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동근의 자투리 생각] 제4의 물결 부산은 어디로?
부경대 중국학과 교수
삶이 불안하면 운세를 본다. 코로나19로 우리의 삶이 많이 바뀌고 있다. 과연 2021년에는 부산에 사는 나의 운세는 어떠할까?
네이버를 찾아보니 2021년은 신축년인데 그 운세는 명리학에서 무신일주(戊申日柱)로 일괄하였다. 즉 戊(흙)의 넓디넓은 배포와 申(쇠)의 예리하고 강한 힘이 만난다고 한다. 나에게는 이것이 내년의 부산시장 선거를 예언하는 것처럼 들렸다.
예리하고 강인한 리더십 절실해
개항, 임시수도, 해양수도 넘어
더 큰 한국 위한 제2 수도 돼야
정말 부산은 바다처럼 넓다. 그 바다를 340만 명이 탄 거대한 함대를 이끌고 나아갈 수 있는 예리하고 강인한 힘이 있는 선장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선장 후보자들은 지난 8일 예비후보 등록 이후 쏟아낸 발언들을 통해 부산이 나아가야 할 항로를 정확하게 짚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과연 강인하고 예리하게 험한 파도를 헤치면서 나아갈 수 있는 선장인지는 의심이 드는 면도 있다.
그들은 시민들이 공감하는 강한 리더십, 가덕신공항, 800만 명을 아우르는 초광역권 통합, 2030 엑스포, 북항 신개발, 스마트시티, 블록체인, 금융 도시 등을 거론하였고 부산의 미래를 제2의 싱가포르, 제2의 홍콩으로 만들겠다고 장담하고 있다.
340만 명이 탄 거대한 함대가 계속 전진할 수 있는 ‘연료’인 미래 먹거리도 필요하지만, 당장은 무섭게 확산하는 전염병을 끝장 낼 수 있는 방법, 예를 들어 치료제와 백신이 더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함대에서 뛰어내려 어느 무인도에서 쉬고 싶은 심정이다. 그런데 선장은 “조금만 참아주세요. 치료제와 백신이 곧 도착할 것입니다”라는 말은 일절 없이, 황금 산에 가는 항로만 알려 주며 참으라고 하고 자신을 선장으로 뽑아 달라고만 한다.
선장이 선원들에게 황금을 쥐어 주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선원들이 아플 때 의사를 찾아 주고, 치료하여 주는 것이다. 선장이 없을 때도 선장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할 수 있는 선원을 배출하고, 함께 험한 파도를 헤쳐 나갈 수 있는 믿음과 제도를 만들어 줘야 하는 것이다.
지도자가 중요하다. 부산 시민은 경기도처럼 일본의 보복성 제재를 과감하게 헤쳐 나갈 수 있는 리더, 차기 대통령으로 나갈 수 있는 훌륭한 지도자를 원하고 있다. 가덕신공항도 좋고, 초광역권 통합도 좋다. 그런데 부산 시민들은 강한 자존심을 갖고 있다. 부산시장을 원하는 후보들은 저마다 자기가 적당하다고 스스로를 내세우고 있지만, 부산 시민들은 보다 강인하고 예리한 리더를 원하고 있다.
모수자천(毛遂自薦)이라는 고사성어처럼 자신이 중요한 리더라고 스스로 추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산의 미래를 이끌고 나갈 수 있는 선장과 항해 기술자들을 육성하는 ‘부산 리더십 스쿨’을 세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훌륭한 젊은 청년들이 부산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배우고 일할 수 있는 ‘지도자 육성 시스템’을 말하는 것이다.
부산이 제2의 싱가포르, 제2의 홍콩이 되려면 지금처럼 부산 안에 갇힌 사고로는 절대로 될 수 없다. 대부분 부산시장 후보자들은 조선, 자동차 산업 등 제조업에 집착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을 미래 산업과 연결하기 위해 조선, 자동차 부품을 융합할 수 있는 융복합연구센터 설립, 블록체인 금융센터 구축 등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은 삼성 벨트이고, 부산·경남권은 현대·한진 벨트라고 볼 수 있다. 즉 수도권은 고속 성장을 할 수 있는 반도체 등 ICT로 가고 있고, 삼성 중심의 전자제품들이 견인하고 있으며,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도 잘 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현대의 핵심 기술 분야도 서울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에서 부산·경남권에서 기업들이 남겨 줄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의문이다. 그들이 부산의 노동력, 기술, 항구를 통해 진출하면서 부산에 남긴 것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하며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산은 세 차례의 거대한 변화를 거쳤다. 개항을 통해 근대 도시로 발판을 잡았고, 임시수도로 1000일 동안 우리나라의 중심 역할을 하면서 40만 인구에서 100만 인구로 비약하였으며, 그동안 예술, 문화, 정치, 경제에서 꽃을 피웠다. 그리고 산업화를 통해 진정한 해양수도로 그 자리를 점차 공고히 하고 있다.
부산은 이제 제4의 물결을 대비해야 한다. 부산의 역사를 알고, 부산의 사명을 부여받고, 부산의 문화와 예술을 세계에 꽃피워야 한다. 부산은 서울공화국에 대항하는 지방이 아니라, 더 큰 대한민국을 만드는 제2의 수도여야 한다. 그래서 부산은 적극적인 도시 외교를 벌여서 전 세계의 유능한 인재와 청년들이 창업의 꿈을 품고 부산을 찾을 때 비로소 제2의 싱가포르나 제2의 홍콩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