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수록 +] 우리 몸 구멍 속 미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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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호의 미생물 이야기(19)

지난 회까지 외부와 접하는 신체기관 중 입, 위, 장 등에 서식하는 미생물에 대해 썼다. 거의 다 쓴 것 같으나 아직 남아 있는 듯해서 추가한다. 우리 몸에는 소위 구멍이라 표현하는 기관이 여럿 있다. 이 명칭은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이름이다. 머리에서부터 눈구멍, 귓구멍, 콧구멍, 목구멍, 숨구멍, 배꼽구멍(뱃구멍), 똥구멍, 요도(구멍), 질(구멍) 등이다. 이들 각 구멍에도 예외 없이 미생물이 서식한다. 항상 상재(常在)하는 미생물도 있고, 가만 엎드려 있다가 몸이 나빠지면 병을 일으키는 기회성균, 없다가 외부로부터 침입하여 탈을 내는 것 등 그 종류는 다양하다. 이들 미생물의 분포는 숙주의 건강, 나이, 위생 등에 따라 개인차가 심해 그 종류나 숫자는 특정 지을 수 없다. 어떤 것들이 있나 보자.


눈구멍 ; 상시적인 미생물 균총은 없지만 경우에 따라서 많은 미생물이 발견된다. 눈은 공기와 먼지 등에 항상 노출되기 때문에 감염의 위험성은 매우 높다. 하지만 눈병이 자주 발생하지는 않는다. 눈물이 먼지 등을 씻어내기 때문이다. 또한 눈물 속에 박테리아를 녹이는 강력한 효소(라이소자임·lysozyme)가 있는 것도 눈병이 자주 발생하지 않는 이유다. 이 효소는 눈물에 가장 많고 콧물과 침에도 있다. 이를 이겨내는 미생물이 눈 속에 들어오면 눈병으로 발전한다. 결막염이 자주 발생하는 눈병이고 세균성과 바이러스성이 있다.


귓구멍 ; 건조한 상태에서는 미생물이 생육하지 않는다. 목욕 등에 의해 물이 귀로 들어가 습한 상태가 되면 급격하게 미생물이 증가해 귀앓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귀속 귀지는 땀샘이나 이도선의 분비물과 박리된 표피에 의해 만들어지며 경우에 따라서는 상당한 미생물도 섞여있다. 귓병 중에는 중이염이라는 것이 있다. 고막 안쪽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기는 질병이다. 고막에 구멍이 나 진물, 고름과 같은 분비물이 동반되는 세균성 질환이다.


콧구멍 ; 무수한 미생물이 코 속 점막과 털에 붙어산다. 들이쉬는 공기나 먼지 등을 통해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 콧물이 나오는 것은 방어 기전이다. 온도와 습도조절의 기능, 비강 안으로 들어오는 작은 크기의 이물들을 포획하거나 용해시켜 체외로 배출하는 자정작용 등을 한다. 특히 용균효소인 라이소자임이 섞여있어 세균을 녹여 없앤다. 먼지 등과 함께 통과한 것은 기관지나 폐까지 도달하여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가끔 광대뼈 밑의 공기주머니(부비동)에 침입하여 염증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이게 축농증이다. 원인은 감기, 비염, 구조적 이상 등에 의한다. 증상이 심하면 농이 고이고 치료가 어렵다. 비염은 외부로부터의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알레르기로서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이다.


목구멍 ; 목구멍을 인후라 한다. 호흡하는 코와 연결돼 있어 다양한 미생물이 존재한다. 목구멍에 질병이 있으면 재치기나 기침을 통해 폐나 기관지에 있는 미생물까지 동시에 배출된다. 이번 코로나에도 이런 비말이 감염의 주원인으로 지목됐다. 서식하는 종류는 대개 세균과 바이러스다. 이렇게 많은 미생물도 보통 때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다가 면역체계에 이상이 생기거나 몸 상태가 나빠지면 기회성감염균에 의해 병변이 나타난다. 인두와 후두에 생긴 염증을 인후염이라 한다. 바이러스나 세균에 의하며 급성과 만성이 있다.


숨구멍 ; 보통 기도를 의미한다. 상부(후두)까지는 미생물이 서식하나 기관지의 하부와 폐 속에는 보통 미생물이 없다. 물론 기관지염이나 폐결핵환자는 예외다. 이들은 상재균이 아니라 기회성이거나 외부로부터 침입하여 발생한다. 폐렴을 뉴모니아(Pneumonia)라고도 하는데 이는 원인세균의 이름(종명)을 딴 것으로 위험한 질병으로 친다. 세균과 바이러스성으로 예방백신까지 나와 있다. 기관지 천식은 미생물이 원인이 아니라 알레르기성 자가면역질환이다.


배꼽(뱃구멍) ; 이름이 그렇지 실제는 막혀 있으니 구멍이랄 것도 없다. 상시적으로 생육하는 미생물은 없으며 물기가 있을 시는 잠시 미생물이 증식한다. 주름진 곳에 때가 끼는 것은 씻기 까다로운 부위라 그렇고, 목욕이나 땀으로 습기가 유지되기 때문에 미생물이 번식하여 때 속에는 미생물이 많이 섞여있을 수는 있다.


