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저대교 논란 속 식만~사상 간 도로 분리 착공 추진…“가능 구간 먼저 착공” vs “전체 환경조사부터” 팽팽
낙동강하류철새도래지는 천연기념물 제179호(1966년 지정)다. 그 자체가 문화재인 것이다. 여느 하구습지와 달리 도시와 가까워 천혜의 자연을 쉽게 누릴 수 있는 반면, 보존과 개발이라는 가치가 수시로 충돌하는 곳이기도 하다. 개발해야 할 때는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고, 이를 위한 조사와 공론화, 허가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는 지역 사회가 축적해 온 전통이다.
대저대교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대저대교는 ‘식만~사상 간 도로’ 중 낙동강 본류에 계획된 다리다. ‘거짓’ 환경영향평가가 발단이 됐다. 부산시는 환경조사는 하되 나머지 구간은 먼저 착공하자는 입장이다. 환경부도 환경영향평가를 분리해 협의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 환경단체는 구간 쪼개기는 안 되고 꼼꼼한 재조사가 먼저라고 맞선다. 관련 쟁점을 짚어 본다.
‘거짓 환경평가’ 파장 사업 지연
서낙동강 4㎞ 구간 선착공 추진
낙동강 하류 개발-보존 또 충돌
부산시
동서축 교통량 분산 위해 필요
문제 드러나면 노선 조정 검토
환경단체
공사 구간 쪼개기 명백한 편법
전 지역 멸종위기종 조사 필수
■낙동강 횡단 교통량 분산
식만~사상 간 도로는 강서구 식만동 식만JCT와 사상구 삼락동 사상공단을 잇는 길이 8.24km의 4차로 도로다. 부산의 5번째 동서축 간선도로망(식만~사상~하마정) 중 일부다. 서낙동강과 낙동강을 지난다. 낙동강을 건너는 다리가 바로 대저대교(1835m)다. 당초 사업기간은 2014년부터 2024년까지였다. 총 공사비는 3956억 원이다.
2006년 8월 국토교통부의 ‘교통혼잡도로 개선사업’에 선정되면서 본격화했다. 2010년 4월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도 통과했다. 정부가 도로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혼잡도로’는 공사비의 50%가 국비에서 지원된다. 그 뒤 기본설계와 전략환경영향평가를 거쳐 2017년 11월 롯데건설 컨소시엄이 실시설계 적격자(설계와 시공)로 선정됐다.
강서구 지역에는 대규모 개발이 한창이다. 에코델타시티(357만 평), 연구개발특구(172만 평), 복합산업유통단지(71만 평), 명지지구(58만 평) 등이 대표적이다. 부산권역 8개 낙동강 횡단교량의 하루 통행량은 56만 2000대(2018년 기준). 부산시는 2025년에 69만 9000대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약 24.7%가 늘어나는 것이다. 낙동강을 건너는 교통량을 분산하기 위한 추가 교량 건설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배경이다. 그렇게 추진되는 것이 식만~사상 간 도로다. 부산과 김해를 연결하는 국도14호선 혼잡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시는 환경영향평가 협의와 도로구역결정을 거쳐 다음 달 착공하겠다는 구상이다. 부산시 최대경 도시계획실장은 “환경영향평가 보완 절차를 밟느라 1년 정도 걸렸기 때문에 준공도 2025년 연말 정도로 늦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본류 환경 조사 재실시
환경단체 입장은 약간 다르다. 철새 등의 서식지 훼손을 우려해 낙동강 횡단교 건설에 대해 부정적이다. 이들은 대저대교 공사 구간에 서식하는 큰고니, 대모잠자리 등 보호종이 60종이 넘는 것으로 본다. 전 구간에 매, 두루미, 독수리, 기러기, 큰고니 등 멸종위기종이 있다고 강조한다. 이런 상황에서 2018년 9월 제출된 환경영향평가서의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됐다.
