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특송화물 패러다임 완전히 바꿉니다"
창립 30주년 팬스타그룹 김현겸 회장
지난 12일로 창립 30주년을 맞은 팬스타그룹 김현겸(59) 회장의 스마트폰 메모장에는 한·중·일 주요 도시 간 거리가 빼곡히 적혀있다. 부산 군산 인천 등 팬스타 카페리 항로 관련 도시는 물론 중국, 일본 주요 도시 간 거리도 기록돼 있다. 김 회장은 “30년간 회사를 경영하다 보니 생각지도 않은 일이 벌어지는데 코로나19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라며 “새로운 항로를 만들고 끊임없이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하다보니 도시 간 거리를 기록해 두는 취미가 생겼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메모는 30년을 맞은 팬스타그룹이 걸어온 길을 상징한다. 팬스타그룹은 끊임없이 ‘모두가 안 된다’던 새로운 길을 미리 준비하고 개척해왔다. 해운 전공 서적에 소개되기도 한 ‘PKLB(팬스타 코리아 랜드 브리지)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2010년 팬스타그룹은 중국 시다오(石島)-군산-부산-일본 도쿄·오사카를 연결하는 노선을 신설했다. 중·일을 연결하는 육·해상 환적 허브 역할을 부산·군산이 수행하는 서비스다. 통상 화물 운임보다 비싼 운임 탓에 모두가 만류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꽉 막힌 항공화물의 대체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 회장은 “언젠가 한·일 물동량이 줄어들 것에 대비해 우리가 잘하는 해운을 견고히 하자는 취지에서 만든 항로가 항공화물의 대체수단이 되고 있다”며 “모두가 안 된다고 했지만 우리가 잘하는 걸 하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코로나19 시대에 조금씩 결과물로 나오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언택트 시대 맞아 신사업 추진
"해외직구 상품 2~3일만에 인도
가장 잘 하는 걸 하면 반드시 성공"
팬스타 그룹은 30주년을 맞는 올해 또 한번 아무도 가지 않았던 길로 항해한다. 카페리 사업 안착과 회사의 근간을 세운 다양한 항로 개척이 ‘팬스타의 30년’이었다면 향후 10년의 길은 특송화물이다. 20일 개장하는 부산 용당세관 특송장을 거점 삼아 한·중·일 물류 허브에 팬스타가 서겠다는 것이 김 회장의 포부다. 20일 오전 9시 용당세관 특송장 첫 통관 물량의 주인공도 팬스타다. 김 회장은 “지난달 국세해상특송통관업 면허를 취득해 20일부터 부산 용당세관 특송장을 거점으로 일본, 중국 시장을 포함해 ‘언택트 시대’, ‘해외 직구’ 시대에 맞는 특송화물 사업에 중점을 맞춰볼 계획”이라며 “우리 회사의 고속페리 서비스, 팬스타트리의 운송 서비스, 일본 현지법인인 산스타라인의 통관 서비스 등 그룹 계열사의 역량을 합친다면 특송화물을 구매자에게 약 2~3일이면 인도할 수 있다”고 웃어 보였다.
김 회장은 지난 30년을 ‘파도’에 비유했다. 위아래로 오르락 내리락하는 파도처럼 회사도 여러 차례 기회와 위기를 지나왔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2002년 4월 26일 처음으로 배를 샀을 때의 기쁨과 긴장감, 2008년 금융위기로 회사가 매각 위기에 갔던 절체절명의 순간을 버티고 넘다보니 3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며 “돌아보니 평온한 바다지만 순간 순간은 절체절명의 고비였다”고 회상했다.
앞으로 10년, 향후 30년 팬스타그룹은 어떤 회사가 될까. 김 회장은 “지난 30년 팬스타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 많은 회사의 도움으로 성장했다”며 “그동안 우리가 잘하는 것을 하면서 앞만 보고 달려왔다면 향후 30년은 다른 회사들을 돕고 협업하고 경쟁도 하면서 해운 산업의 건전한 성장에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사진=정대현 기자 jh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