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상륙지점 놓고 또다시 시험대 오른 기상청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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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호 태풍 ‘마이삭’이 북상하는 가운데 2일 오후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옆 도로와 상가에서 구청 관계자들과 상인들이 모래주머니와 합판으로 가게 문을 막는 작업을 하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제9호 태풍 ‘마이삭’이 북상하는 가운데 2일 오후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 옆 도로와 상가에서 구청 관계자들과 상인들이 모래주머니와 합판으로 가게 문을 막는 작업을 하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제9호 태풍 ‘마이삭’의 한반도 상륙 지점은?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 ‘마이삭’의 상륙 지점을 놓고 기상청의 예보능력이 또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 올여름 예보가 거듭 빗나가면서 ‘오보청’이라는 빈축이 쏟아질 정도로 외부 시선이 곱지 않은 탓이다.


美·체코 “진주 인근” 기상청 “부산 부근”

상륙 이후 이동경로 예보도 엇갈려

폭염 등 올여름 예보 거듭 빗나가

‘오보청’ 된 기상청, 명예회복 별러


올 5월 기상청은 이번 여름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보했다. 그러나 지난달 전국의 평균기온은 22.5도를 기록했다. 예년보다 훨씬 시원했다는 이야기다. 폭염 기간과 열대야 일수 역시 예보보다 짧았다. 대신 지루할 정도로 오랫동안 장마가 이어지면서 지역마다 기상청 예상 강수량보다 100mm 이상 많은 비가 내렸다.


태풍 예보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상청은 제8호 태풍 ‘바비’가 북상하자 “‘바비’는 순간풍속 초속 60m급 초강력 태풍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볼라벤’이나 ‘링링’보다 강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경고했지만, 이 또한 기우에 그쳤다. 태풍 바비는 한반도에 별다른 피해를 주지 않고 서해상으로 지나갔다.

기상청 예보가 잇달아 빗나가며 불신이 쌓이자 시민들이 미국과 일본, 심지어는 노르웨이와 체코 등 다른 나라 기상청의 웹사이트나 앱을 활용하는 일이 잦아졌다. ‘기상 망명’이라는 웃지 못할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한반도로 달려온 ‘마이삭’의 상륙 지점과 이후 경로를 놓고 관심이 쏟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장 기상청 예보만 목을 매던 시대가 막을 내리고 다들 눈을 뜨고 다른 나라 일기 예보와 비교를 하고 있으니 기상청도 명예 회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일단 기상청은 ‘마이삭’이 2일 오후 제주도 동쪽 해상을 지나 3일 새벽 부산 인근 경남 남해안에 상륙할 것으로 봤다. 기상 상황에 따라 변수는 있지만 ‘마이삭’은 동쪽 지방을 거쳐 같은 날 아침 동해 중부 해상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분석했다. 이후 북한에 다시 상륙한 뒤 중국 청진 서북서쪽 육상으로 올라가 점차 소멸할 것이라는 게 기상청 전망이다. 역대 2위의 재산 피해를 낳았던 2003년 태풍 ‘매미’와 가장 비슷한 경로다.

이에 반해 미국과 일본, 체코 등지에서는 ‘마이삭’의 이동 경로가 기상청 예보보다 더 서쪽으로 치우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여름 내내 기상청과 뜻하지 않은 신경전을 벌였던 체코의 기상 앱 ‘윈디’는 ‘마이삭’이 부산에서 더 서쪽인 진주 인근에 상륙한다고 봤다. 이후 영남 지역이 아닌 한반도를 상당 부분 관통한 형태로 북한 북동쪽 지역을 지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태풍경보센터(JTWC) 역시 ‘마이삭’이 여수와 남해 사이로 들어오는 것으로 봤다.

기상청과 각국의 예보 대결과는 별개로 ‘마이삭’의 한반도 상륙에는 이견이 없어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 기상청은 “현재로선 우리 시나리오대로 갈 것으로 예상한다. 직전에 발생한 ‘바비’보다 셀 가능성이 있다. 다만 약간의 가능성은 열어놓고 실황을 바탕으로 추가 분석을 하고 있다”고 주의를 촉구했다.

이 가운데 제10호 태풍 ‘하이선’도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기상청은 “지난 1일 오후 9시 괌 북쪽 약 780㎞ 부근 해상에서 태풍 하이선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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