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새 20명 확진…“조선소 문 닫을라” 비상 걸린 거제
코로나19 2차 대유행 비상
‘조선 도시’ 경남 거제가 비상이다. 지난 26일 3명, 28일 4명에 이어 29일 8명이 연거푸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 모두 깜깜이 확진자의 접촉자로, 우려했던 지역사회 유행이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이대로는 6만여 노동자가 밀집한 대형조선소 2곳이 동시에 셧다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거제시는 추가 확산 차단을 위해 한층 강화된 방역조치에 나서기로 했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30일 오전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통해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대시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이날부터 3단계에 준하는 2단계 방역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23·24일 7명, 29일 8명 판정
지역 내 n차 감염 확산 현실화
6만 노동자 조선소 방역 위기
거제시 “3단계 준하는 조치”
10인 이상 집합·모임 자제 권고
거제지역 코로나19 확진자는 8월에만 23명이 추가됐다. 이달 초 확진된 해외입국자 3명을 제외한 20명이 최근 일주일 사이 확진된 지역감염이다. 이 중 15명이 감염원이 모호한 26번, 33번 확진자의 접촉자로 지역 내 n차 감염 사례로 추정된다.
26번은 능포동에 사는 60대 여성으로 지난 22일 하청면에 있는 농장에서 일을 마치고 온 뒤 몸살 증상이 나타났고, 25일 확진됐다. 이후 하루 뒤 시동생과 남편, 언니가 차례로 양성 판정을 받았고, 28일 계모임을 한 지인 3명이 추가로 감염됐다. 또 이 중 한 명의 가족 3명이 29일 양성으로 확인됐다. 이 중엔 7살 손녀도 있다.
33번은 연초면에 사는 60대 남성이다. 지난 20일 기침과 몸살 기운이 나타나 25일까지 의원 2곳을 다녔지만 차도가 없었고, 26일 열이 38.2도까지 오르자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았다. 이 남성은 증상이 있던 20일 오후 마을회관에서 동네 주민 30명과 저녁 식사를 겸한 부부동반 모임을 했는데, 동석한 4명도 확진됐다.
이 때문에 방역 당국은 26번과 33번이 추가 감염의 매개체가 됐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지역에 사업장을 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다. 적게는 수 명, 많게는 수 십 명이 모여 일하는 조선업 특성 상 조업 중 접촉이 불가피한 데다, 통근버스나 식당 내 밀집도도 높아 단 1명의 감염자로 인해 6만여 명이 일손을 놓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변광용 시장은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도 위태롭다. 조기에 통제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면서 “30일부로 3단계에 준하는 강력한 방역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강화된 방역조치는 정부가 수도권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와 유사하다.
우선 10인 이상의 집합·모임·행사는 모두 자제해야 한다. 일반음식점·휴게음식점·제과점 등의 경우 오후 9시부터 뒷날 오전 5시까지 출입을 삼가고 가급적 포장배달만 이용해야 한다. 업소 이용 시에는 마스크 착용, 출입자 명부 관리, 시설 내 테이블 간 2m(최소 1m) 유지 등 핵심 방역수칙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또 커피전문점은 영업시간과 관계없이 매장 내 음식·음료 섭취를 자제하고, 테이크아웃(포장)을 이용해야 한다. 교회 등 종교단체 예배는 비대면 방식으로 반드시 전환해야 한다.
다만, 일련의 조처는 행정명령이 아닌 권고 사항으로 강제성은 없다. 반면 23일 시행된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와 28일 자 마스크 착용 의무화는 정부와 경남도의 행정명령에 따른 것으로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거제시는 이와 함께 31일부터 지역내 18개 면·동 전 공무원 격일 순환 재택근무를 한다. 또 교육청과 협의해 장승포초등학교를 비롯해 마전, 능포, 송정 4개 초등학교를 원격수업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달 들어 능포, 장승포, 연초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고, 이들의 주요 활동지역도 옥포, 고현지역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변광용 시장은 “방역 조치에 불응하거나 방해하는 행위는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면서 “언제 어디서든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스스로는 물론 내 가족과 이웃을 지키기 위해 방역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함께 위기를 극복하고, 잃어버린 일상을 반드시 되찾겠다”고 강조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