올 6월 9일 낙동강유역환경청은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서를 다시 제출하라고 부산시에 반려했다. 환경영향평가에서 ‘거짓’이 있었다고 의결한 것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 환경평가과 관계자는 지난 12일 “생태조사 전체가 제대로 안 돼 제출된 환경영향평가서 전체를 ‘거짓’으로 의결했다”며 “2018년 말 법이 개정돼 ‘거짓·부실위원회’가 만들어진 뒤 전국적으로 거짓 의결된 경우가 몇 건 있었다”고 말했다. 환경영향평가 생태조사를 했던 회사는 영업정지, 형사 고발, 벌점 등의 조치를 받았다고 부산시는 밝혔다. 낙동강하구살리기전국시민행동 박중록 공동집행위원장은 “환경영향평가서가 현장 조사를 하지 않고 거짓으로 작성됐다”며 “환경영향평가 조사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 6월 부산시, 환경단체, 낙동강유역환경청 사이에 의미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이 사업을 1·2단계로 나눠, 1단계 서낙동강 구간에 대해서는 우선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실시하고, 2단계 낙동강 본류에 대해서는 겨울 철새 공동조사(이달~내년 3월)를 하는 방안이었다. 환경단체가 공동조사에 참여하기로 한 것은 의미가 크다고 부산시는 평가한다. 아직 조사 구역, 조사 방법에 대한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는 못했다. 이번 주 공동조사 전문가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부분 착공” vs “조사 선결”
지난달 부산시는 서낙동강 구간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낙동강유역환경청에 다시 신청했다. 공구를 2개로 나눠 대저대교 구간을 뺀 나머지 서낙동강 구간(식만JCT~평강교차로·4km)에 대해 1단계로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밟고 공사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이어 2단계로 낙동강 본류 겨울 철새에 대한 공동조사를 내년 3월까지 실시할 계획이다.
부산시 최대경 도시계획실장은 “기존 환경영향평가에서 서낙동강 구간에 대해서는 별 문제가 없었다”며 “공구를 나눠 서낙동강 구간은 먼저 착공하고, 낙동강 본류에 대한 조사는 이달에 시작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최 실장은 “서낙동강 구간은 거의 평면이기 때문에 환경 영향이 덜하고 부분 개통해도 그 자체가 도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며 “착공했다고 해서 곧바로 공사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고 보상 등의 절차가 1년 남짓 걸린다”고 덧붙였다.
환경단체는 구간 쪼개기는 편법이라며 ‘선 환경조사, 후 착공 여부 결정’을 주장한다. 올 7월 7일 낙동강하구살리기전국시민행동은 부산시청 앞에서 구간 쪼개기 반대 집회를 열기도 했다. 나아가 대저대교 구간뿐만 아니라 전 구간에 대한 멸종위기종에 대한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중록 공동집행위원장은 “일부 구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결정되면 다른 구간 영향이 불가피한데, 철새 조사를 하는 중에 구간을 쪼개 일부를 먼저 착공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환경부에 구간 쪼개기가 적절한지 질의하고, 행정심판을 청구하는 방안까지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부 “법 위반 아니야”
환경부는 구간을 나눠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진행하는 것은 법 위반이 아니라고 밝힌다.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지난 12일 “환경영향평가를 피하기 위해 구간을 잘게 자르는 것이라면 몰라도 이번 경우는 구간을 나눠도 평가 대상이 되기 때문에 법 위반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1단계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진행할 것이며, 2단계는 조사를 진행한 뒤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1단계 구간 평가는 관련 기관의 의견을 취합 중”이라고 덧붙였다.
부산시는 낙동강 본류에 대해 조사 결과, 환경적으로 문제가 확인되면 추가 보완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힌다. 그 대책에는 ‘노선 조정’까지 포함된다. 이미 기존 환경영향평가서의 거짓·부실이 확인된 만큼 부산시에서도 환경단체의 비판을 적극 수용하려는 자세다. 최대경 도시계획실장은 “생태에 대한 조사를 철저히 진행해 습지를 복원하는 등 환경영향 저감 대책을 세우겠다”며 “만약 노선을 변경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한다면 (노선이 굽은)을숙도대교처럼 갈 수도 있다”고 밝혔다.
롯데건설 컨소시엄에 참여한 협성종합건업 이일희 부사장은 “공동조사가 이뤄지는 곳은 동쪽 대저대교 구간이기 때문에 1단계 서낙동강 구간이 먼저 착공하더라도 연결에는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노선 조정에는 비용과 시간도 들지만 또 다른 환경적 영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다각도로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마선 기자 msk@busan.com
김마선 기자 m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