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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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형 소설집 ‘봄밤을 거슬러’

부산의 정미형(57) 소설가가 두 번째 소설집 〈봄밤을 거슬러〉(산지니)를 냈다. 첫 소설집 출간 이후 3년 만에 일곱 편을 묶었다.

그는 “내 소설은 모두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인생은 고단하다’(148쪽), ‘세상 힘 안 드는 곳이 어디냐’(178쪽), ‘그렇게 일상이 사라져버릴 수 있다는 것’(95쪽). 이런 문장들이 그의 소설 심부에 있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얘기, 그것은 매우 흔한 얘기가 아닌가? 그는 “그렇기에 보편적인 문제”라고 했다. 지난해 현진건문학상 공동우수상을 수상한 ‘봄밤을 거슬러’에 나오는 구절은 삶의 끝을 신비롭다고까지 말한다. ‘삶의 끝에 기다리고 있는 그것이 무섭기도 했지만 무한히 신비롭기도 했다. 정말 삶의 끝은 어디서 어떻게 다가올 것인가?’ 시적인 이미지를 느끼게 하는 ‘벽 속으로 사라진 남편’은 거대한 현대 세계에 편입하지 못하고 부스러진 존재를 말하는 거란다. “이미지에 기대 쓰는 방식은 저의 식성이고 습성이에요.” 그의 소설에서 ‘못 자국’은 만만찮은 세월의 훈장을 뜻하고, ‘고무나무’는 넓은 잎사귀 때문에 무슨 이야기든지 들어줄 거 같은 나무다.

그의 단편은 많은 삽화들이 들어가는 편이다. 많은 삽화는 볼륨감을 줄 수 있는 반면 자칫 작품의 통일성을 해치며 산만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지 않은가? 그는 “내가 소설이라는 건축물을 짓는 방식이 그러하다. 아직도 나는 내 방식을 찾는 중”이라고 했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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