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O 기존선박 연비 규제에 조선·해운업계 희비 엇갈릴 듯
국제해사기구(IMO)가 온실가스 등 대기오염물질 배출 규제를 기존 선박으로 확대하면서 조선·해운업계의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26일 트레이드윈즈 등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IMO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는 지난주 75차 총회에서 기존 선박에 신조선 수준의 연료 효율(연비) 규제를 적용하는 '선박 대기오염 방지 규칙'(MARPOL Annex VI) 개정에 합의했다.
IMO는 2030년까지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최소 40%로 줄인다는 목표를 세우고, 2014년 이후 발주된 선박에는 단계별로 저감 목표치를 정하고, 선박 설계 단계부터 목표치를 충족하도록 하는 선박제조연비지수(EEDI) 규제를 적용 중이다.
이번 개정안은 EEDI가 적용되지 않았던 2014년 이전 발주 선박을 대상으로 오는 2023년부터 기존선박연비지수(EEXI·Energy Efficiency Existing Ship Index)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만약 개정안이 내년 6월 MEPC 76차 총회에서 채택되면 2023년 1월부터 기존 선박은 연비에 따라 A~E 등급으로 나뉘고, D와 E등급은 출력제한, 즉 속도제한을 받게 된다.
속도를 제한해 연료 사용이 감소하면 그만큼 오염물질을 줄일 수 있다는 취지다.
조선업계는 이러한 규제를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기존 노후선박이 규제에 따라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선 대안 연료를 사용하거나 개조 공사로 배출 저감 장치를 탑재해야 한다.
하지만 선주들이 비용을 들여 노후선박을 개조하기보단 선박을 폐선하고 새 선박을 발주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 전망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 규제 내용이 확정된 것은 아니어서 발주로 이어질지는 확실치 않지만 좋은 징조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규제는 해운업계에는 다소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조선 비중이 높고 정해진 노선으로 운항하는 컨테이너선보다는 상대적으로 노후선이 많고 계약기간에 따라 운항 속도 조절이 필요한 벌크선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이미 많은 선박이 감속 운항을 하고 있어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지만 노후선박엔 출력과 속도제한은 대단히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환 선임기자 jhwan@busan.com
이주환 선임기자 jhwa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