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인 배려는 배려가 아니란 걸 알았어요”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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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극 ‘한 번 다녀왔습니다’ 주연 이상엽

“규진이는 저와 참 많이 닮았어요. 열 중 여덟 개는 실제 제 모습이랄까요.”

배우 이상엽(37)은 올해 KBS 2 주말 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와 웃고 울었다. 가족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에서 그는 주연 ‘윤규진’으로 변신해 주말 안방극장에 웃음꽃을 피웠다.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화상으로 만난 이상엽은 “막상 규진이를 떠나보내려 하니 마음이 많이 헛헛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극 중 윤규진과 실제 모습 닮아

막상 끝나고 나니 마음이 헛헛

작품 하며 결혼관 새롭게 정립

‘대화하는 배려’하며 살아갈 것


■가족애 다룬 ‘한다다’

평균 시청률 30%대를 기록한 이 드라마는 매주 주말 저녁 시청자들을 텔레비전 앞으로 모여들게 했다. 최고 시청률 37%를 보일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이혼 후 부모님 집으로 돌아온 자식들의 이야기가 작품의 주요 소재인데, 잔잔한 감동과 유쾌한 재미를 적절히 버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눈에 띄는 건 기존 주말극 주요 시청대인 중장년층 이외에 2030 세대에게도 인기를 끈 점이다. 이상엽은 “젊은 시청자들도 우리 드라마 이야기를 많이 하시더라”며 “처음 시작할 때 모두가 재미있게 보는 드라마로 만들고 싶었는데 어느 정도 통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상엽은 이 작품에서 서글서글한 성격의 소아전문병원 내과의 ‘윤규진’을 맡아 단기간에 인생의 희로애락을 경험했다. 규진은 송나희와 이혼한 뒤, 온갖 우여곡절을 겪고 재결합에 성공하는 인물. 이 과정에서 조울증을 겪는 어머니와 갈등으로 분노를 쏟기도 하고, 가족들에게 애틋한 마음을 보여 주기도 한다. 이상엽은 “이번 작품을 통해 결혼, 이혼에 재결합까지 했다”며 “드라마에서 아빠가 된 것도 처음이어서 여러모로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했다. 그는 “자극적이지 않지만, 잔잔한 가족 이야기에 공감을 많이 했다”면서 “실제로 규진이 같은 아들이라 어머니 생각도 많이 났다”고 밝혔다.

“규진의 어머니인 김보연 선생님 연기를 보면서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어요. 눈물이 나더라고요. 어머니가 홀로 외롭게 앉아서 자다가 깨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집에 홀로 남겨진 어머니 모습은 상상하지 못했거든요. 앞으로 더 잘해 드려야겠다는 교훈을 얻었죠.”


이상엽이 출연한 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의 한 장면. KBS 2 방송 화면 캡처 이상엽이 출연한 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의 한 장면. KBS 2 방송 화면 캡처

■“결혼·가족·연기 생각하게 한 작품”

작품이 결혼과 가족애를 주요 소재로 다룬 덕에 결혼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 봤단다. 이상엽은 “결혼 생각은 늘 있다”며 “친구같이 화목한 분위기에서 온 가족이 편하게 쉴 수 있는 가정을 꾸리고 싶다”고 말했다. 결혼관도 새롭게 생겼다고. 그는 “이전에는 결혼관이 딱히 없었는데 지금은 ‘대화하는 배려’를 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말하지 않는 배려는 배려가 아닐 수 있겠더라. 서로 이야기하고 이해하며 푸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밝혔다.

올해 배우 생활 14년 차인 이상엽은 어느 때보다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앞서 출연했던 SBS 드라마 ‘굿 캐스팅’도 최고 시청률 12.3%를 기록하며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이상엽은 “14년 차 연기자라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하면 부끄럽다”며 “전 여전히 현장을 다 모른다. 늘 새로운 마음으로 배우고 있다”고 했다. 연기 이야기에 한층 진지해진 이상엽은 마음에 숨겨 놓았던 고민도 털어놨다. 그는 “스스로 매력이 없는 배우라고 생각하면서 살았던 것 같다. 내 연기는 사람들의 흥미를 끌지 못하는 것 같았다”면서 “지금도 그 생각을 완전히 떨쳐내진 못했지만, 쉼 없이 작품을 하면서 조금씩 극복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연기 각오도 곁들인다. “제 연기는 바닥이 거의 드러난 것 같아요. 그래서 신선한 요소를 채워 넣기 위해 고민하죠. 앞으론 좀 더 솔직한 자세로 새로움을 줄 수 있는 연기를 할게요.”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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