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만 명 드나드는데… 롯데百, 두 달 가까이 발열체크 안 했다
부산 최대 번화가인 서면에 있는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이 두 달 가까이 방역에 사실상 손 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19 대확산 사태에 사회 각계각층이 고군분투하는 와중에 하루 평균 1만 2000명이 찾는 대형 백화점이 뒷짐만 지고 있었다는 비난이 쏟아진다.
9일 오후 1시께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외부에서 백화점으로 통하는 출입구 4곳 중 단 한 곳에만 발열체크기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그조차도 좌우 지하 출입구 2곳 중 왼쪽에만 설치된 상태다. 다른 지하 출입구를 이용하는 시민은 발열체크 없이 통과할 수 있다.
서면 부산본점 안전불감증 충격
출입구 4곳 중 1곳만 발열체크
나머지 3곳 쇼핑객 ‘프리패스’
매장 내에선 QR코드 확인 안 해
깜깜이 감염에 불안한 시민들
영세업자만 잡는 방역당국 비난
버스정류장과 연결돼 출입이 잦은 백화점 1층 정문 출입구에는 발열체크기가 아예 없다. 출입문 주변에 손 소독제와 현장 방역 안내 직원도 배치되어 있지 않다. 사실상 지하 출입구 한 곳을 제외하고는 방역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10월 28일 이후 코로나19 3차 대유행에 접어든 현재까지 이 상황이 이어졌다. 당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면서 발열체크기를 치웠다가 이후 다시 설치하지 않은 것이다.
상황은 백화점 내 매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용객 파악을 위한 QR코드 확인 절차도 유명무실했다. 취재진이 약 50분간 백화점 전 층을 다니면서 의류 매장 5곳, 카페 2곳과 식료품점 등을 찾았으나 어느 곳에서도 QR코드 확인을 요구하지 않았다. 확진자가 발생해 접촉자로 분류되더라도 신속한 ‘동선 파악’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백화점에 들어설 때 코와 입을 노출하는 ‘턱스크’를 하거나 기침을 하는 시민도 있었지만 어떠한 제지도 받지 않았다.
이곳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을 찾는 시민은 하루 1만 명에서 1만 2000명 수준이다. 부산의 실내 시설 중에서도 유동인구만 놓고 보면 손에 꼽을 만한 곳이지만 출입자 명단과 증상 여부조차 파악이 안되는 실정이다. 코로나 대확산 사태에서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발열체크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시민들은 ‘동네 마트가 아닌 대기업 백화점이라 더 충격’이라는 반응을 쏟아낸다. 시민 김민용(31·부산 북구 화명동) 씨는 “지난 주말 많은 사람이 백화점을 찾았는데 발열체크는커녕 QR코드 확인 절차조차 없더라”며 “‘깜깜이 감염’이 불안해 일행과 도망 나오듯 백화점을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도리어 규모가 큰 대형 백화점의 방역 기준이 느슨했다는 사실에 인근 영세상인의 박탈감도 크다. ‘대형 실내 시설은 두고 방역당국이 동네 술집과 식당만 잡았다’며 분통을 터뜨린다. 백화점 인근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박 모(36·부산 중구 영주동) 씨는 “동네 술집이나 식당이라면 단속으로 쥐잡듯 잡으면서 백화점은 왜 손길이 안 미치느냐”며 “불공평한 행정”이라고 토로했다.
일단 시내에서 손꼽히는 다른 대형 백화점들은 기본적인 방역 조치로 발열체크를 진행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하 주차장에 진입하는 운전자까지 발열 정도를 확인 중이다. 출입구에 발열체크기도 설치되어 있다.
롯데백화점 측은 취재가 시작되자 당장 10일부터 모든 출입구에 발열체크기를 설치, 방역 조치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정호경 롯데쇼핑 홍보팀장은 “백화점 이용객들의 발열체크를 철저히 하지 않은 점은 인정한다. 다만 부산본점 외 다른 부산 롯데백화점은 방역 조치가 잘되고 있다. 10일부터 발열체크기를 설치해 방역 강화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부산진구청도 뒤늦게 롯데 측에 발열체크 확인 조치를 권고할 예정이다. 부산진구청 김미혜 경제산업계장은 “부산시 방역수칙에 따르면 백화점 등 대형마트에 발열체크기 설치는 의무가 아니지만, 감염 상황이 심각해지고 구청에서도 우려가 큰 만큼 롯데 측에 발열체크기 설치를 직접 권고하겠다”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