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폭정 종식을 위한 정당·시민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에 참석해 사회자인 국민의힘 이재오 상임고문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인 비상대책위 체제 출범 이후 강경 보수와 선을 그어온 국민의힘이 10일 ‘문재인 정부 조기퇴진’을 위해 이른바 ‘태극기 세력’이라 불리는 원외 강경 보수 단체와 다시 만났다. 여권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강행 처리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 조기퇴진’을 위한 ‘반문연대’ 결성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폭정 종식을 위한 정당·시민단체 대표자 연석회의’에서 “요즘 대한민국은 정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참담한 일을 보이고 있다”며 “이러다가 정말 나라가 망하는 게 아니냐는 절박함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현실 인식과 처방에 대해선 각자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정권의 조기 퇴진과 폭정 종식에는 다른 생각을 가진 분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국민의힘이 해야 할 일을 잘 찾아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을 비롯해 국민통합연대, 바른사회시민회의, 원자력국민연대,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등 보수야권 시민단체가 집결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뒷줄 오른쪽 두번째)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폭정 종식을 위한 정당·시민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에 참석해 사회자인 무소속 홍준표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야권 연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민의당 이태규 총장은 “문 정권의 무능과 폭정에 대한 걱정과 우려하는 마음은 다 같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것은 문 정권에서 떠나간 민심이 과연 범야권으로 모일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회의를 주도한 이재오 전 특임장관도 “작금 돌아가는 현실이 문재인 대통령이 망하는 것이야 그렇다 쳐도 나라가 망하는 것이라서 위중하다”며 “하지만 우리들이 독재정권에 맞서는 단일대오를 형성하지 못한 것은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도 “보수우파진영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에 갈기갈기 찢어져 있다. 이 시점에 저희 보수우파 진영의 사람들이 전부 모여서 하나가 되자는 오늘의 이 모임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며 힘을 보탰다.

태극기 세력을 대변하는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일주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모임을 하자”며 “필요하면 작년처럼 국회 안에서 집회를 하면 우리가 가겠다”고 제안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여당의 입법 강행 처리에 맞설 투쟁기구인 ‘폭정종식 민주쟁취 비상시국연대’를 만드는 데 뜻을 모았다. 주 원내대표와 이 사무총장은 앞으로도 연석회의에 참석해 논의를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지난 4·15 총선 패배 이후 중도층, 호남권 끌어안기에 나섰던 국민의힘이 또다시 ‘태극기 세력’과 손 잡는 것이냐는 전망이 나온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불쾌한 감정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행사에서 논의된 야권 연대론에 대해 “야권연대, 그런 개념을 가지고서 투쟁을 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장외투쟁 가능성에 대해서도 “당은 당의 할일이 따로 할일이 따로 있고 외곽에서 시민단체은 나름대로 그들이 할 일이 따로 있기 때문에 우리가 혼돈할 수는 없다”며 일축했다. 김 위원장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과오와 관련한 대국민 사과를 준비 중이다.

시민단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는 새어나왔다. 이날 연석회의에 참석한 정규재 펜앤드마이크 대표는 “시민단체와 국민의힘의 시국관이 너무 다르다. 차라리 정당을 빼고 시민사회단체로만 하자”며 국민의힘 참여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