똥구멍 ; 이 부위는 대장의 일부라 설명할 필요도 없으나, 대장하고는 구조가 조금 달라 미생물 분포는 다를 수 있다. 항문의 바로 위 부분을 직장이라 하며 대변은 없이 비어있고, 점막으로 되어 있는 독특한 구조이다. 대장처럼 미생물이 왕성하게 번식하지 않고 숫자도 많지 않으며 정상균총도 없다. 치질이 이 부위에 발생하며 미생물에 의해 염증이 생기기도 한다.


요도(구멍) ; 통상은 구멍이라 하지 않고 요도라 부른다. 남자의 요도는 여자보다 길다. 그래서 남자가 오줌도 잘 참는다는 설이 있다. 요도의 중간부위까지는 미생물이 살고 있으나, 방광에 가까워질수록 무균상태가 유지된다. 하지만 어떤 원인에 의해 기회성 감염을 일으키면 방광염이 일어나기도 한다. 요도에 염증이 생기는 병을 요로감염이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임질이다. 임질은 임균(Neisseria gonorrhea)에 의하며 우리 몸 여러 곳에 침범하여 감염을 일으킬 수도 있으나, 주로 요도염이나 자궁경부염 등을 잘 일으킨다. 성 접촉에 의해 전염되지만 가끔 입이나 항문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 요즘은 흔하지 않지만 매독이라는 성병이 있다. 성관계에 의해 주로 감염되나 모체에서 태아로 전파되는 경우도 있다. 염증을 일으키는 세균성 질환이다.


질(구멍) : 여자의 질속을 뜻한다. 여기에도 많은 미생물이 산다. 정상균총이 유지될 때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어떤 요인에 의해 환경이 바뀌면 냉증이나 염증 등의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 정상인의 질속은 상재균에 의해 적당한 환경이 유지되면서 유해균의 중식이 억제된다. 즉, 질 속에 서식하는 유산균에 의해 환경을 약산성으로 만들어 병원균의 생육을 억제한다는 것이다. 여성병의 치료에 살아있는 유산균을 질 속에 넣어주는 방법이 있다. 세균성 질염은 보통항생제로 치료가 되지만, 심할 경우는 대변이식처럼 건강한 사람의 질액을 이식하는, 즉 미생물이식이라는 치료법을 쓰기도 한다.


질의 안쪽에 자궁이라는 곳이 있다. 생식(生殖)을 위한 기관이다. 구멍이라고는 하지 않지만 질의 연장선상에 있어 외부와 접촉하는 부위다. 상재미생물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있다 없다'로 갈린다. 가끔 세균감염에 의해 염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관련 질병으로는 자궁근종, 자궁경부암 등이 있다. 발병원인은 아직 밝혀져 있지 않지만 바이러스에 의한다는 설이 지지를 받는 정도다. 백신도 나와 있다.


땀구멍, 털구멍 ; 마지막으로 피부에 나있는 구멍 아닌 구멍이다. 우리의 피부에는 많은 미생물이 있다. 피부는 보통 건조한 상태라 미생물은 잘 생육하지 않고 그냥 붙어있는 정도다. 그러나 땀이 나거나 수분이 공급될 경우는 급속도로 증가한다. 그래도 피부는 미생물의 침입을 막는 물리적인 방어작용(케라틴 등)이 있어 피부병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단 상처가 나면 염증과 질병으로 발전한다. 버짐, 부스럼도 미생물이 원인이다.


한편, 피부 속 미생물이 가장 많은 곳은 땀구멍(땀샘)과 털구멍(모공)이다. 촉촉한 수분을 동반하기 때문에 서식지로서는 최고의 환경이다. 겨드랑이나 사타구니는 항상 습한 상태이고, 땀에 섞여 분비되는 먹이가 있어 특히 미생물의 번식이 왕성하다. 땀내나 불쾌 취(암내 등)도 미생물에 의한다. 신발이나 발 냄새도 미생물이 원인이다. 꽉 동여맨 신발은 수분의 증발을 막기 때문에 무좀 곰팡이가 좋아하는 공간이 된다.


땀샘과 모공이 피지 같은 분비물에 막혀 염증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이게 여드름이다. 피지 분비가 왕성한 사춘기에 가장 심하다. 심한 염증을 동반하기도 해 흉터로 남는 경우도 있다. 피부 속 미생물의 번식을 막기 위해서는 건조가 가장 중요하다.


요즘 예기치 않게 코로나로 손 씻기가 일상화됐다. 덕분에 그 흔하던 감기가 사라졌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손은 외부와의 접촉이 가장 심한 곳이라 잡다하고 위험한 미생물이 옮겨 다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많은 질병의 매개체가 손이기 때문이다. 요즘 게으른 나도 하루에 족히 열 번은 손을 씻는다. 손이 닳을까 걱정(?)이다. 다음 주제는 '미생물의 요격무기 항생제'에 대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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