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조선노동자 “노동 현장 산재 은폐 심각”…책임자 처벌 대책 마련 촉구
경남 거제지역 노동자들이 조선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상당수의 산업재해가 상습적으로 은폐되고 있다며 책임자 처벌과 제대로 된 재발방지대책을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거제지역지부는 18일 고용노동부 통영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 현장에선 정부의 통계보다 훨씬 많은 사고가 은폐되고 있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특히 하청직원이 더 많고 더 위험한 현장에서 일하는 조선소에서 산업재해 신고는 원청이 더 많은 게 현실이라며 “국가가 나서 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 제대로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노조가 제시한 원·하청 통합 산업재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거제지역 양대 조선소 중 하나인 삼성중공업의 경우, 2019년 기준 전체 직원 수는 3만 655명이다. 이중 하청 노동자가 2만 1550명으로, 원청 9105명보다 2배 이상 많다. 그런데 정작 산업재해는 원청 소속이 163명으로 하청 47명보다 2.5배 많았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같은 기간 하청 노동자는 1만 9096명, 원청 9338명이지만, 이곳 역시 산업재해는 원청이 355명으로 하청 161명보다 2배 이상 많았다.
노조는 이 수치가 상당수의 노동재해가 은폐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산재 사고가 난 하청업체는 원청과 재계약이나 물량 배정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분위기 때문에 공공연하게 산재 은폐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사측이 산재보험료 인상과 노동부 감독 등을 피하려 재해자에게 인사상의 불이익을 빌미로 공상을 강요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이 때문에 산재를 당한 하청 직원이 치료받을 권리를 요구하면 ‘블랙리스트’에 올라 해고를 감수해야 한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는 또 노동환경이 비슷한 양대 조선소 중에도 삼성중공업의 산재 건수가 적은 것을 두고 “삼성중공업이 안전해서가 아니라 유독 삼성중공업에서 노동 착취와 탄압이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어렵게 산재 신고가 돼도 산재보험을 통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노동부에 신고된 정규직 노동자의 산재 중, 산재보상보험으로 치료받은 사례는 절반에 불가했다. 2018년과 2019년을 통틀어 삼성중공업은 205건 중 102건, 대우조선해양은 256건 중 130건만 산재승인을 받았다.
노조는 “이처럼 단순한 통계로도 산재 은폐를 적발할 수 있고, 행정조치를 통해 충분한 예방이 가능했지만, 정부는 아무런 의지를 보이지 않았고 무능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산재 은폐 사업주를 강력히 처벌하고 산재예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기업살인법을 제정해 위험의 외주화도 금지해야 한다”면서 “이윤보다 생명이 우선되는 세상, 더 이상 죽고 다치지 않는 노동 현장을 만들기 위해 더욱 견고한 투쟁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