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물이용부담금, 18년간 오염거점은 빼고 땅 사들였다니
낙동강을 식수원으로 이용 중인 부산과 대구·울산·경남·경북 등 5개 지역이 2002년부터 매년 낙동강 수질 개선을 위해 내고 있는 물이용부담금이 수질 개선과 무관한 토지 구입에 많이 지출되는 등 비효율적으로 사용돼 왔다고 한다. 환경부 산하 낙동강수계관리위원회가 물이용부담금으로 낙동강 주변 땅을 사들여 오염원을 제거해 순차적으로 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을 진행하면서 굳이 매입할 필요성이 없는 땅을 산 경우가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이는 〈부산일보〉 취재팀이 낙동강수계관리위의 각종 자료를 분석하고 매입 현장을 취재한 결과 밝혀졌다. 낙동강 수질이 날로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물이용부담금 활용 사업에 대한 재점검이 요구된다.
대부분 상수원 오염 우려 없는 지역 매입
매입 대상 변경, 투명한 기금 사용 필요해
낙동강수계관리위는 지난 18년 동안 낙동강 유역 5개 시·도 주민들로부터 물이용부담금을 걷어 낙동강수계관리기금을 조성한 뒤 수질 개선 등 각종 사업을 벌이고 있다. 현재까지 징수된 물이용부담금은 3조 3243억 원. 낙동강수계관리위는 이 가운데 16%가량인 5442억 원을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낙동강 주변 토지를 매입하는 데 사용했다. 이 중 91.1%는 상수원 오염 가능성이 낮은 임야와 전답 매수에 투입돼 수질 개선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같은 기간 이 사업을 통해 철거된 낙동강 일대 공장도 34개에 불과한 데다 대부분 소규모 공장으로 드러나 방만하고 무책임한 기금 사용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낙동강수계관리위가 2009년 1억 1400여만 원을 들여 구입한 경남 진주시 대평면 남강 주변 5만 3266㎡의 임야는 애초부터 개발이 제한된 상수원보호구역이며 경사가 심해 향후 오염원이 들어설 가능성도 없어 불필요하게 매입한 사례로 꼽힌다. 2015년 2억 4300여만 원에 사들인 경남 사천시 곤명면 진양호 인근 상수원보호구역의 산 중턱 6만 1708㎡ 임야 역시 비슷한 지형 조건이어서 오염원 제거와 예방이란 사업 목적에 어울리지 않는다. 수돗물 생산을 오로지 낙동강 원수에 의존하며 물이용부담금 납부 지역 중 가장 많은 24%를 부담하는 최하류 지역의 부산시민들로선 분통 터질 만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사정이 이러니 물이용부담금에 부정적인 인식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루 30만t의 낙동강 물을 사용하는 경남 창원시는 지난 7월 말 낙동강 수질 개선이 없으면, 물이용부담금과 원수 대금 납부 거부를 검토하겠다고 한국수자원공사와 낙동강유역환경청에 경고했었다. 이젠 사업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매입 대상을 낙동강 주요 오염원인 산업폐수량이 많은 업종 공장이나 거점 오염지 같은 효과가 큰 곳으로 바꿔야 한다. 이 기금이 대체 상수원 예정지 주민들 지원에 쓰여 반대 민원을 없애도 낙동강 물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투명한 기금 관리와 집행은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