼. 장마 때 부산에서는 평균 17.3일 비가 내렸습니다. 비 내린 날이 가장 많았던 해는 1974년(6월 16일~7월 31일), 2006년(6월 21일~7월 29일)으로 29일이고예, 비 내린 날이 가정 적었던 해도 역시 1969년으로 딱 4일만 비가 왔다캅니다.
■물 폭탄 두 번 터진 2009년 장마
그라믄 이제부터 어느 해 장마 때 비가 많이 왔고, 또 어느 해에 덜 왔는지 함 살펴보입시다. 장마 때 비가 억수로 퍼부었던 해 1위는 바로 2009년이었습니더. 그해 장마(6월 21일~8월 3일) 때 온 비만 1044.1mm라예. 이 정도면 머 거의 물폭탄이 터진 거 아이겠습니꺼. 심지어 장마 때 내린 비가 그해 전체 강수량(1772.9mm)의 58.8%나 된다카니 말 다했지예.
특히 7월 7일에 부산에는 호우경보가 발령되면서 308.5mm나 되는 비가 쏟아졌습니더. 하루 강수량으로는 18년 만에 최고치라카네예. 이날 하루에 남구 대연동에만 368.5mm, 해운대에 343.5mm가 내렸는데, 이 정도면 마 보통 장마기간 전체 강수량과 맞먹는거지예. 비가 이리 와갖고 배수가 안 돼 도심지, 농경지 침수는 말할 것도 없고예, 토사가 쏟아지가 차들을 싹 덮어뿌고, KTX 끊기고, 항공기 결항되고… 한마디로 아수라장이 됐습니더. 이 때 해운대 벡스코 일대도 물바다가 돼서 센텀시티도 우사스럽게 됐다 아입니꺼.
그런데예,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참말로 하늘도 무심하시지 16일 부산에 또 폭우가 퍼부었지예. 이날 강수량만 266mm인데예, 비피해로 부산·경남에서 6명이 숨지거나 실종됐습니다. 부산에서는 주택 357곳, 상점 278곳, 도로 252곳이 침수됐고예, 차량 142대도 물에 잠기뿠다카네예. 하이튼 마 재산피해가 어마무시했습니더.
물론 인간의 힘으로 자연재난을 막아내는 게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재난대응기관이 단디 대비했다면 이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시각도 다분했심더. 한 번 먹을 욕 두 번이나 먹은 재난당국은 쪼매 억울할 수도 있겠지마는 배수시설만 제대로 갖차놨거나 실시간 정보 전달 시스템만 잘 맨들었어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도 있었거든예.
■기후변화의 역습, 앞으로가 더 걱정
장마 기간에 비가 가장 적게 내린 해는 43mm만 내린 1994년(6월 24일~7월 6일)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찔끔 내린 거네예. 장마 기간도 꼴랑 보름밖에 안 돼가 장마 일수가 역대 네 번째로 짧기도 했습니다.
당시 <부산일보>를 함 들차 보니 이번에는 비가 안 와서 난리네예. 1994년 7월 2일 자 '경남 10여일 째 마른장마 현상'을 보니까네 "경남 지방은 무더위 속 찔끔 비가 내리는 마른 장마가 지속, 1일 현재 도내 평균 강우량은 38mm에 그쳤다. 중·서부 경남지방 14개 시·군은 장마 속 가뭄이 계속돼 농작물이 생육에 타격을 입고 있다"고 전합니다. 가뭄이 농심을 다 태아 묵어삤다 아입니꺼. 피해는 어데 농작물뿐이겠습니꺼. 1994년 7월 7일 자 '폭염 폭발 남부 연일 찜통' 기사 함 보입시다.
"소서(小暑)인 7일에도 부산의 낮 기온이 32도를 기록하는 등 이 같은 무더위는 휴일인 오는 10일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부산 영도구, 서구, 부산진구 등 고지대와 마산시 회원구 구암동, 봉암동 일대, 울산시, 삼천포시 일부 지역에는 수돗물 공급이 끊겨 행정당국이 급수차와 소방차를 동원, 비상급수에 나서는 등 식수난을 겪고 있다."
장마 때 비가 많이 오면 많이 오는대로 걱정, 적게 오면 적게 오는대로 걱정이지예. 그런데예, 장마 기간 비가 내리는 패턴을 보면 비가 덜오는 것보다도 2009년 같은 비가 또 올까 봐 더 겁나긴 합니다. 1961년부터 2019년까지 장마 때 비가 많이 온 상위 10개 연도 데이터도 함 뽑아봤지예. 딱 보니까네 10개 연도 중에 4개 연도는 2000년도 이후입니데이. 부동의 1위는 1044.1mm 쏟아진 2009년이고예, 2003년(751.1mm) 4위, 2006년(720.1mm) 5위, 2019년(596.8mm) 10위로 기록됐다 아입니까.
2000년 이후에 비가 쎄리 퍼붓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눈치 채셨지예? 기후변화 때문이라카네요. 한반도가 점점 아열대성 기후로 변하면서 대기가 불안정해 국지성 집중호우가 자주 내린다 안캅니다. 그러니 우째야 되겠습니까. 야시맹키로 물난리에 단디 대비해야겠지예. 그나저나 일본 규슈를 쑥대밭으로 만든 장마전선이 슬슬 북상한답니다. 운치 있게 비 구경하면서 찌짐이나 꾸 묵으면 참 좋은데. 아무쪼록 큰 비 피해가 없도록 간절히 바랍니데이.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