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젠더 감수성’에 실망, 핵심 지지층마저 등진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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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제사법위원인 미래통합당 전주혜(왼쪽부터), 유상범, 조수진 의원이 14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과 관련한 수사를 검찰이 진행해야 한다며 추미애 법무장관에게 수사지휘권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법제사법위원인 미래통합당 전주혜(왼쪽부터), 유상범, 조수진 의원이 14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과 관련한 수사를 검찰이 진행해야 한다며 추미애 법무장관에게 수사지휘권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의 핵심 지지층인 ‘이여자’(20대 여성)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 이후 ‘이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어 여성 인권 증진에 앞장서 왔던 박 전 시장까지 ‘미투’ 의혹에 휩싸인 데다, 박 전 시장 사태 이후 여권 내에서 성인지 감수성 부족을 드러내는 ‘헛발질’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어서다.


안희정·오거돈·박원순 ‘미투’에

윤준병 ‘가짜 미투’ 암시 글 물의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이 ‘n번방’ 변호인

여권 ‘성인지 감수성’ 논란 잇따라

20대 여성들 탈당 등 이탈 가속화


14일에는 서울시 행정1부시장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이 ‘가짜 미투’를 암시하는 취지의 글을 SNS에 올려 논란을 자초했다. 윤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박 전 시장의 극단적 선택과 관련,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등을 방지하기 위해서 죽음으로서 답하신 것이 아닐까. 죽음으로 당신이 그리던 미투 처리 전범을 몸소 실천했다”고 옹호하면서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는 “피해자를 봐 왔고 시장실 구조를 아는 입장에서 이해되지 않는 내용들이 있다. 침실, 속옷 등 언어의 상징조작에 의한 오해 가능성에 대처하는 것은 남아 있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밝혀 파장을 일으켰다. 윤 의원은 자신의 글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자 해당 글을 삭제한 뒤 “일부 언론에서 가짜미투 의혹을 제기했다고 보도했으나 전혀 그런 의도가 없다”며 해명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민주당의 성인지 감수성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날에는 사회적 공분을 샀던 텔레그램 n번방 사건 피의자를 변호한 장성근 전 경기중앙변호사회 회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으로 선임하면서 한 차례 곤욕을 치렀다. 민주당은 장 전 회장 선정 반나절 만에 그를 즉각 사임 처리하며 논란 진화에 나섰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되자 지지자들은 강한 실망감을 보이고 있다. 이날 민주당 당원게시판에는 “여성 지지자들 떨어져 나가라고 고사를 지내냐”, “창피한 줄 알아라” 등 격앙된 글들이 올라왔다. 특히 여권 핵심 지지층으로 분류되며 ‘조국 정국’과 ‘인국공(인천국제공항) 사태’를 거치면서도 견고한 지지를 유지해온 20대 여성들이 ‘탈당 인증 릴레이’ 운동을 펼치고 나서 당이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이번 21대 총선 지상파 3사 출구 조사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민주당-통합당 지지율(민주당 47.7%, 통합당 40.5%) 격차는 7.2%포인트(P)에 불과했다. 하지만 여성의 양당 지지율(민주당 63.6%, 통합당 25.1%) 격차는 무려 38.5%P에 달했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묻는 기자에 욕설까지 했던 이해찬 대표가 심각한 상황 전개에 “예기치 못한 일로 시정 공백이 생긴 것에 책임을 통감한다. 피해를 호소하는 여성의 아픔에 위로를 표한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상황을 진정시키기에는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함께 여권 인사들의 성추행 사건에 침묵하는 여당 소속 여성운동계 출신 의원들의 ‘선택적 분노’도 화를 키웠단 분석이다. 그동안 미래통합당 소속 인사들의 성범죄에 대해서는 가장 앞장서 비판을 해온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오 전 시장과 박 전 시장 등 ‘우리 진영’ 인사들의 의혹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비판 여론이 들끊자 14일 뒤늦게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이와 관련, 미래통합당은 이날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서울시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을 묵인하고 경찰은 수사 기밀을 누설했다고 주장하며 파상 공세에 나섰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서울시청 내부자들로부터 우리 당에 들어온 제보’라며 “시장 비서실 내나 유관부서에서 피해자의 호소를 묵살하는 심각한 인권침해가 동시에 있었다”고 폭로했고, 통합당 소속 법사위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성추행 고소 사실 유출과 관련, “경찰은 이미 수사기관으로서 권위를 잃었다”며 검찰이 수사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통합당은 행정안전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를 통해 관련자 청문회를 요구하고, 진상이 충분히 밝혀지지 않을 경우 국정조사나 특검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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