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명부' 보고 사적 연락한 남성, 뉴스 오르고도 "고집 세네"
코로나19 감염 예방 등을 위해 작성하도록 되어있는 수기 출입명부에서 여성의 연락처와 이름을 본 뒤 사적 연락을 취한 사례가 인터넷에서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6일 새벽 경기도 평택시 한 프랜차이즈 카페를 방문한 최 모 씨는 약 40분 뒤인 새벽 1시 15분께 낯선 번호로 "혹시 최OO씨 인가요?"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최 씨가 "누구시냐"며 연락처와 이름을 알게 된 경위를 캐묻자 상대방 A 씨는 "코로나 명부를 봤다"며 "소주나 한 잔 사드리려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나이가 어떻게 되느냐" "심심하면 잠깐 보자" 등 일방적인 연락을 이어갔다.
결국 최 씨는 A 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이러한 사실은 8일 저녁 주요 방송사 뉴스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A 씨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적반하장식 태도를 나타낸 정황이 드러나면서 누리꾼들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그는 경찰 신고가 접수된 이후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이번 일은 사건 만들면 안 된다. 신고하지 말아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이어 "그쪽한테 전화 한 적도 없지 않느냐"며 "신고는 아니라고 본다"고 거듭 신고 취소를 요구했다.
그러나 여성이 무응답으로 일관하자 7일 오전 "답변 안 주시는 이유가 뭐냐"며 장문의 문자를 보내 "이걸 왜 신고를 해서 불편하게 만드는지 이해가 안 간다. 그쪽 때문에 경찰서 가야 한다"고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였다.
문자에는 이 밖에도 "어서 (신고를) 철회하라" "저 군대도 다녀왔고 4년제 나왔고 직장인 10년차다" "대한민국 남자가 문자질 몇번 했다고 상황을 이렇게 만드나" 등 반성없는 발언들이 담겼다.
이튿날 최 씨는 전날 저녁 자신의 피해 사례를 다룬 뉴스를 공유하며 "그쪽 뉴스에 나왔다. 선처도 합의도 절대 없다. 더 이상 어떤 연락도 하지 마라"고 못박았다.
그러나 A 씨는 "고집 엄청 쎄시네요. 좋은게 좋은거 아닌가요?"라고 반문하며 "합의요? 장난해요?"라고 되려 화를 냈다.
최 씨가 직접 인터넷에 공개한 이 문자 내용은 9일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확산되며 누리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아울러 유사한 피해를 겪을 수 있다며 우려하는 글도 이어졌다.
최 씨는 "당당하고 뻔뻔한 태도에 두려움을 느껴 경찰서에 가서 고소하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다"며 관련법상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불안감 조성)로만 고소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억울한 피해를 당했고 악의가 다분함에도 저 분이 제대로 된 판결을 받을지 의심스러워 언론에 제보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다중이용시설 등에서 작성하는 출입명부를 통해 개인정보가 노출된다는 우려는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에 정부는 코로나19 방역 조치와 관련해 개인정보보호를 강화하는 대책을 마련해 오는 11일 발표하기로 했다.
윤종인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은 9일 열린 제3차 전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최근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개인정보 처리와 관련해 언론과 국민들이 지속적으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이같이 밝혔다.
윤 위원장은 "일부 지자체는 확진자 동선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지침과 다르게 공개하고, 수기명부는 관리부실로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있으며 휴대전화 기지국 접속정보가 적시에 파기되는지에 대한 문제가 계속 지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방역당국과 함께 개인정보 처리 실태를 점검했고, 이를 기초로 개인정보보호 강화대책을 11일 중대본에 보고하고 발표하겠다"고 설명했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