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경성대, SPQ(사상성격검사) 검사도구 국내 첫 출시
부산대 채한 교수, 경성대 이수진 교수…사상의학 SCI논문 게재 등 20년 연구성과
개인 행동·인지·정서 분석해 음인·평인·양인 구분, 생리심리 프로파일링
부산대학교와 경성대학교 공동연구진이 음양(陰陽)에 따른 심리 기제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SPQ(사상성격검사)’ 검사도구를 국내 처음으로 개발 출시했다. 코로나 시대의 비대면 진료와 상담, 양·한방 협진 등 다양한 교육 및 임상 현장에서의 적용이 기대된다.
부산대학교 한의학과 채한 교수와 경성대학교 심리학과 이수진 교수는 사상 체질과 음양에 있어서 개인의 고유한 기질을 측정하는 다차원적 생리심리검사인 「SPQ(사상성격검사, Sasang Personality Questionnaire)」를 시행하는 검사도구를 개발해 최근 출시했다고 9일 밝혔다.
‘음양’은 동양을 대표하는 가장 오래된 이론으로, 인간의 심리와 건강에 대한 정수를 담고 있다. 많은 의료기관 및 교육기관에서 몸과 마음의 건강한 발달을 돕기 위해 활용하고자 해 왔으나, 음양 심리를 측정하는 객관적인 검사가 개발되지 못해 그 사용이 매우 제한적이었다.
이번에 한의SPQ를 개발한 채한·이수진 교수 부부는 지난 20년간 한의학·심리학 융합 연구를 진행해 왔으며, 2003년 국내 최초로 사상의학을 해외 SCI급 논문에 소개하기도 했다.
음양은 서로 정반대이면서 균형과 조화의 보완적인 관계를 말한다. 연구팀은 지난 연구를 통해 미국 워싱턴대 신경정신과 클로닌저 교수의 생물심리학적 기질이론을 사용해 음양 심리학이 과학적임을 확인했다.
음양 심리학의 과학적 증명을 통해 개발된 객관적 측정 검사는 한국에서 처음 출시되는 것으로, 통합의학을 선도하고 있는 한국 한의학의 높은 수준을 보여준다. SPQ 관련 SCI급 논문이 16편에 이를 정도로, SPQ는 임상 연구를 통해 질환의 진단과 치료 그리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유용한 것으로 연구돼 왔다.
음양 심리를 측정하는 객관적이고 검증된 검사도구인 SPQ가 이번에 정식 출시됨에 따라, 교육기관 및 임상 현장에서 한의사와 심리전문가들이 필요할 때 언제나 용이하게 검사를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PQ 검사’는 개인의 행동 태도, 인지 방식 및 정서 반응을 분석하는 세 가지 척도와 이를 합한 총점으로 구성된다. 총점을 사용해 음인, 평인, 양인의 세 가지 음양 유형을 구분하며, 하위척도를 사용해 피험자의 음양 유형 속에 숨어 있는 생리심리 프로파일을 상세하게 분석한다.
예를 들어, 음양 유형에 따라 침과 한약을 사용하는 맞춤형 치료를 제공한다. 양인은 근육량과 에너지 사용이 많으므로 해열 및 이뇨작용을, 음인은 소화능력과 에너지의 부족을 관리해야 한다. 청소년 문제행동에 있어서 양인에게는 공격성이나 규칙위반과 같은 ‘외현화 문제행동’(심리적 문제가 과소 통제되어 나타나는 문제행동)이, 음인에게는 불안이나 우울과 같은 ‘내재화된 문제행동’(심리적 어려움이 과도하게 통제되어 나타나는 문제행동)이 자주 나타난다.
또한, 양적 행동 특성인 경우에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적응적 정서조절전략을 많이 사용하며, 양적 정서 특성을 갖고 있을 때에는 우울증이나 기능성소화불량 등에 취약하다. 이처럼, SPQ를 사용하면 한의학적 질병과 심리 스트레스를 예측하고 관리할 수 있다.
앞서, SPQ 설문지 개발자인 채한 교수와 검사도구 매뉴얼을 출판한 한국심리주식회사는 한국 한의학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사상체질의학회와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에 SPQ 검사도구 판매액의 일부를 발전기금으로 기부하는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두 학회와 함께 임상현장에서의 SPQ 활용을 확대하기 위한 공동 임상연구와 워크숍도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심리주식회사는 한의학 전문 디지털 검사 서비스를 위해 의료·임상데이터플랫폼 서비스 기업인 클루피㈜와 공동으로 한의학심리연구소를 개설하고 검사지와 매뉴얼을 12월 9일부터 일반에 공개한다.
채한 교수는 “SPQ는 추상적이라고만 여겨 왔던 음양을 진단하고 분석할 수 있는 과학적 검사로, 건강한 일반인이나 환자, 남녀 및 연령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검증되고 표준화된 심리검사도구”라며, “매년 해외 학회와 SCI급 논문으로 꾸준하게 연구결과가 발표되어 왔으며, 현재 해외 공동연구도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신체특성과 임상증상에 대한 검사들과 함께 사용하면 사상체질 진단에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수진 교수는 “기존의 많은 심리검사들이 우리와는 사회문화적 배경이 다른 해외에서 개발되어,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표준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SPQ는 한국인의 음양 심리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타당도와 신뢰도가 확보된 과학적인 심리검사도구로서 동양의 지혜와 임상 관련 지식들을 다양한 현장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윤 기자 nurumi@busan.com
이상윤 기자 nurum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