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남부관광단지 기사회생… 환경단체 극렬 반발
경남 거제시가 민자로 추진 중인 369만㎡(110만 평) 규모 복합관광단지를 둘러싸고 환경훼손 논란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환경부가 개발 대상지 중 생태계 보호를 위해 ‘개발 금지 구역’으로 묶기로 했던 부지를 개발 가능한 땅으로 다시 풀어 줬기 때문이다. 환경단체는 환경부가 개발 면죄부를 주려 왜곡·조작을 자행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환경부, 생태 1등급 면적 축소
거제시 개발 본격화 길 열어 줘
“난개발 면죄부 준 못 믿을 정부”
시민단체, 등급 조작 의혹 제기
환경부는 지난 17일 ‘전국 생태·자연도 일부 수정·보완’내용을 고시했다. 생태·자연도는 자연환경보전법에 따라 국토의 자연환경을 생태적·경관적 가치와 자연성을 토대로 등급화한 지도다. 1~3등급, 별도관리지역으로 구분하는데 1등급은 원형 보전, 2등급은 훼손 최소화, 3등급은 개발 가능 지역이다.
이번 고시에 앞서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지난해 12월 공고한 ‘2019년 생태·자연도 개정고시(안)’에서 ‘거제남부관광단지’ 조성 예정지인 노자산과 가라산 일원 1등급지를 100만㎡ 상당으로 확대했다. 지역 환경단체가 등급 상향 조정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생태·자연도 1등급은 식생보전등급이 높고 멸종위기야생생물 서식지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은 자체 조사를 통해 해당 지역이 수달, 팔색조, 긴꼬리딱새, 대흥란, 애기뿔소똥구리 등 20여 종에 달하는 멸종위기·보호종이 서식, 도래하는 생태계의 보고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국립생태원은 전문가 현장 조사를 거쳐 2등급지 상당 부분을 1등급지로 조정했다. 고시(안)가 확정되면 관광단지 개발은 사실상 물 건너가게 된다.
그러자 거제시는 “기존 문헌 자료상의 생태·자연도와 차이가 많이 난다”는 등의 이유로 이의를 제기했다. 거제시가 지난해 5월 경남도로부터 관광단지 지정을 받으면서 전제한 1등급지는 6만 2500㎡, 전체의 1.8%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당시 2017년 생태·자연도에 근거한 계획을 수립했는데, 불과 1년도 안 돼 1등급지가 20배 가까이 넓어지게 됐다.
이에 환경부는 재조사에 나섰고 6개월여 만에 최종안을 확정고시했다. 고시에선 사업 대상지 내 1등급지가 종전 100만㎡ 상당에서 10만㎡ 남짓으로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사실상 거제시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환경연합은 “어떤 의도가 개입했다는 강한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며 ‘등급 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환경연합에 따르면 환경부는 이번 고시에서 관광단지 개발대상지 내에 있던 1등급지 3곳을 모두 2등급 이하로 조정했다. 특히 일부 구역은 관광단지 지정 경계를 따라 등급이 나뉘었다.
환경연합은 “경계면을 기준으로 안쪽은 2등급, 바깥은 1등급으로 분류했다. 상식적으로 식물군락이 자로 잰 듯 직선, 직각을 이루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가. 인위적으로 조정하지 않는 이상 나타날 수 없는 현상”이라며 “‘어떤 부당한 힘’이 개입해 1등급지를 삭제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고시는 자연을 지켜야 할 환경부와 생태원이 스스로 난개발에 면죄부를 준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과정을 소상히 밝혀 책임을 준엄하게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제남부관광단지는 남부면 탑포리와 동부면 율포리 일대 산과 바다를 아우르는 휴양·힐링·레저 복합단지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부산에 본사를 둔 (주)경동건설이 4000억 원을 투자한다. 2021년 착공해 2028년까지 3단계에 걸쳐 단계적으로 개발하는데, 27홀 골프장과 익스트림스포츠 체험장, 워터파크, 해양레포츠 체험장 등 위락시설을 비롯해 콘도미니엄, 생태체험장 등 휴양문화시설을 갖춘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