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미의 문화본색] 예술가의 예술가
문화부 공연예술팀 기자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음악에 두각을 나타냈다. 음악밖에 없었던 그는 얄궂게도 청력을 잃게 된다. 청력을 잃었음에도 누구나 다 아는 불멸의 곡을 완성했다. 이쯤 되면 그가 누구인지 눈치챈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는 바로 음악인 베토벤이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올해 초부터 베토벤 관련 각종 기획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9일 부산디자인진흥원 전시실에서 열린 ‘에델 현악사중주단’의 베토벤 현악 사중주 전곡 연주 시리즈 기획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단순히 베토벤 현악 사중주를 연주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베토벤 기획 전시와 결합했기 때문이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그동안 베토벤 사후에 진행된 시대별 전시를 모아 보여 주는 ‘베토벤 모뉴먼트’였다.
시대에 따라 베토벤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1902년 베토벤 사후 75주년을 맞아 오스트리아에서 빈 분리파의 전시가 열렸다. 막스 클링어의 ‘베토벤 모뉴먼트’ 조각상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처럼 청동 왕좌에 옷을 걸치지 않은 채 앉아 있지만, 어깨를 구부리고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이다. 구스타프 클림트는 건물 벽에 거는 프리즈를 만들어 역시 인간적 모습의 베토벤을 묘사했다.
1970년 영화 ‘루드비히 반’(마우리치오 카겔 감독)은 베토벤 스스로가 탄생 200주년을 맞아 태어난 도시 독일 본을 살펴본다는 콘셉트다. 카메라의 시선이 곧 베토벤의 시선인 셈이다.
전시장에서 현대 미술가 요제프 보이스가 재현한 영화 속 ‘베토벤 키친’ 클립과 일부 장면을 볼 수 있었다. 배수구에서 난데없이 솟아오르는 화염, 냄비 뚜껑 같은 이미지 속에서 베토벤 9번 교향곡 ‘합창’이 흘러나온다. 영화 속 사람들은 베토벤의 음악을 소비하고 상품화하지만, 정작 눈앞에 나타난 베토벤을 알아보지 못한다는 점에서 ‘박물관에 갇힌 예술 소비’를 비판한다. 당시 유럽을 휩쓴 반권위주의 운동의 연장선이다.
올해 베토벤 전시는 환경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다. 귀가 들리지 않을수록 자연에 빠졌던 베토벤을 기리며 6월 5일 환경의 날에는 세계 각국에서 베토벤 6번 교향곡 ‘전원’을 연주했다.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알리려는 ‘파스토랄 프로젝트’의 하나다.
시대별 베토벤 전시를 보고 현악 사중주 3~6번을 들으며 든 생각은 베토벤이 ‘예술가의 예술가’라는 점이다. 나아가 클래식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느껴지는 안정감과 천재성이 그를 불멸의 예술가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19로 해외에서 이국적인 풍경을 누릴 수는 없지만, 국내 휴가지에서 한 번쯤 베토벤의 음악을 들어 보길 권한다. 그의 음악이 분명 위로가 될 테다. mia3@busan.com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