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수돗물을 바로 마시고 싶다 2

김수진 기자 ksci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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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진 사회부장

사람 몸에서 가장 중요한 구성 성분을 꼽으라면 단연 물이다. 우리 몸 70%가 물이다. 몸은 마른 세포와 뼈를 담은 물주머니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심장은 매일 물 1만 2000L를 온몸으로 돌리고, 이 과정에서 물 2.6L가 증발한다. 그래서 하루 2L 이상 물을 마시라고 의사들은 강조한다. 물이 부족하면 인체는 즉각 문제를 일으키고 수일 내 멈출 수도 있다.


몸은 마른 세포 담은 물주머니

물 잘 마시는 것이 건강과 직결


부산 원수 낙동강 수질 매년 악화

‘황강 이용’ 정부방침에 지역 반발


수도권 맞설 ‘메가시티’건설 위해

30년 반목 물 문제부터 해결해야

물부담금, 지역민에게 사용 촉구


그렇지만 ‘밥 먹었나’ ‘뭘 먹었어’라고 물어도, ‘물 마셨나’ ‘뭘 마셨어’라고 묻지 않는다. 몸의 예민한 갈증 탐지기가 필요하면 물을 마시게 한다. 또 대부분 생수나 정수를 먹어 ‘뭘 마셨어’라고 묻는 것이 엉뚱한 느낌이다.

2014~2015년 2년간 수돗물을 바로 마셨다(부산일보 2015년 9월 8일 자 ‘노트북 단상’ 참조). 생수도 마시고 끓인 물도 마셨지만, 대부분 수돗물을 그대로 마셨다. 생수를 사 먹는 것이 공기를 사 먹는 것 같아 꺼림직했다. 또 세계적 음료 기업이 생수를 팔기 위해 수돗물에 대해 불신을 조장했다 믿었다. 무엇보다 생수를 마시고 난 뒤 버려지는 플라스틱병이 지구에 쌓이는 것이 싫었다.

2015년 여름 낙동강이 ‘녹조라테’로 뒤덮였다. 곳곳에서 물고기가 죽었다. ‘물고기가 살 수 없다면 사람도 마실 수 없지 않을까’ 2년 동안 해온 수돗물 바로 마시기를 중단했다. 그 뒤 생수 플라스틱 병을 버릴 때마다 지구촌 기상 이변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 아닌가, 불편했다.

하지만 이런 불편함은 낙동강 수질 악화로 점차 줄어들었다.

덕산정수장의 원수는 매리취수장에서 끌어들인 낙동강 물이다. 부산지역 수돗물 50% 이상이 여기서 모아진다. 이곳의 남조류 세포수 추이를 보면 2015년 6789셀/㎖에서 2016년 2만 9649, 2017년 1074, 2018년 5만 4201로 급격히 늘었다. 2018년 프라이팬 코팅 접착제인 과불화화합물(PFASs)이 검출됐다. 다른 지역 취수원에서는 검출된 사례가 없다. 2020년에는 1,4-다이옥산이라는 발암물질이 취수원 곳곳에서 발견됐다.

부산시민은 가장 많은 물이용부담금을 낸다. 물이용부담금은 낙동강을 깨끗하게 관리하기 위해 각종 규제와 수질개선사업 추진에 따른 비용을 부담하기 위한 제도다. 제도가 도입된 2002년부터 누적 부담금만 3조 5000억 원에 달하고, 이미 집행된 돈이 4조 원에 달한다. 부산은 전체 금액의 24% 정도를 냈지만, 부산에 지원된 몫은 2.4%에 불과했다.

최근 물 문제를 해결을 위한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부산 울산 경남 대구 경북 등 영남 5개 시도지사가 8월 5일 ‘물 문제 해결을 위한 낙동강 유역 상생 발전 협약서’에 서명하고, 이를 정부에 공식 전달했다. 이날 환경부도 ‘낙동강 유역 통합 물관리 방안 마련 연구 용역 중간보고’를 열었다. 내용을 살펴보면 경남 합천의 황강을 활용하고 강변여과수를 개발해 하루 기준 95만㎥ 정도의 물을 확보해 부산에 47만㎥, 동부 경남에 48㎥의 각각 공급한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급박하게 전개된 것은 수도권 팽창에 따른 영남권의 위기감 때문이다. 수도권 인구가 2000만 명이 넘고, 지역 국회의원 수가 전체 절반이 넘는 등 수도권의 급속 팽창에 따른 비수도권의 공멸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크다. 수도권으로 자꾸 사람과 돈, 권력이 몰리다 보니 비수도권은 인구 감소와 소득 하락으로 몰락하고 있다. 수도권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라도 자동차와 조선 업이 위기를 맞은 울산과 경남의 집값은 내렸다. 이런 위기감 속에서 영남권 5개 시도가 수도권에 대응하는 ‘그랜드 메가시티’를 만들자고 나섰다.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30년간 반목해온 물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물 문제의 최대 난제는 황강 유역의 경남 합천, 창녕 주민들의 반발이다. 정부도 주민협의체 등을 통해 공청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여론을 수렴하고 지역 주민 피해를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부산시도 지역상생 기금이나 지역 농산물 구매 등 다양한 협력 사업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엉뚱하게 쓰이는 물이용부담금을 황강 유역 주민을 위해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물을 함께 이용하면 주민들이 득이 되도록 만들어 줄 것을 촉구한다. 전체 물이용부담금을 쓸 수 없다면, 부산 창원 김해 양산 등 물로 고통받는 지역 기금만이라도 황강 유역 주민들에게 사용할 것을 요구한다. 관련 규정이 없다면 만들어서라도 부산과 동부 경남 주민들이 더 이상 물 때문에 고통받지 않게 되길 기대한다. 또 개인적으로 찝찝한 마음 없이 다시 한번 수돗물을 바로 먹길 간절히 기원한다.

kscii@busan.com


김수진 기자 ksci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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