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메가시티’ 이루려면 ‘기득권 내려놓기’ 숙제 풀어야
김순은 대통령직속 자치분권위원장
부산일보 단독 인터뷰
“동남권 메가시티 실현을 위한 부울경 통합의 관건은 행정 권력이 기득권을 내려놓을 수 있느냐가 될 것이다.”
김순은 대통령직속 자치분권위원회 위원장은 10일 부산·울산·경남의 미래비전인 메가시티 추진과 관련, “부울경이 하나로 통합할 경우 광역단체장을 비롯해 여러 자리가 없어질 텐데, 그걸 지키고자 할 경우 개혁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가장 큰 과제로 ‘기득권 내려놓기’를 꼽았다.
특별지자체 설치 위한 ‘툴’ 생겨
동남권·전남-광주·대구-경북 등
권역별 행정통합 가속도 붙을 것
광역단체장 등 ‘자리’ 줄어들 텐데
저항 있다면 개혁 어려워 ‘관건’
부울경 국립대 통합 논의 제안도
문재인 정부 자치분권 정책의 컨트롤타워 격인 자치분권위는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성안하고, 처리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다. 개정안에는 부울경 메가시티를 구체화할 조직인 광역 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의 근거 규정이 담겼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에서 〈부산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개정안 제12장에 포함된 ‘특별자치단체의 설치와 규약 및 기관 구성·운영에 관한 내용’과 관련, “이전까지는 이 같은 근거 조항들이 없어 지자체 간 통합이 필요할 경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으나 이제는 훨씬 용이한 ‘행정 툴’이 생긴 것”이라며 동남권 메가시티를 비롯해 전남-광주와 대구-경북 등에서 논의되고 있는 권역별 행정통합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 위원장은 특별행정기관의 구성과 관련, “단체장 선출, 의회를 구성하는 방법 등에 대해 지자체들이 규약을 만들고, 시·도의 권한 중 어떤 분야를 특별행정기관에서 나눠 줄지 정하게 될 것”이라며 “일본 간사이 광역연합의 경우 방재, 문화, 스포츠 등 8개 분야를 다뤘다”고 예를 들었다. 그러면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부울경 국립대의 통합을 통한 대학 역량 강화도 논의해 볼 만한 과제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수도권 과밀화와 지방소멸에 대항하기 위해 최근 각 지자체에 불고 있는 메가시티 등 광역화 움직임에 대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면서도 행정체계의 변화가 기득권의 ‘박탈’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만만치 않은 과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지만 김 위원장은 “부울경 메가시티도, 대구·경북 통합 움직임도 ‘이렇게 가다간 지방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비롯된 것 아니냐”며 “변화는 위기에서 오기 때문에 예상 외로 통합이 빨리 실현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은 32년 만에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과 자치경찰제 관련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데 대해 “‘자치분권 2.0 시대’가 열렸다”며 “주민 참여 확대와 자치권 강화 등에서 실질적이고,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법안으로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에 대해 “앞으로 지방의회의 의정활동과 집행기관의 조직·재무 등 지방자치와 관련된 정보가 지역주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된다”면서 “이러한 정보를 통해 주민들이 직접 조례안 제정·개정·폐지까지 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또 “지방의회에 인사권과 전문인력 지원도 되기 때문에 지역의 주요 어젠다들이 의회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향후 남은 자치분권 분야 과제와 관련, “지방소비세 추가 인상을 골자로 하는 2단계 재정분권 방안이 내년 1월쯤 확정될 예정이며, 올해 1월 국회를 통과해 내년에 시행되는 지방일괄이양법 2차안도 곧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지방자치학회장을 지낸 지방분권 전문가로, 2012년 서울대로 옮기기 전까지 동의대에서 20년 가까이 교수 생활을 했다.
전창훈·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