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새희망자금’ 희망 주려다 갈등 만든다
#사례1. 올해 초 직업소개소를 연 최 모 씨는 코로나19로 줄곧 매출이 없는 상태다. 최 씨는 최근 정부의 ‘소상공인 새희망자금’을 신청했지만, 사실상 휴업 상태인 업체여서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답변을 들었다. 최 씨는 “있는 일자리도 없애는 판이라 직업소개소는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업종인데도 행정편의주의적 기준으로 지원을 받지 못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사례2. 지난해 사업자등록만 하고 실제로는 영업을 하지 않은 김 모 씨는 정부로부터 소상공인 새희망자금 대상자라는 안내 메시지를 받았다. 의아했던 김 씨가 문의를 하니 ‘부과세 간이과세자 중 무실적 대상자에게 통보가 가긴 했지만, 올해도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는데 지원금을 수령하면 추후 환급조치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김 씨는 “일단 지원금을 받으면 몇달 동안은 돈을 융통할 수 있는 거 아니냐”며 “양심상 신청을 안 했지만, 정부의 허술한 지원 체계가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매출 미발생·미신고 업체는 혜택
반짝 매출 증가, 지급 대상서 제외
“탁상공론 지원 잣대” 불만 확산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지급되는 ‘소상공인 새희망자금’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지급기준으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특히 실질적인 피해를 입었지만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소상공인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했다.
‘소상공인 새희망자금’은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중 일정 요건을 갖춘 이들에게 선별적으로 지원된다. 국세청 자료를 바탕으로 연 매출 4억 원 이하 일반업종 중 올해 매출이 줄어든 곳에는 100만 원, 음식점이나 카페 등 영업시간 제한을 받은 영업제한업종은 150만 원, PC방 등 집합금지업종은 매출 감소와 상관없이 200만 원을 각각 지원받는다.
집합금지업종과 영업제한업종은 특별피해업종으로 분류되며, 이들 중 독서실·일반음식점·실내체육시설·휴게음식점·노래연습장·단란주점·제과점 등 7개 업종은 1차 신속지원 대상이다. 중기부는 추석 전 신속지원 대상자 76%인 184만 명을 지원했으며, 오는 16일부터는 신속지원 대상자가 아닌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온라인 신청을 받는다.
하지만 소상공인 새희망자금의 지원 기준이 현실과 동떨어져 ‘사각지대’가 속출하고 있다. 부산 사상구에서 세탁소를 운영 중인 박 모(45) 씨는 “세탁소 특성상 겨울옷을 맡기는 상반기에 매출이 높은데, 지난해 평균보다 상반기 매출이 높다는 이유로 지원을 받지 못해 황당하다”고 말했다. 재난지원금으로 ‘반짝 특수’를 누린 일부 영세 자영업자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동래구의 한 네일숍 대표는 “지난해보다 전체 매출이 절반 이상 떨어졌지만, 상반기 재난지원금과 동백전 이용자가 늘면서 카드 결제액 비중이 5배 이상 늘었다”며 “서류상으로는 매출 증가 업체라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정부가 신속지원대상으로 안내한 업체 중에는 매출이 아예 발생하지 않거나 신고를 하지 않는 업체도 포함돼 있다. 정부는 추후 매출 자료를 근거로 올해도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환수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실질적으로 영업을 하지 않은 업체가 지원금을 수령해도 당장은 거를 수 없다.
정부는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영세업체를 신속하게 지원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실을 감안하지 못한 기준으로 사회적 갈등만 생산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이정식 회장은 “모든 피해 상인들에게 지원금을 준 후 피해 규모를 소명하는 자료를 상인들에게 받아 기준 미달자로부터 자금을 환수하면, 지금의 방식보다는 많은 사람이 수긍할 것”이라며 “피해가 어떨 것이라는 예측을 통한 선별적 지원은 사회적 갈등만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송지연 기자 sj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