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용수로도 못 쓸 물인데 물값은 1등급 ‘바가지’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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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먹는 물’ 받은 부산

부산 시내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경남 김해시 대동면 덕산정수장. 부산일보 DB 부산 시내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경남 김해시 대동면 덕산정수장. 부산일보 DB

낙동강 수질 기준을 현실화하면 우선 수질 개선을 이끌 수 있다. 여기에 부산 시민이 납부해야 하는 부담금을 줄일 수도 있다. 그동안 부산 시민은 깨끗한 물을 공급받는 조건으로 부담금을 내 왔는데, 알고 보니 오염된 물을 먹고 있었다. 수질 기준을 바꿔 줄일 수 있는 부담금이 매년 100억 원대로 조사됐다.


최근 5년간 TOC 기준 3등급

BOD 기준 물이용부담금 산정

연 100억 원 이상 감면 못 받아

“TOC 지표 총량제 조기 시행을”


■현실 제대로 못 보는 BOD

BOD(생화학적 산소 요구량)는 물속 세균이 오염원을 분해해 정화한 정도를 수치화한 것이다. 데이터는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세균이 분해할 수 없는 화학적 오염물 등을 제대로 측정할 수 없다. TOC(총탄소유기량)는 화학적 방법을 동원해 그동안 측정이 어려웠던 고분자 오염물까지 측정할 수 있는 지표다. 이 때문에 BOD는 전체 유기물의 20~50% 정도를, TOC는 90% 이상을 측정할 수 있다.

예전처럼 낙동강에 축산 농가의 오염물이 많이 섞일 경우 BOD로 수질 상태를 어느 정도 측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낙동강 주변 산단이 늘어나고 생활 방식이 변하면서, 각종 고분자 화합물에 따른 오염이 늘어나 BOD가 오염 상태를 제대로 나타내지 못한다. 최근 5년간 연 TOC 기준으로는 물금취수장 공급수는 3등급이지만, BOD 기준으로는 줄곧 1b등급을 유지했다. 환경단체들은 “BOD 수치로 낙동강 수질이 좋아졌다고 말하는 건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낙동강에 적용되는 수질오염총량관리제가 BOD 기준이다 보니,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TOC가 총량관리제 기준이 되면 낙동강에 영향을 주는 화학물질 생성 공장이나 산단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다. TOC 지표는 우수성이 인정되면서 2013년에 생활환경과 하천수 수질 기준이 됐고, 올해엔 폐수·하수 수질에 적용됐다.

환경부는 TOC가 포함된 수질오염총량제를 2021년 금호강 유역과 남강 유역에 시범 운영하고, 2026년부터 낙동강 전 유역에 시행할 방침이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그동안 수질 악화가 심화할 것을 우려해 조속한 시행을 촉구하고 있다.


■TOC와 물이용부담금

낙동강 수질은 부산 시민의 경제적 부담과 직결된다. 낙동강수계법에 따라 2002년부터 낙동강 물을 쓰면 별도의 물이용부담금을 낸다. 물을 쓰는 이들이 부담금을 걷어 깨끗한 낙동강 물을 만드는 데 사용하자는 사회적 합의에 따른 것이다. 현재 L당 170원의 부담금이 책정돼 있어 부산 시민은 매년 500억 원 가까운 부담금을 낸다.

낙동강수계법에는 수질이 악화하면 부담금을 감면해 주는 조항도 있다. 하지만 이 기준 역시 수질 상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BOD여서 부산 시민은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물금취수장에 공급되는 물이 BOD 기준 월 평균 3등급 이상이면 부산 시민은 부담금의 30~50%까지 감면을 받는다. 하지만 최근 5년간 월 평균 BOD가 3등급 이상을 넘어선 적은 한 차례도 없다.

기준이 TOC로 바뀐다면 부산 시민의 감면액은 연 100억 원을 훌쩍 넘을 전망이다. TOC 기준으로 감면액을 계산한 결과 2018년에는 153억 원, 지난해에는 140억 원의 부담금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결국 부산 시민은 상대적으로 질 떨어지는 물을 사용하면서 부당한 부담금을 지불하는 셈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나쁜 물이 공급되면 부담금을 적게 내는 게 당연한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TOC로 감면 비율이 정해지면, 정부 당국이 수질 개선에 더욱 노력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 6월 이헌승 의원이 TOC 기준으로 물이용부담금 부과를 다양화하는 법을 발의했으나, 아직 법안 통과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김백상·이우영 기자 k103@busan.com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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