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로 저금리 대출 전환? ‘100%’ 보이스피싱입니다
[눈 뜨고 당하는 보이스피싱] (상) 금융 대출 사기 수법
부산 시민들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불안해하고 있다. 지난달 부산경찰청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시민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범죄’로 보이스피싱이 선정됐다. 최근에는 ‘악성 앱’을 스마트폰에 몰래 심어 개인 정보를 유출하는 등 수법이 갈수록 진화하면서, 보이스피싱은 시민 생활을 위협하는 주요 범죄로 급부상했다. 본보는 앞으로 3차례에 걸쳐 보이스·스미싱피싱범죄 피해 사례를 통해 주요 수법을 알아보고 예방책을 제시한다.
대환 대출, 은행 창구에서 가능
대출 확인, 타인 전화 이용 필수
특정 주소 클릭 땐 해킹 앱 설치
의심 메시지·카톡은 차단해야
A 씨는 최근 저축은행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속아 6580만 원을 사기 당했다. 보이스피싱 일당은 지난달 A 씨에게 전화를 해 이름과 생년월일을 말하며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으며 추가 자금 대출도 가능하다”고 말하며 대출 가능 한도를 조회하기 위해 ‘카카오톡’으로 앱 주소를 보냈다. A 씨는 아무런 의심 없이 앱을 설치했다. 그러나 이 앱은 일명 ‘전화 가로채기 앱’으로 A 씨의 휴대전화에 악성 프로그램을 설치해 A 씨 전화를 자동으로 보이스피싱 일당 조직에게 연결한다.
이후 보이스피싱 일당 중 또 다른 조직원이 ‘법무팀 부장’이라고 말한 후 “A 씨의 기존 대출 상품은 대환이 되지 않는 상품이며 계약 위반이다. 오늘까지 대출 잔액 2810만 원을 일시 상환하지 않으면 채권 추심하겠다”고 협박했다. 이에 A 씨는 당장 신용등급이 하락해 대출이 막힐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2810만 원을 찾아 현금 전달책에게 전달했다.
이후 A 씨는 은행과 금융감독위 감독을 풀기 위해 900만 원을, 대출금의 인지법인세 등 명목으로 1870만 원을 각각 보냈다. 이후 보이스피싱 일당은 연락이 두절됐다.
A 씨가 당한 수법이 전형적 대출사기 수법이다. 12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부산지역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 중 대출사기 수법은 전체 범죄의 60~70%를 차지하고 있다. 대출사기 수법은 은행, 캐피탈, 대부업체 등 금융기관을 사칭해 피해자들을 속여 돈을 가로채는 것이다.
대출사기형은 주로 저리로 대환 대출을 권유하다가 계약 위반 명목으로 채권 추심하겠다고 협박해 기존 대출금 상환을 강요한다. 또 보증보험료 등 추가 대출에 필요한 비용을 요구한다. 또 추가 대출을 위해 금융 신용도를 높여야 한다고 접근해 돈 입금을 유도하기도 한다.
실제로 C 씨는 지난달 초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4800여 만 원을 사기 당했다. 당시 보이스피싱 일당은 C 씨에게 “연 2.3% 금리로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 수 있는데 신용도가 낮다”며 “신용도를 높이기 위해 C 씨가 자기 명의 카드로 대출을 받아 마이너스 통장 빚을 갚아야한다. 또 금융 등록을 위해 본인 명의 체크카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C 씨는 저리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현혹돼 보이스피싱 일당이 지정한 곳으로 체크카드를 보낸 후 카드론 3000만 원, 보증보험과 인지대 명목으로 1800만 원을 자신의 계좌로 입금했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계좌에서 모두 돈이 빠져나갔다.
또 다른 피해자 D 씨는 지난달 중순 “저금리로 대출을 받기 위해 신용조회가 필요하다. 주민등록번호를 알려 달라”는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개인 정보를 알려줬다. 곧이어 보이스피싱 일당은 D 씨 휴대전화로 전달된 인증번호를 불러달라고 했다.
이를 통해 일당은 주민등록번호로 D 씨 금융 정보를 검색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다음 날 D 씨는 ‘대출 승인이 났다’며 완전 승인을 위해 현재 D 씨의 대출 1000만 원을 갚아야 한다고 요구하는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현금 1000만 원을 보냈다. 이후 대출 보증보험료로 대출금 30%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같은 대출 사기 수법을 예방하기 위해 시민들은 기본적으로 ‘대환 대출은 반드시 대면 창구에서’, ‘대출 확인은 다른 사람 전화로’ 두 가지를 반드시 명심해야한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대환 대출 신청이나 진행은 반드시 은행의 대면 창구에서만 가능하다. 대환 대출을 전화로 진행하는 것은 현행법상 금지돼 있다. 또 보이스피싱이 의심된다면 반드시 다른 사람 전화기나 사무실 전화로 금융 당국에 확인해야 한다. 보이스피싱 일당이 문자메시지, 카카오톡 등을 통해 피해자 휴대전화에 악성 앱을 깔아 전화를 가로챌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경찰청 수사과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일당은 인터넷이나 개인정보 판매책 등을 통해 대출이 급한 제2금융권 고객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구매한다”며 “개인정보가 정확하다고 무조건 믿지 말고, 반드시 다른 사람 전화로 자신의 주 거래 은행이나 해당 은행에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김형 기자 m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