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위의 로망 나는 오늘도 자유를 탄다
바이크 라이딩
코로나19로 인해 모임은 취소되고 여행은 부담스러워졌다. 답답한 일상을 버티기 위해 사람들은 각자만의 탈출구를 찾기 시작했다. 온몸으로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길 위의 여행, 바이크 라이딩이 인기를 끌고 있다.
코로나 시대 답답한 일상 탈출구 역할
헬멧 블루투스로 대화, 거리 두기 가능
동호회 등 최근 여성 라이더도 늘어
영남알프스 등 라이딩 명소 투어 인기
■날개를 얻었어요!
2개의 바퀴를 가진 ‘오토바이’는 한국에서 오랜 시간 배달의 도구이자 이동수단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다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10여 년 전부터 레저로 바이크를 즐기기 시작했고 올해 ‘바이크 라이딩’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불경기에도 바이크 판매는 가파른 증가세를 보일 정도이다. 심지어 인기 모델은 상품이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있다.
지리산 지안재 투어 중 잠시 쉬고 있는 바이크. 아래 작은 사진들은 국내외 바이크 투어 모습. 할리데이비슨 부산점·모터라드부산· 오토바이타고 세계여행 제공
“레저용 바이크로 유명한 모델의 이름이 날개(윙)랍니다. 그 제품 광고에 ‘당신은 오늘 날개를 얻었습니다’라는 문구가 나와요. 바이크를 타는 느낌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2005년부터 지금까지 15년째 바이크동호회를 운영하고 있고 현재 BMW오토바이를 판매하는 모터라드부산 박경수 본부장의 설명이다. 박 본부장은 바이크 열풍을 체감하고 있다.
“자동차와 달리 바이크는 온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개방감이 있죠. 특히 코너를 돌 때 바이크는 비행기처럼 회전하며 시공을 초월하는 짜릿함이 있습니다. 자동차여행이 목적지를 찍는 여행이라면, 바이크 투어는 길 위의 모든 과정을 몸으로 느끼는 여행이죠. 새로운 패러다임의 여행이기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바이크 라이딩은 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이들에게 환영받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 캐스팅, 차트 순위 경쟁에 내몰리는 연예계, 방송계에 바이크 마니아들이 유독 많다.
독고영재, 최민수부터 송재림, 오정연, 최강희, 노홍철, 유승호, 지연까지 나이에 상관없이 많은 이들이 자신의 SNS에 바이크 라이딩 사진을 올리며 바이크 마니아를 인증하고 있다.
60대 후반의 원로 배우 독고영재는 40여 년 바이크 라이딩을 즐겨 온 유명한 바이크 마니아이다. 그는 “바이크를 타면 오감을 다 쓴다. 손발을 다 사용해야 하고 이륜이다 보니 끊임없이 균형감을 익히게 된다. 아주 좋은 취미이자 운동이다”고 소개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바이크 커뮤니티 ‘바튜매’는 회원이 5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2020년 바이크 열풍을 짐작할 수 있다.
■여성들, 커플로 즐기는 이들 증가
“공부해서 대학 갔고 졸업 후 안정된 직장에 들어갔죠. 직장생활도 무난히 잘했고, 반려동물과 즐겁게 살았죠. 고양이, 책, 영화, 좋은 친구들, 건강, 경제력까지 다 있는데 만족스럽지 않은 느낌이 있었어요. 무탈하지만 공허한 느낌. 바이크를 만나 비로소 그 빈틈이 채워졌고 행복의 총량이 커졌습니다. 팽팽했던 내 삶이 조금 느슨해지는 기분입니다.”
40대 비혼여성으로 최근 <그동안 뭐 하고 살았지 바이크도 안 타고>라는 책을 출간한 유주희 작가. 유 작가는 책에서 바이크를 만나 얼마나 인생이 행복해졌는지 고백한다. 이 좋은 바이크를 더 오래 타기 위해 체력과 정신력을 무장하며 나이 듦에 대한 두려움까지 사라졌단다.
실제로 바이크 동호회와 밴드에는 여성 회원들이 증가하고 있고 여성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여성 바이크 투어 프로그램도 늘고 있다. 부부가 함께 바이크를 즐기며 이를 SNS와 유튜브에 소개하는 경우도 있다.
바이크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늘며 모터라드부산을 비롯해 할리데이비슨 부산점에선 바이크 초보를 교육하는 아카데미 프로그램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할리데이비슨 부산점에서 바이크 교육과 투어를 담당하는 김준영 대리는 “바이크 투어는 속도감을 즐기는 것보다 개방감, 고독, 바이크 진동, 감성에서 더 재미를 느낀다. 레저로서 바이크를 즐기는 사람들의 특징이다. 요즘에는 바이크 교육을 통해 안전하게 운전하는 스타일을 먼저 익히고 투어를 통해 건전한 레저로 바이크를 접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여러 명이 투어에 참여한다고 해도 헬멧에 달린 블루투스로 대화하기 때문에 거리두기가 가능해 코로나 시대, 매력적인 취미로 인정받고 있다.
■근교부터 대륙횡단 투어도 인기
바이크 라이딩을 즐기는 이들은 가까운 근교 여행부터 멀리 대륙횡단 여행까지 다닌다. 물론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외국 여행은 상황이 여의치 않아 주로 국내 투어를 한다.
근교 바이크 투어 명소로는 밀양댐 영남알프스, 운문댐, 천왕재, 경주 토함산, 남해안과 거제 통영, 남해 독일마을 등이 꼽히며 동해안 감포와 호미곶, 지리산도 바이크 마니아들이 추천하는 길이다.
바이크를 배에 싣고 가서 제주도를 일주하는 바이크 여행도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부부, 커플 바이크 라이더들이 제주 바이크 일주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크 투어 붐이 일며 바이크 전용 휴식공간도 생기고 있다. BMW모토라드는 합천에 BMW카페모토라드를 최근 열었다. 전국에서 가장 큰 바이크 전용 카페로 BMW오토바이 소유자뿐만 아니라 바이크 라이더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바이크 커뮤니티 ‘오토바이타고 세계여행’은 밴드와 유튜브에 국내외 바이크 투어 영상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투어를 함께 떠날 이들을 모집하기도 하며 바이크 투어 코스를 개발해 공유하기도 한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올해는 외국으로 바이크 여행을 가지 못했지만, 국내보다 여건이 훨씬 좋은 외국으로 바이크 투어를 떠나는 이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바이크 라이더들 사이에선 알프스 지역이 꿈의 코스로 불리며 일본은 페리에 오토바이를 싣고 가고 있다. 할리데이비슨 라이더들은 매년 미국에서 열리는 할리 투어 프로그램에 참가하기도 한다.
사단법인 트랜스유라시아는 매년 한국에서 출발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러시아와 북유럽을 횡단하는 트랜스 유라시아랠리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지원 차량과 백업 장비까지 함께 가는 바이크 전문 투어로 광활한 러시아와 북유럽의 정서를 느끼며 2만 킬로의 길을 달리게 된다.
2021년 트랜스 유라시아피스랠리 설명회가 오는 25일 오후 7시 부산관광기업지원센터에서, 12월 2일에는 경기 성남의 BMW호켄하임 모토라드에서 열린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