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 면허증으로 전동킥보드를? 불법 방치하는 '라임'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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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전동킥보드 공유 업체 '라임'이 허술한 면허증 인증 시스템 탓에 무면허 주행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라임사가 지난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에서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모습. 라임코리아 제공 글로벌 전동킥보드 공유 업체 '라임'이 허술한 면허증 인증 시스템 탓에 무면허 주행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라임사가 지난 4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에서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모습. 라임코리아 제공

글로벌 전동킥보드 공유 업체 '라임'이 특정인의 운전면허증으로 복수의 이용자가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도록 사실상 방치해 불법 무면허 주행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라임 측은 시스템 개선 의지를 보이기는커녕 "무면허로 주행하다 문제가 발생하면 이용자 책임"이라는 식으로 발뺌하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앞. 대학생 A(26) 씨는 친구 B(26) 씨와 라임 앱을 내려받은 뒤 계정을 개설해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려 했다. 그런데 B 씨가 운전 면허를 취득하지 않은 상태라서 A 씨는 반신반의하며 B 씨의 계정에 자신의 면허증 등록을 시도했다. 예상 밖으로 B 씨 계정에도 A 씨 면허 등록이 가능해 B 씨는 별다른 제지 없이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었다. 이날 B 씨는 무면허로 전동킥보드를 탄 셈이다.

A 씨는 "글로벌 전동킥보드 업체의 시스템이 이용자와 면허증 일치 여부를 전혀 확인하지 않는 게 놀라웠다"면서 "무면허 전동킥보드를 탄 것도 문제지만 사고라도 난다면 100% 범법자가 되는 것 아니냐"며 혀를 내둘렀다.

22일 라임코리아에 따르면 이 업체는 올 4월 말부터 자체 면허인증 시스템을 도입해 운용 중이다. 같은달 12일 부산에서 무면허 이용자가 전동킥보드를 타다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안전을 내팽개쳤다"는 여론이 비등하자 라임코리아가 내놓은 후속조치다. 추가된 절차에 따라 이용자는 전동킥보드 이용 전 면허증 사진을 찍어서 반드시 앱에 등록해야만 한다.

문제는 라임코리아의 현 시스템은 이용자와 면허증이 일치하는지 확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면허가 없는 미성년자도 마음만 먹으면 타인의 면허증으로도 전동킥보드를 얼마든지 탈 수 있다. 게다가 라임코리아가 서비스 중인 '그룹 라이드'는 호스트 한 명이 면허증을 소지하고 있으면, 여러 명이 호스트의 계정으로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어 무면허 주행으로 악용될 소지도 다분하다.

전동킥보드는 현행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에 해당해 오토바이와 동일한 기준이 적용된다. 따라서 전동킥보드를 타려면 원동기나 2종보통 이상의 면허를 갖춰야만 한다. 면허를 소지하지 않고 전동킥보드를 탄다면 엄연한 불법이다. 다만 6월에 개정된 도로교통법은 오는 12월부터 면허 없이도 전동킥보드 탑승을 허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라임코리아가 현재의 허술한 시스템을 유지한 채 개정된 법이 시행되기만 기다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라임코리아 관계자는 "이용자가 법을 준수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이용자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본다"면서 "그룹 라이드의 경우 이용자가 교통 법규 준수 등 약관에 동의해야만 주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개정된 법 시행 전 시스템 개선 의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확답하기 어렵다"고 회피했다.

황석하 기자·김시현 대학생 인턴 hsh03@busan.com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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