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에게 듣는다] 13. 귀 질환 / 허경욱 부산백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영상)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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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중이염 방치하면 난청 유발, 수술 치료 필요”


허경욱 부산백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이명 치료 분야에 권위가 있다. 부산 경남에서 이명에 대한 전기자극치료를 최초로 실시했다. 만성 중이염 환자의 고실성형술에서 방패 모양의 연골 디자인을 개발해 학회에서 처음 발표했다.


악화 땐 진주종·뇌막염 등 합병증

재발 낮추려면 연골 이식 수술을

환경 측면 가장 큰 적은 ‘담배 연기’

부산·경남 최초 이명 전기자극치료


허경욱 부산백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고막에 구멍이 생긴 만성 중이염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부산일보DB 허경욱 부산백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고막에 구멍이 생긴 만성 중이염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부산일보DB

-대표적인 만성 귀 질환은 어떤 것들이 있고 유병률은 어느 정도인가.

“난청, 중이염, 어지러움, 이명 등이 대표적이다. 2010년께 국내에서 시행되었던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의한 유병률을 살펴보면 전체 인구에서 난청은 3.8%, 어지러움은 3.3%, 중이염은 1.6%, 이명은 20.3% 정도다. 노년층일수록 좀 더 흔해지는데, 특히 난청은 70대 이상에서 30% 정도의 유병률을 보인다.”

-만성 중이염은 약물로 완치가 힘든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경우에 수술이 필요하며 어떤 수술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 설명해 달라.

“중이염은 대부분 급성 단계에서 시작된다. 감염을 일으킨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독성이 강하거나,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면 만성 중이염으로 이행되게 된다. 일단 만성으로 진행하면 약물치료는 일시적인 효과만 보이고 대부분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고막에 구멍이 없고 고막 내에 염증으로 인한 액체만 존재하는 경우 마취 후 고막을 절개해서 액체를 제거하고 고막 절개 부위로 신선한 공기가 공급되게 해준다. 고막에 구멍이 생긴 경우에는 귓구멍 속이나 귀 뒤로 절개를 하고 남아 있는 고막 부위를 귓구멍 뼈에서 분리해준다. 중이 내에 자리 잡고 있는 염증 조직들을 제거하고 소리를 전달하는 작은 뼈(이소골)들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는지 확인한 다음, 구멍 난 고막을 대신해 본인 귀 인근의 정상조직인 근막이나 연골을 이식한다.”


-만성 중이염의 합병증과 재발을 낮추기 위한 방법은 어떤 것이 있나.

“만성 중이염이 악화되면 난청이 올 수 있다. 또 고막에 구멍이 생기거나 고막 중 일부가 중이 쪽으로 유착돼 진주종이 생기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드물지만 염증이 달팽이관이나 두개골로 침범해 뇌막염이나 뇌농양 등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재발을 낮추기 위해서 수술 중에는 고막을 부드러운 근막이나 연골막보다는 연골 자체를 고막 모양으로 빚어서 이식하는 방법이 있다. 유양돌기를 제거한 부위를 빈 공간으로 두기보다는 건강한 뼈 조직으로 채워서 염증이 다시 자리 잡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코로나19 이후 개인위생을 잘 지키면서 중이염 발병이 줄었다. 그리고 환경적으로 만성 귀 질환에 가장 큰 적은 담배 연기이다. 간접흡연도 마찬가지로 피해야 한다.”


-이명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다. 원인은 무엇인지 어떤 치료가 효과적인가.

“흔히 ‘윙’, ‘삐’,하는 소리가 들린다고 호소한다. 대부분 본인만 느끼고 진찰이나 검사로 존재를 증명하는 방법은 아직 없어서 주관적 이명이라고 한다. 드물지만 실제로 본인 몸에서 소리가 나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객관적 이명이라고 한다. 객관적 이명은 귀 근처의 근육에 경련이 생기거나 귀 근처의 큰 혈관에서 혈류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 주관적 이명은 난청과 연관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돌발성 난청이나 중이염에 의한 난청 때문에 생긴 이명은 원인 질환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좋아진다. 하지만 소음성 난청, 노화성 난청처럼 원인을 교정할 수 없을 땐 이명으로 인한 괴로움을 줄이는 데에 집중하게 된다. 달팽이관 내에 혈액순환을 올리는 약물, 고실 내에 스테로이드 주입술, 소리치료, 전기나 자기장자극치료 등을 시행하게 된다.”


-부산 경남 최초로 이명에 대한 전기자극치료를 시도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적응증과 치료 성적을 소개해 달라.

“사람의 귀는 소리 자극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귀 근처에 있는 목이나 어깨의 근육통도 느낄 수 있는데 이러한 감각을 이용하는 것이 전기자극치료다. 몸의 다른 부위를 물리치료 할 때 시행하는 전기자극과 비슷한 것인데 귀에 맞도록 자극의 강도와 시간을 조절해서 이명이 있는 쪽의 귀를 자극하게 된다. 한 번에 약 5분 정도 시행하고 2주간 4회 정도 치료를 한다. 청력이 좋은 편인데 이명으로 불편을 느끼는 분이나 신경계의 적응력이 뛰어난 젊은 분들이 치료에 효과를 많이 보는 편이다. 이런 조건에 맞는 분들이라면 60% 정도는 호전된다. 난청에 동반된 이명은 대부분 효과가 미미해서 권하지 않는다.”


-귀에서 냄새나 고름이 나는 환자들이 꽤 많은데, 전이개 누공 절제술에 대해 설명해 달라.

“전이개 누공은 귓바퀴 앞쪽에 작은 구멍이 있는 선천성 질환이다. 작은 구멍을 따라 정상 피부의 내부에 피부 주머니가 있는데, 땀 같은 분비물이나 각질이 여기에 쌓여 냄새가 나게 된다. 구멍은 있으나 진물이 나오지 않는 분들은 피부 주머니가 아주 작은 분들로, 수술을 받지 않아도 되지만 진물이 나오는 분들은 주머니 속에서 말라붙게 되면 내부에 고름이 차게 된다. 이것을 막기 위해서는 피부 주머니 자체를 제거해야 하는데, 중학생 이상 정도가 되면 국소 마취로 20~30분이면 제거가 가능하다. 아주 어린 나이에는 전신마취가 필요할 수 있다.”


-수술 때 전이개 누공의 재발률을 낮추기 위해선 어떻게 하면 되나.

“수술할 때 단순히 피부 주머니만 제거하지 말고 염증을 일으킬만한 조직을 면밀하게 찾아서 제거해야 한다. 또 수술 후에 피가 고여 혈종이 생기면 재발이 굉장히 잘 된다. 피가 고이지 않도록 지혈하는 시술을 아주 꼼꼼히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만성 귀 질환으로 고생하고 있는 분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70대 이상의 어르신 중에 난청이 아주 심해서 보청기를 쓰셔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치료를 받지 않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귀 질환이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지만 귀찮거나 수술이 두려워 피하면 나중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그리고 오랫동안 귀 건강을 지키려면 담배를 우선 끊어야 한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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