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5개 시·도 ‘30년 먹는물 갈등’ 상생 물꼬 텄다
낙동강 통합물관리 중간보고회
정부의 이번 낙동강 통합물관리 용역 방안은 낙동강 먹는물 문제를 둘러싼 지역 간 해묵은 30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첫발이다. 특히 낙동강 유역의 5개 시·도가 용역 추진 과정부터 이행을 위한 협력에 이르기까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은 이번 통합물관리 방안이 이전과는 다를 거라는 기대감을 높인다. 배경에는 낙동강을 상수원으로 하는 영남권 1300만 시민들의 오랜 고통이 있다.
지자체 의견 청취·자문회의 거쳐
9월 용역 최종결과 내놓을 듯
실제 정부안으로 확정되더라도
황강 물 공급은 2030년 이후 가능
■용역과 상생협약의 의미는
낙동강 유역에서는 생활용수로 하루 462만㎥를 취수하는데, 이 중 낙동강 본류 하천수가 265만㎥로, 57%를 차지한다. 게다가 상수원 중상류에는 대규모 공장 등 오염원이 밀집해 1991년 구미공단 페놀사고에서 최근 양산 지역 1,4-다이옥산 유출 사건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수질오염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갈수기나 초기 강우로 수질이 악화되면 낙동강 하류 수질은 BOD(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 3등급까지 상승했다. 이는 고도정수처리 후 사용이 가능한 식수 기준의 한계점에 가까운 수질이다.
정부는 1995년 부산을 시작으로 낙동강 유역 지자체의 대체 취수원 요구가 번번이 좌절된 것이 지자체 간 협의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이에 따라 이번 통합물관리 용역의 첫 번째 기본 원칙을 지역 갈등을 극복하는 유역 상생으로 설정했다. 이어 지난해 4월과 9월 정부가 5개 광역 시·도와 구미시, 문화재청과 업무협약을 맺은 것을 시작으로 올 4월 1차로 광역 시·도 차원의 합의를 도출했다.
5일 정부에 공식 전달된 영남권 5개 시·도의 ‘낙동강 유역 상생발전 협약서’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각 지자체의 셈법은 조금씩 다르다. 부산은 수돗물의 91%를 낙동강 본류 하천수에 의존하는 만큼 페놀 사고 같은 오염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비상 취수원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했다. 울산은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사연댐 수위를 조절하고 대체용수를 확보할 필요가 있었다.
이준경 부산맑은물범시민대책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은 “낙동강 수질 개선과 안전한 물 공급을 위한 낙동강 통합물관리 방안을 정부 차원의 그린뉴딜로 진행한다면 고통받는 낙동강 유역 주민들이나 지방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정과 남아 있는 과제는
정부는 5일 보고회를 시작으로 이번 용역방안을 공론화에 부친다는 계획이었다. 보고회는 무산됐지만 정부는 이번에 참여하기로 한 광역지자체와 구미, 안동, 합천, 창녕 등 기초지자체별, 이해관계자별 의견 청취와 전문가 자문회의를 수시로 개최한 뒤 올 9월 용역 최종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어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 안건에 상정해 의결 절차를 밟고 이르면 연내 정부 방안이 확정되게 된다.
문제는 기초지자체의 반발이다. 정부는 경남 합천군, 창녕군 등 반발이 거센 기초지자체별 주민협의체 등을 통해 공청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여론을 수렴하고 과학적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입지 규제나 낙동강 본류 수질 등 주민들이 제기한 문제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부산시도 지역상생기금이나 농산물 구매 등 해당 지역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협력사업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정부안이 확정되더라도 부산 시민들이 실제로 대체 취수원의 맑은 물을 공급받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예비타당성 조사와 타당성 조사 등 절차와 황강 물을 끌어오기 위한 광역상수도사업공사나 강변여과수 시설 공사, 토지 보상 등에 걸리는 기간을 고려하면 2030년 이후로 예상된다. 영남권 5개 시·도의 건의대로 정부의 ‘그린뉴딜’ 계획에 포함된다면 일정은 더 당겨질 수 있다.
부산시 입장에서도 보완이 필요한 대목이 있다.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하루 48만㎥라는 대규모 물량을 초고도처리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데다 깨끗한 물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볼 수 없는 만큼 인공습지를 통한 자연정화 같은 대안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면서 “녹조 피해를 막고 낙동강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보 개방과 복원도 반드시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