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판] 보이스피싱 사기범 '뒤흔든' 엄마의 '재치'

장혜진 부산닷컴 기자 jjang5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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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보이스피싱에서 재치있게 빠져나간 엄마의 임기응변 대처능력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다.

4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게시판에는 '33세 모쏠(모태솔로) 아들한테 갑자기 연락 왔다'는 제목의 사연이 게재됐다.

4장의 사진으로 공개된 사연 속 보이스피싱 사기범은 아들로 사칭해 엄마로 보이는 이에게 "엄마, 나 핸드폰 고장 나서 센터 수리 맡겨놓고 컴퓨터로 문자 보내고 있어. 확인하고 답장 줘"라는 문자를 보냈다.

이에 엄마는 곧바로 "응. 무슨일이니"라고 답했고, 사기범은 "통화 중 떨어뜨려서 (휴대전화) 액정이 (나)갔어. 수리 맡겼으니 괜찮아. 그래서 말인데 부탁 하나 하려고 그래"라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엄마가 "응. 무슨 부탁이니"라고 재차 물었고, 일당은 "나, 온라인으로 문화상품권 신청해야 하는데, 내 명의로 안돼. 엄마 명의로 신청하면 안 될까?"라며 본색을 드러냈다.

이윽고 "(그렇게) 해!"라는 엄마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사기범 일당은 "일단, 엄마 신분증이랑 카드 앞뒤면 사진 찍어 보내줘. 그럼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답했지만, 생각만큼 엄마의 신분증 사진이 빨리 오지 않자 "엄마, 아직이야?"라고 재촉했다. 그제야 보이스피싱 낌새를 알아챈 엄마는 "사진 찍고 있다"라며 시간을 벌며 손수 마오쩌둥(중국의 근현대 정치가) 얼굴이 담긴 신분증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런 사실도 모른 채 사기범은 "그럼 잘 보이게 사진 찍어서 여기로 보내줘"라며 다시 한번 엄마에게 강조했다.

그리고 잠시 뒤 엄마는 사기범 일당에 '마오쩌둥'이 그려진 '그림 신분증'을 보냈다. 신분증에는 이름 마오쩌둥, 주소는 '천안문 103도 402호', 발급날짜는 '2020년 12월 4일', 발급처는 티베트의 독립을 염원하는 'Free Tibet'이 적혀있었다. 결국 보이스피싱을 알아차린 엄마가 사기범 일당을 오히려 태연하게 속이며 위기에서 탈출한 셈이 됐다.

해당 사연에 누리꾼은 "'천안문 103동 402호' 우습다", "그림 잘 그렸다", "고갱(고객)님 당황하셨죠?", "저런 (보이스피싱) 문자 받으면 저 그림 써도 될까?", "내 주위에도 지금 저런 문자 많이 오던데, 걸려드는 사람이 있다는 게 너무 아쉽다", "얼마 전 나도 같은 문자를 받았다. 수법도 똑같은데 참 멍청하다. 저희 어머니는 저 문자 받고 확인 전화하셨다", "근데 저거 진짜 믿는 사람 은근 많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경찰 관계자는 이런 보이스피싱과 관련해 "URL이 포함된 택배 배송 관련이나 카드 결제 문자가 올 경우 고객센터로 직접 전화해 확인하는 게 좋다"며 "돈을 요구하는 지인 메시지를 받았을 때도 반드시 전화를 걸어 확인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혜진 부산닷컴 기자 jjang55@busan.com



장혜진 부산닷컴 기자 jjang5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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