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에게 듣는다] 3. '췌장·담도암' 박은택 고신대복음병원 교수 (영상)
“종양만 괴사시키는 광역동성 치료 효과 커”
박은택 고신대복음병원 췌담도내과 교수는 수술이 불가능한 담도암 환자에게 최근까지 300례 가량 광역동성 치료(PDT)를 시행해 세계 최고 기록을 갖고 있다. 박 교수팀은 내시경을 이용한 역행성 췌담도 조영술(ERCP)을 연간 1500례 이상 10여 년간 지속하고 있고 초음파내시경도 매년 800례 이상을 수행 중이다.
초음파 내시경 통해 조기발견율 높여
담낭 내 결석 개수, 크기도 확인 가능
명치 부위 ‘담도성 통증’ 특징적 증상
간디스토마 감염증 민물회 섭취 주의
-최근 들어 담도암과 함께 췌장 낭종 질환이나 췌장암 발병률이 크게 늘고 있다. 어느 정도이고, 이유는 무엇인가.
“췌장암은 국내에서는 발생률이 9~10위권이나 미국에서는 매년 3위 안에 속하는 흔한 질환이다. 췌장암 발생률이 증가하기 전에 예외 없이 췌장 낭성 질환의 폭발적 증가가 있다. 서구화된 식문화로 인해 우리나라도 이런 추세를 따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행인 것은 췌장 낭성 질환은 비록 악성화 가능성이 있지만,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를 철저히 하면 완치할 기회가 많아진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간문부 담도암의 주요 원인은 간디스토마 감염증이다. 그 외에 민물 생선회 등으로 인한 반복되는 감염과 불완전한 치료도 담도암의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췌장암과 담도암의 생존율이 낮은 것은 그만큼 조기발견이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초음파 내시경이 보급돼 획기적인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하는데.
“내시경 말단부에 초음파를 장착한 초음파 내시경은 췌장과 담낭 근처까지 접근해 높은 해상도로 조직검사가 가능하다. 진행성 췌담도 종양뿐 아니라 조기 췌장암과 담도암을 실시간으로 진단할 수 있다. 특히 1cm 미만의 작은 췌장암도 복부 CT나 MRI보다 높은 발견율을 보인다. 담낭은 복부초음파가 중요한 진단 기법인데 비만이나 복부에 가스가 많은 경우, 그리고 구조적 기형이 심한 경우는 검사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초음파 내시경은 좋은 접근성과 높은 해상도로 담낭 내 결석의 개수와 크기, 담낭 벽의 이상 여부도 확인할 수 있어 최근 가장 각광 받고 있는 진단 기법으로 꼽힌다.”
-췌장관을 내시경으로 직접 촬영하는 ERCP(내시경을 이용한 역행성 췌담도 촬영술)도 시행되고 있다. 어떤 시술인가.
“ERCP는 특수 내시경으로 췌관이나 담관 입구에 삽관기를 넣어 병변을 촬영할 수 있다. 또 치료 목적으로 막힌 담관 또는 췌관을 뚫어 담즙과 췌장액을 배액시키는 시술을 하기도 한다. 이때 플라스틱 또는 금속 스텐트로 된 배액관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담도와 췌도 내에 있는 결석을 진단하고 치료하는데도 ERCP를 적용하고 있다고 하는데.
“담도 내에 결석이 생기면 담관염이 발생해 오한과 발열, 복통, 황달 등이 온다. 치료가 지연되면 폐혈증이 발생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급성 질환이다. 이때 응급 ERCP를 시도하는데 결석의 크기·모양을 파악한 후 각종 기구를 이용해 결석을 제거하거나 배액술을 시행하면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췌도 내 결석이 생기면 결석 자체보다는 좁아진 췌관의 확장이 우선이다. 그런 다음, 췌관 결석을 제거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결석과 담낭암, 담도암 사이에 상관관계는.
“담낭암과 결석은 상관관계가 있는 경우가 있다. 3cm 이상의 거대 결석이거나 담낭 안이 꽉 찬 충만 결석, 분절형 담낭 선근종증이 동반된 경우에는 연관성이 있다. 이때는 담낭암 예방을 위해 조기에 담낭 절제술을 권유한다. 담도 결석은 담도암과의 상관관계가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점액으로 인해 담도 결석이 생기면 종양이 발생하므로 결석 제거 전에 종양의 동반 여부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췌장암, 담도암은 수술이 까다롭고 뒤늦게 진단이 되더라도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이런 환자들은 어떤 치료가 가능한가.
“췌장암의 경우 대부분의 환자가 진행성 또는 전이성 췌장암 단계에서 발견돼 주로 약물치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항암제와 수술 기법이 발전해 진행성 췌장암 중에서 완전 절제 가능성이 높은 경우는 항암 치료를 먼저 한 후 수술을 시행해 예후를 향상시키고 있다. 담낭암과 담도암도 수술적 치료 대상은 20% 미만이며 5년 생존율도 5% 미만으로 매우 저조하다. 수술 대상이 되더라도 광범위 간 절제술과 다장기 절제술이 요구되므로 수술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간문부 담도암의 경우 다행스럽게도 담도 배액술을 적절히 하면 장기 생존을 기대할 수 있다.”
-광역동성 치료(PDT)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시술 기록들을 갖고 있는데, 어떤 시술인가.
“PDT는 간문부 담도암 환자가 담도 배액관이 막혀 잦은 입원과 반복적인 시술이 요구될 때 시도하는 시술이다. 오랜 기간 담도 배액관이 막히지 않고 안정적으로 항암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해 고안된 치료법이다. 광과민성 성분을 인체에 주입하면 종양에 선택적으로 축적되는 것에 착안해 정상 조직은 손상시키지 않고 악성 종양에 적색파를 투사해 종양을 괴사시키는 시술이다. 수술이 불가능한 간문부 담도암, 진행성 담낭암의 담도 전이, 진행성 췌장두부암의 담도 전이, 그리고 점약 분비성 담관 종양 등이 대상이다.”
-췌·담도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췌·담도 질환의 특징적인 증상이 ‘담도성 통증’이다. 명치 부위가 주로 아프고, 약 30분 이상 2시간 이내 지속적인 통증이 온다. 새벽녘에 발생하거나 식사와 관련이 없으면 췌담도 질환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단 담도성 통증이 한번 온 경우 2번째 통증이 올 확률이 1년 내 50%, 2년 내 70%이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50세 전후로 복부 CT와 혈액검사로 악성 질환 여부를 검진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담도성 통증이 발생하면 즉시 췌담도 내과를 찾아 전문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담도암은 간디스토마가 1급 발암 인자이므로 민물회 섭취를 금한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