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나요? 내가 버린 쓰레기는 다시 내게 온다는 것을
검정 토끼 / 오세나
표지부터 달랐다. 검은 토끼의 뒷모습 모양을 한 표지에서 책을 빼내면 알록달록 고운 색깔의 주머니 이미지가 나온다.
그림책 〈검정 토끼〉에는 까만색의 기이한 ‘토끼’들이 등장한다. 이 토끼들은 등장할 때 소리부터 다르다. 보통의 토끼처럼 ‘깡총깡총’이 아니라 ‘바스락 폴짝’하고 세상에 나온다. 여기저기서 바스락거리며 모여든 토끼들이 어느새 산을 이루면 트럭이 덜컹거리며 다가와 토끼들을 싣고 떠난다.
전봇대 아래 쓰레기 더미 모티브 삼아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 은유적으로 표현
숲을 향해 가는 트럭 속에서 검정 토끼가 한 마리 두 마리 풀숲에 풀썩 내려앉는다. 맑고 푸른 숲속에 자리한 검정 토끼는 쑥쑥 자란다. 야금야금 숲을 갉아먹으며 커지고 또 커진다.
그러다 더 이상 커질 수 없는 순간이 오면 검정 토끼는 펑하고 터져 버린다. 검정 토끼 속에서 알록달록 수많은 색의 물건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렇다. 검정 토끼는 ‘검은색 쓰레기 봉투’이다. 소리부터 남달랐던 검정 토끼의 실체를 알게 되면 그림책을 처음부터 다시 넘기게 된다. 오세나 작가는 전봇대 아래 버려진 쓰레기 더미를 보고 이 그림책을 만들었다. 작고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는 작가에 의해 검은색 비닐 봉투의 손잡이 매듭이 토끼 귀로 변신했다.
푸른 숲 곳곳에서 터져 버린 검은 비닐 봉투와 쓰레기들은 예쁜 씨앗이 되어 하늘 위로 떠오른다. 쓰레기들은 하늘을 훨훨 날아 파란 바다에 사뿐히 내려 앉고, 바닷속 깊이깊이 가라앉는다. 〈검정 토끼〉는 이렇게 환경오염 문제를 은유와 상징으로 풀어낸다. 검은 쓰레기 봉투는 깜찍한 토끼로, 쓰레기는 예쁜 씨앗으로 표현했다.
‘환경오염이 이렇게 심각하다’고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지만 독자가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그림책이다. 특히 바닷속에 가라앉은 쓰레기들이 오백 년, 천 년이 지나도록 죽지 않는 신비로운 색으로 살아감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이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라는 사실을 각성하게 한다.
그림책 속 오색찬란한 씨앗들은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이다. 우리가 버린 수많은 쓰레기는 당장은 다른 동물의 생명에 위협을 가한다. 하지만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이 세상의 이치. 결국 그 위협은 인간에게 되돌아온다. 우리가 자연으로 보냈던 ‘검정 토끼’가 활어차를 타고 돌아오는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이 그 사실을 다시 확인시킨다. 오세나 글·그림/달그림/48쪽/2만 2000원.
오금아 기자 chris@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