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위험은 미세먼지의 1만 배… 부모·아이 환경교육 매우 중요”
차연근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 센터장
“안느 이달고 프랑스 파리시장은 시내 지상주차 공간 6만 개를 없애고 대신 자전거 도로를 대폭 늘리겠다는 공약으로 올 6월 재선에 성공했어요. 집, 학교, 일터에 자전거 또는 도보로 15분 내에 갈 수 있도록, 파리를 생태도시로 전환한다고 했죠. 세계 4대 ‘기후악당국’이라는 악명을 얻은 우리는 뭘 하고 있나요? 편리함을 내려놓을 생각을 하지 않고는 기후위기가 해결되지 않아요.”
기후위기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선생님들의 선생님’, 전국의 사례와 네트워크를 가진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 차연근 센터장((사)기후변화에너지대안센터 상임이사)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은 바다의 고래가 불쌍하다고 얘기하던 정도였다면 이제는 인간의 생존 문제를 걱정해야 될 때라는 것이다.
“기후 위기, 이젠 인간 생존 걱정할 때”
‘생명·공생 중시하는 삶’으로 바꿀 기회
“기후위기는 단지 기온이 높아지는 문제만은 아니에요. 폭우, 가뭄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심해지고 먹거리가 없어지고 코로나 같은 감염병이 활발해지고 해수면 상승으로 살 곳은 점점 없어질 거예요. 미세먼지 위험이 1이라면, 만 배나 큰 것이 기후위기예요. 미세먼지를 걱정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6만 건 올라와 있는데,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청원은 얼마나 되나요. 다들 북극의 얼음이 녹고, 섬이 잠기는 걸 남의 일로 생각해요. 기후변화는 너무 심각하지만 너무 늦게 체감이 돼요. 이미 손 쓸 수 없을 때요.”
차 센터장은 폐교를 환경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자는 제안을 김석준 교육감에게 처음 했고, 현재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를 위탁운영하고 있다. “처음엔 원전과 가까운 곳에 탈핵 학교를 만들자고 했는데, 반대만 하는 건 생태적이지 못한 방법이잖아요. 핵 얘기가 무시무시하기도 하고요. 반대로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를 전파하는 곳이 되어야겠다 싶었죠. 일광(日光)이 원래 태양의 잠재량이 가장 많은 곳이에요. 태양에너지, 풍력에너지에 더해 생태텃밭을 만들고, 페달을 밟아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자전거 발전기, 태양광 RC 자동차,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조리기 같은 적정기술들도 많이 구현해 뒀어요.”
시민단체가 실력 없단 소리 듣지 않으려고 센터 개소 전부터 자료 찾고, 연구하고, 현장에도 가보며 ‘학리’에 맞는 것들을 찾아냈다.
2017년 4월 문을 연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는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한 패시브 하우스로 지어졌다. 이곳에서 교사 연수, 학생 교육은 물론 탄소발자국 1일 캠프와 같은 가족 단위 교육도 이뤄진다. 학리에는 부산 뿐 아니라 울산의 교사들도 오고, 대학 교수들도 교육을 받기 위해 온다. 최근 센터 벤치마킹을 위해 노옥희 울산시교육감도 여러 차례 다녀갔다.
“아이들 교육을 해보면, 교사 성향에 따라 아이들 태도가 엄청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교사가 환경과 관련해 꼼꼼하게 챙기면, 아이들도 물건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대해요. 문재인 대통령도 ‘2050년 탄소 제로(탄소 중립)’를 선언했어요. 내년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의 핵심교육도 탄소제로캠프에요. 내가 탄소를 내놓은 만큼, 이를 상쇄하기 위해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를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해요.”
개인의 실천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단계는 넘어섰다고 생각하지만, 또 할 수 있는 게 개인의 실천 밖에 없다는 게 모순이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와 부모 교육은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했다.
“우스갯소리로 아무도 하지 못했던 걸 코로나가 했다는 얘기를 해요. 온실가스 6%가 줄어들었다고 하죠. 코로나를 계기로 우리 삶을 되돌아볼 수 있었고,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하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이익과 효율을 중시하는 삶에서 생명과 공생을 중시하는 삶으로의 전환, 지금이 마지막 기회예요.”
이현정 기자 edu@busan.com
이현정 기자 edu@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