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첫 노숙인 지원센터, 주민 민원에 밀려 반쪽짜리로
부산의 첫 노숙인 지원센터로 건립되는 동구 부산진역 인근 ‘부산희망드림센터’가 당초 취지에서 벗어나 주민센터로 전락했다. 3층 규모 건물 중 절반이 주민들의 여가 시설로 채워지면서 노숙인 복지센터로서의 목적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시는 노숙인 지원센터 운영에 관한 내용을 담은 ‘부산희망드림센터(이하 희망센터) 설치 및 운영 조례’를 지난 20일 입법예고했다.
급식소 운영·자립 지원 목적
부산진역 인근 ‘희망드림센터’
시, 준공 앞두고 조례 입법예고
주민들 복지공간 확충 요구에
노숙인 전용공간 절반도 안 돼
입법 예고문에 따르면 1동 3층 규모의 희망센터(1271㎡) 1층은 노숙인 급식시설, 2층은 노숙자 자립상담을 위한 사무실과 주민들을 위한 탁구장·샤워실·세탁실, 3층은 헬스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건립 목적이 노숙인의 자립을 지원하고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주민들의 복지공간 확충 요구로 시설의 절반 가까이가 주민시설로 채워져 당초 건립 취지가 민원에 밀려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산시가 55억 원을 들여 짓고 있는 희망센터는 기존에 운영되는 부산진역 앞 무료급식소의 열악한 급식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 추진됐다. 부산진역 인근에 가건물로 지어진 무료급식소에서는 매일 자원봉사단체 평균 14개 팀이 아침, 점심, 저녁 3회 급식을 해 왔다. 하루 평균 700인분 이상의 음식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급식소 운영이 잠시 중단됐다.
하지만 급식이 봉사단체에 맡겨져 있는 탓에 노숙인과 인근 주민이 함께 배식을 받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노숙인과 노인이 장시간 거리에서 줄을 서고 식사하는 모습이 불쾌감을 준다는 민원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에 급식소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노숙인들의 자립·자활을 돕기 위해 희망센터가 추진됐다. 현재 공정은 약 90%로 올해 말 준공을 앞두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건립 초기부터 희망센터에 주민 복지공간을 확보해 줄 것을 요구해 왔다. 지난해 의견수렴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센터 건립을 추진했다는 이유로 인근 주민 70여 명이 공사중단과 센터 이전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주민들은 부산진역 무료급식소로 인해 몸살을 앓아 왔다며 보상 차원에서라도 주민을 위한 공간이 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숙인 자활센터의 한 관계자는 “주민들과 노숙인들이 생활하는 공간이 섞이게 되면 건립 취지가 훼손되기 마련이다. 부산시가 노숙인을 위한 공간을 천명한 만큼 노숙인만을 위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시 측은 노숙인과 일반 주민들이 시설을 같이 사용할 수 있게 해 건립 취지를 최대한 살리겠다는 입장이지만, 노숙인과 주민의 공동 이용 시설은 결국 주민 중심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희망센터가 동구에 있다 보니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당초 건립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도록 노숙인 자활 사업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