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 없는 의혹 제기’하다 장관에 혼쭐난 국회의원
“같은 부산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내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 “부산 국회의원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느냐”.
국토교통부를 대상으로 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놓고 지난 주말 내내 각종 SNS와 지역 사회에서 다양한 반응들이 쏟아졌다. 그중 “국회의원 특권만 누리려 하지 말고 제발 공부 좀 하고 의정 활동을 하라”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국토교통위, 국토부 국정감사서
정동만, 골프장 입찰 개입 의혹 언급
김현미 “제대로 된 근거 말씀하셔야”
정, “나중에 말하겠다”는 말만 계속
정 의원·국민의힘 비난 댓글 쏟아져
“제발 공부 좀 하고 의정활동 하라”
해당 동영상들은 지난 23일 국토부를 대상으로 한 국토교통위 국정 감사에서 벌어진 국민의힘 정동만(부산 기장) 의원과 김현미 국토부 장관 사이에 벌어진 설전을 담고 있다. 설전이라기보다는 정 의원이 김 장관에게 혼쭐이 나는 모습이라고 해야 더 정확하다. 이들 동영상에도 ‘김현미, 정동만에 호통’ ‘김현미 분노’ 등의 제목이 달렸다.
정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스카이72골프앤리조트(스카이72)’ 골프장 입찰 과정에서의 국토부 관여 여부를 따지려고 했다. 그는 야심차게 ‘골프장 운영사업권 따낸 KMH 인맥과 의혹’ 제목이 달린 파워포인트(PPT) 한 장을 띄운 채 골프장 입찰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필요하다”고 제기했다. 그러자 김 장관은 정 의원이 “화면에 왜 제 얼굴이 들어가 있느냐”고 따지고 나섰다.
여기에 정 의원은 “골프장 입찰에 개입한 의혹이 있다”고 맞받으면서 그 근거로는 “이상직 의원과 잘 아는 사이 아니냐” “전주고 동문 아니냐” “두 사람이 찍은 사진도 나왔다”는 황당한 발언들만 이어갔다. 비리 의혹을 제기하면서 든 이유로는 너무 빈약했다.
이어 김 장관이 “제 사진을 게이트라면서 올려놨으니 (제대로 된)근거를 말씀하셔야 한다” “제기하시는 의혹이 뭐냐”고 압박, 한동안 정 의원을 몰아붙이는 상황이 이어졌다. 국감장에서 수감기관 기관장이 국회의원을 혼쭐내는, 낯선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정 의원이 “(의혹은)나중에 말하겠다”는 말만 계속하자 이번에는 동료 의원들까지 상황 정리에 나섰다. 국토교통위장인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스카이72골프장 입찰 문제에 대해 장관님은 전혀 관여한 것 없냐”고 대신 상황을 정리하려 했으나 김 장관은 굽히지 않고 정 의원을 압박했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도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김 장관이 본인 의혹에 대해 근거 없다고 반박을 할 수는 있지만 무시하는 듯한 발언은 삼가야 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그러자 여당 의원들은 “의혹을 말하라는 것 아니냐”며 소리를 치며 반박했다.
이날 국감 직후 해당 동영상이 각종 SNS에 돌면서 정 의원과 국민의힘을 비난하는 댓글들이 무수히 달리기 시작했다. “국감장에서 장관이 국회의원에게 큰소리 치는 장면은 처음 본다” “제발 공부 좀 하고 팩트로 질의하라” “이런 일이 벌어지니 ‘국민의짐’ 소리를 듣는 것” 등의 댓글들이 잇따랐다. “지역구민이 불쌍하다. 어떻게 저런 사람을 뽑았나”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니 욕을 먹지” 등 정 의원의 자질을 꼬집는 반응도 많았다.
정 의원을 향한 비난은 오프라인에서도 이어졌다. 부산의 한 국민의힘 당원은 “제대로 자료나 정보도 준비하지 않고 한건 하겠다고 나선 꼴 아니냐”면서 “같은 당원으로서 시민들께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 정치권 인사는 “정 의원 사례가 화제가 되긴 했지만 이번 국감에서 그동안 주목받던 부산 초선 국회의원 중 제대로 활약한 사람이 누가 있느냐”면서 “주목 받을 생각만 하지 말고 제발 공부 좀 하고 의정 활동을 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기장에서 오규석 기장군수의 ‘사과하세요’ 동영상을 잇는 2탄이 나왔다” “정 의원을 뽑았다고 기장군민을 욕하는 SNS 댓글들 때문에 너무 부끄럽다” 등 기장 지역 주민들의 한탄도 적지 않았다.
김영한·이은철 기자 kim01@busan.com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