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원권 돌지 않는 이유도 '코로나
상거래 부진에 환수율 25.4%
2009년 6월 이후 최저 수준
한국은행은 최근 급격히 떨어진 5만 원권의 환수율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지하경제 유입에 따른 현상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은은 30일 '코로나19 이후 5만 원권 환수율 평가 및 시사점'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한은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5만 원권의 순발행액(발행액-환수액)이 늘어나 환수율이 빠른 속도로 하락했다. 환수율은 특정 기간의 발행액 대비 환수액의 비율이다.
올해 1∼10월 5만 원권의 발행액은 21조 9000억 원, 환수액은 5조 6000억 원으로 환수율은 25.4%에 그쳤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39.4%포인트(p)나 내린 값이다. 이런 환수율은 5만원권을 처음 발행한 2009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발행액과 환수액이 모두 줄어든 과거 위기 때와는 달리 발행은 늘어나는데, 한은으로 돌아오는 환수액만 큰 폭 감소하는 것도 코로나19 확산 이후의 특징이다.
한은은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우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숙박 및 음식점업, 여가 서비스업의 대면 상거래 부진을 꼽았다.
숙박 및 음식점업이나 여가 서비스업은 자영업자 비중이 큰데 업황이 부진해지면서 5만 원권이 돌아오는 길이 막혔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이들 업종은 과거보다 신용카드 거래가 많이 늘었다고 해도 아직 현금 사용 비중이 크다"며 "자영업자의 3분의 2 이상이 정기적 또는 비정기적으로 금융기관에 현금을 입금하고, 입금액이나 빈도도 상대적으로 높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또 불확실성에 따른 예비용 수요의 증가도 5만 원권 환수율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대면 상거래 부진으로 5만 원권 환수액은 줄었으나 안전자산 선호 등 예비용 수요로 발행액은 늘었다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예비용 수요가 증가한 것은 코로나19 이후 시중 유동성이 많이 증가한 상황에서 저금리 등으로 현금 보유 성향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확산 이후 고액권 수요 증가와 환수율 하락은 주요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며 "단기간에 크게 하락한 5만 원권 환수율은 지하경제 유입 등의 구조적 문제라기보다 예비용 수요 확대 등 경제적 충격이 크게 작용한 데 주로 기인했다"고 덧붙였다.
이주환 선임기자 jhwan@busan.com
이주환 선임기자 jhwa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