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본 2029 가덕신공항… 급행열차로 접근성 ‘UP’ 유럽·미주 한 번에 ‘GO’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과 울산, 경남을 비롯한 남부권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가덕신공항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하지만 일부 세력의 정치 쟁점화 등으로 인해 가덕신공항 이슈에 피로감을 느끼거나 이를 ‘정치담론’으로 받아들이는 시민도 적지 않다.

가덕신공항이 실제 시민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까. 2029년 가덕신공항 개항 시점을 미리 들여다봤다.


동남아 가족여행 쪽잠 시대 끝

인천 환승 없이 장거리 노선 이용

부산·울산·진주·경주·광양 등

기존 철도+급행열차 편의 극대화

130여 개 국제 노선 운항으로

부울경 관광 새 패러다임 열어


■새벽 쪽잠 청하던 공항은 옛말

부산시민 박종민(35) 씨는 최근 개항한 가덕신공항을 통해 베트남으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수속부터 탑승까지 단 한 번의 대기도 없이 이뤄지는 원스톱 시스템에 어린아이부터 노부모까지 모두 만족해했다. 그는 공항에서 격세지감을 느꼈다. 10여 년 전 학생이었던 박 씨는 부모님과 베트남 다낭을 3박 5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하지만 그에게는 다낭의 추억보다는 공항에서 쪽잠을 청하던 끔찍한 기억이 더 선명하게 남아 있다.

박 씨 가족의 귀국편은 다낭국제공항에서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에 김해로 출발하는 항공기였다. 김해공항의 커퓨타임(항공기 이착륙 금지시간) 탓에 베트남은 물론 동남아에서 출발하는 거의 모든 비행기가 자정이나 그 이후 시간에 이륙하던 때였다.

더군다나 당시 박 씨 가족의 항공편은 김해공항의 고질적인 문제인 기상악화로 인해 2시간이나 지연됐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김해공항은 동남아와 일본, 중국에서 몰려든 공항 이용객들로 아수라장이었다. 수화물을 찾아 공항을 빠져나오는 데만 2시간이 넘게 걸렸다.

하지만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가덕신공항이 개항하면서 박 씨를 비롯한 부산시민들은 더 이상 이런 불필요한 수고를 겪지 않아도 된다. 동남아 현지에서 비행기 이륙 시간에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

출장이 잦은 경남지역 IT 스타트업 대표 정현철(51) 씨도 마찬가지다.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과 교류가 많은 정 씨는 자주 샌프란시스코 출장길에 오른다. 만찬 일정까지 다 소화한 뒤 비즈니스맨들이 애용하는 오후 10~11시 항공기를 타면 한국에 오전 4~5시께 도착한다.

만일 가덕신공항이 아닌 김해신공항이었다면 정 씨는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인천공항에 내려야만 했을 것이다. 뉴욕, 애틀랜타, LA 등 미국의 주요 도시에서 황금타임인 저녁 시간대 비행기를 타면 한국에 오전 4시 전후로 도착한다. 24시간 운영 가능한 공항이 없으면 상공에 1시간 이상 떠 있지 않는 한 항공기는 인천으로 기수를 돌려야 한다. 김해공항에 활주로를 증설하고 장거리 노선을 유치한다고 하더라도 무용지물인 셈이다. 가덕신공항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급행열차로 30분 만에 공항으로

한 달간의 유럽 배낭여행을 준비하는 대학생 김송이(24) 씨는 가벼운 마음으로 도시철도에 오른다. 양손 가득 짐을 들었지만, 공항까지 굳이 택시를 탈 필요는 없다. 부산 도심에서 가덕신공항까지 동남권 메가시티 급행열차(MTX)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부전역에서 MTX에 몸을 실은 김 씨는 사상역과 김해공항역, 가락역 등을 거쳐 가덕신공항에 도착했다. 부산 도심에서 채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김해공항을 이용할 때마다 느꼈던 악명 높은 차량 정체는 이제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공항까지 차량을 이용해야 할 경우에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가덕신공항은 도심과 접근성을 강조한 도시형 공항이다. 부산신항 배후도로, 대구~부산고속도로, 부산 외곽순환도로, 해안순환도로 등을 통해 영남권 전 지역에서 1시간 안에 갈 수 있다. 국내선 위주인 김해공항에서도 셔틀버스를 타면 15분 내 가덕신공항에 도착할 수 있다. 진주, 경주, 광양 등과의 철도 교통망도 촘촘히 짜여 있다.

그동안 관문공항이 없다는 이유로 지역민들이 겪었던 불편을 비용으로 환산하면 매년 수천억 원 수준이다. 부산연구원이 실시한 ‘영남권 이용객의 인천공항 접근비용 추정 결과’에 따르면 인천공항 이용으로 인한 추가비용은 2018년에만 7183억 원에 달했다. 여객 수요 증가에 따라 2030년의 추가비용은 1조 387억 원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동남권 중심의 새로운 한국 관광

부산에서 인바운드 여행사를 운영하는 송민혁(45) 씨는 130여 개의 국제노선이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가덕신공항을 보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국제관광도시에 이어 2030 월드엑스포의 부산 유치까지 성공한 이후 세계 여행시장에서 부산의 위상은 상전벽해 수준으로 달라졌다.

‘가덕 in, 인천 out’ 코스의 여행상품은 이미 보편화됐다. 서울과 제주에 식상함을 느끼는 외국인들이 부산, 울산, 경남 중심의 관광 프로그램에 몰리는 것이다.

특히 관문공항의 환승객들을 타깃으로 한 ‘환승관광’은 부산 관광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환승기간을 기준으로 1일 미만(서부산권 등 공항 인근), 2일(부울경), 3일 이상(남해안권) 등으로 세분해 권역별 인바운드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환승공항의 특성상 심야시간에 도착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심야투어 패키지도 활성화할 수 있다. 부산시 박동석 신공항추진본부장은 “수도권은 물론이고 부울경 시민 중에서도 가덕신공항 추진에 크게 공감하지 못하는 분도 일부 있다”며 “시민들이 가덕신공항 건설로 자신의 삶에 어떤 변화가 발생하게 될지 체감할 수 있도록 앞으로 홍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