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모기떼에 굴복한 아파트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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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대표적 주거 공간인 아파트는 평면적 혹은 수평적 개념의 마을이 수직으로 겹겹이 쌓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평면적 마을의 수직화된 압축’이 바로 아파트인 셈이다. 아파트 한 동은 웬만한 시골 마을 2~3개를 합친 규모다. 평면적 마을에서는 집마다 마당이 있어 녹색정원(자연)과 함께할 수 있었다. 요컨대 시골 마을을 상상해보자. 하지만, 수직화된 압축, 즉 아파트에 마당이 없어지면서 눈앞에서 자연을 접하기가 매우 힘들어졌다. 그래서 아파트 속에서 자연을 느끼려는 여러 가지 시도가 있었다.

아파트 단지 사이에 녹색정원이나 녹지대를 만드는 형태에서 한발 더 나아가, 2014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건축가 스테파노 보에리가 선보인 수직 숲 ‘보스코 베르티칼레’는 아파트 건물 안에 녹색정원을 구현해 눈길을 끌었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공동주택 ‘마운틴 드웰링’은 이보다 앞선 2005년 테라스와 테라스가 연결된 옥상 정원을 선보였다. 이런 노력은 콘크리트로 뒤덮인 삭막한 도시에 생동감을 더해 주고,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는다.

한데 며칠 전, 나무숲으로 뒤덮인 중국 쓰촨성의 한 아파트 사진이 또 다른 차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 아파트는 식물을 재배할 수 있게 베란다를 제작,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는 아파트로 조성돼 전부 분양됐다. 하지만 식물이 자라면서 모기떼가 들끓어 826가구 중 실제 입주는 10가구에 그쳤다는 것이다. 녹색공간의 확장이 결국 모기떼의 극성을 가져와 주민의 아파트 입주를 어렵게 한 것이다. 필요한 곳에 나무를 심는 것은 나쁠 리 없다. 문제는 이게 조금 과했다는 데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지속 가능한 새로운 건축이나 주거 형태, 실험적 건축들이 멈춰서는 안 된다. 특히 도시 속에 녹색공간을 확대하는 다양한 시도와 움직임은 계속되어야 한다. 특히 요즘처럼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는 자연과 함께하는 이런 건축이 코로나 시대의 우울증을 극복하는 좋은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어쩌면 쓰촨성의 아파트는 이제 시작이다. 식물이 지나치게 많아 모기떼가 극성을 부린다는 것도 알게 됐으니, 녹색공간을 조금 줄이는 시도도 해 볼 일이다. 너무 부정적으로만 볼 건 아니라는 얘기다. 무엇보다 콘크리트로 뒤덮인 삭막한 도시, 잿빛 도시에 ‘자연의 옷’을 입히는 작업은 멈추지 않아야 한다. 이는 도시에 생명의 숲을 가꾸고, 생명의 온기를 불어넣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예서 멈출 수는 없다. 정달식 라이프부장 dosol@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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