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홍대용과 항주의 세 선비 / 김명호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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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용이 만난 세 선비와 ‘북경’

〈홍대용과 항주의 세 선비〉는 18세기 조선 사상의 큰 봉우리 홍대용의 북경 여행을 평전 방식으로 쓴 것이다. 홍대용이 청나라에 간 시기는 조선 근대화 시기와 맞물리며, 홍대용이 청나라에서 배운 것은 새로운 문물에 대한 ‘지리상의 발견’ 같은 거였다. 그 발견이 연암 박지원 등에게 이어져 북학 사상으로 발전해 나갔다. 홍대용은 1765~1766년 6개월간 외교 사절단에 참여한 북경 여행을 통해 세 권의 여행기를 썼다. 〈연기〉〈을병연행록〉〈간정필담〉이 그것.

책 제목에 보이는 ‘항주의 세 선비’는 홍대용과 고도의 지적 대화를 나눈 육비, 반정균, 엄성 등 세 명을 일컫는다. 이들과의 사상 교류가 〈간정필담〉의 주된 내용인데 책은 그 교류를 세밀히 복원했다. 홍대용이 파악한 청나라 문물의 근본 특징은 ‘대규모 세심법’이다. 청 문물은 광대하면서도 정밀한 심법(心法), 요컨대 웅장함 엄정함 정밀함 간편함을 갖추었다는 거다.

그것의 바탕에는 고증학도 있었는데 이들을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 조선의 북학 사상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홍대용은 ‘대규모 세심법’의 청 문물은 만주족의 것이 아니라 유래 깊은 중화 문물로 간주했다. 청 왕조와 분리해서 넓은 의미의 중화 문물로 봤던 것이다. 그렇게 존명배청주의를 피한 거였다. 김명호 지음/돌베개/864쪽/4만 5000원. 최학림 선임기자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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