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때 고리 원전 정지 원인은 염분 쌓여 발생한 ‘전기불꽃’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지난 3일 태풍 ‘마이삭’으로 고리 3·4호기, 신고리 1·2호기가 가동을 멈췄다. 김경현 기자 view@ 지난 3일 태풍 ‘마이삭’으로 고리 3·4호기, 신고리 1·2호기가 가동을 멈췄다. 김경현 기자 view@

속보=최근 태풍 영향으로 발생한 국내 원전 8기 정지 사고(부산일보 9월 4일 자 3면 등 보도)는 염분으로 인한 ‘섬락(스파크) 현상’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원전 당국이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태풍 피해가 발생한 만큼, 기후변화에 따른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부처 합동 조사단은 “제9호 태풍 마이삭과 제10호 태풍 하이선으로 발생한 전국 원전 8기 중단 사고의 원인이 염분에 의한 섬락 현상으로 파악됐다”고 27일 밝혔다.


원안위·정부 원전 정지 원인 조사

태풍 내습 때 해수 외부설비 덮쳐

설비에 염분 붙어 섬락 현상 발생

외부 노출 설비 밀폐형으로 변경


이번에 발생한 원전 정지 사고는 모두 송수전선로 관련 설비에서 발생했다. 원전에서 생산된 전력 정도를 계측하는 계기용 변성기 등 설비에 염분(해수)이 붙어 순간적으로 전기가 통하면서 불꽃이 발생한 것이다. 태풍 내습 당시 강풍과 파도 영향으로 바람에 날린 해수가 외부 송전설비 쪽으로 흩날렸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당시 고리1·2호기는 보조변압기를 통해 원전에 전기를 공급하는 수전선로 설비에 스파크가 발생, 소외(발전소 외부)전원이 모두 차단됐다.

고리3·4호기는 변압기와 보조변압기에 스파크가 발생하면서 같은 문제가 생겼다. 월성2·3호기에서 발생한 터빈 발전기 정지 사고도 섬락 현상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신고리 1·2호기는 강풍 영향으로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를 송전탑으로 송전하는 점퍼선이 철탑구조물에 가까워지면서 불꽃이 발생, 전력이 차단됐다. 이 때문에 소외전원 공급이 중단돼 원전이 정지되고 비상디젤발전기가 가동됐다.

외부에 노출된 원전 설비가 태풍으로 인한 염분과 강풍에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은 셈이다.

원안위는 문제 재발 방지를 위해 고리 2~4호기, 월성 2~4호기 등의 변압기 등 외부에 노출된 설비를 ‘밀폐형 설비’로 변경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섬락 현상과 노후화를 차단하기 위해 절연체 코팅 작업 주기를 단축하겠다는 계획 등을 내놨다.

이에 대해 땜질식 사후대책보다는 자연재난에 따른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원전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진다. 이헌석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장은 “이번 사고로 자연재난과 관련한 원전 안전성 대책에 허점이 드러났다”며 “드러난 문제점만을 보완하기보다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기후변화와 태풍 등을 대비하기 위한 장기적인 관점의 종합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3일 부산을 덮친 태풍 ‘마이삭’ 영향으로 고리 1·2·3·4호기와 신고리 1·2호기 등 원전 6기의 소외전원 공급이 중단돼 비상디젤발전기가 가동됐다. 이 사고로 고리 3·4호기, 신고리 1·2호기가 가동을 멈췄다.

지난 7일에는 태풍 ‘하이선’의 영향으로 월성 2·3호기 터빈 발전기가 정지됐지만, 소외전원이 유지돼 원자로가 60% 출력으로 가동됐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