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으론 ‘민생’ 외치더니… ‘해외연수’부터 챙긴 기초의회
코로나19 확산세에 ‘민생 우선’을 내세우던 부산 지역 기초의회가 올해 수천만 원에 달하는 해외연수 예산을 편성한 것으로 확인돼 비판이 인다.
특히 일부 의회에서는 의원들이 해외연수 예산 편성의 필요성을 놓고 격론까지 벌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의회는 “편성만 해 뒀고, 나중에 반납하겠다”고 해명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부산진구의회 1인 350만 원 등
부산 13곳 해외연수 예산 편성
연제구에선 불참·참여 격론도
기장·강서·해운대구의회는
“급한 데 쓰자” 전액 삭감 ‘대조’
3일 〈부산일보〉가 확보한 ‘부산 구·군의회 2021년 해외연수 예산 편성 내역’에 따르면 부산 16개 구·군의회 중 13개 의회가 올해 해외연수 예산을 편성했다. 해외연수는 구의원들이 해외 도시 정책 등을 배우러 가는 것으로, 사실상 해외 견학이다. 13개 의회가 편성한 의원 해외연수 예산은 총 5억 270만 원이다. 구의회별로 의원 수에 따라 적게는 1750만 원부터 많게는 6650만 원에 달한다. 의원 1인에게 배정된 예산은 300만~400만 원이다.
부산 기초의회 중 가장 많은 해외연수 예산이 편성된 곳은 부산진구의회다. 구의원 19명 전원에게 1인당 350만 원, 총 6650만 원이 짜였다. 사하구의회와 수영구의회는 의원 1인당 가장 많은 예산(400만 원)이 편성됐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대부분 기초의원들은 ‘민생이 우선이라’고 외쳐 왔다. 구 재정이 열악한 상황에서 ‘10만 원의 소액도 도움이 된다’며 재난지원금 지급 예산을 의결한 것이 기초의회다. 구민을 위해 예산을 쏟겠다는 의지를 밝혀 왔지만 뒤로는 의원 해외연수로 수천만 원대의 예산을 편성한 것이다. 해외연수 예산은 대개 해당 의회사무처에서 짠다.
한 기초의회에서는 해외연수 여부를 두고 의원 간 말다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해외연수를 가겠다는 의원들과 못 가겠다는 의원들이 부딪친 것이다. 연제구의회의 일로, 의원 11명 중 정홍숙 구의원 등 4명은 해외연수 예산을 끝내 거절했다. 이들이 예산 편성을 보이콧하자 한 의원은 "당신들이 빠지면 우리들이 욕을 먹는다"는 발언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해외연수를 두고 벌인 어이없는 격론은 코로나 3차 대확산이 불거진 지난해 11월 말부터 이어졌다.
결국 연제구의회에는 의장 포함 의원 7명 1인당 350만 원, 총 2450만 원의 해외연수 예산이 편성됐다. 거절한 의원 4명에 대한 해외연수 예산 1400만 원은 다른 곳에 쓸 수 있게 됐다. 중구도 비슷한 상황이어서 7명 중 2명은 해외연수에 불참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최홍찬 연제구의회 의장은 “우선 편성해 둔 것일 뿐”이라며 “해외연수를 갈 수 없게 되면 예산을 반납하고 다른 곳에 투입하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모든 기초의회가 해외연수 예산을 편성한 것은 아니다. 해운대구의회, 기장군의회, 강서구의회 3곳은 전액 삭감했다. ‘해외연수 예산을 긴축하고 시급한 곳부터 배정하겠다’는 이유에서다.
재난지원금 지급, 코로나 대책 예산 투입 등으로 구 재정이 부족한 상황에서 의원 해외연수 예산 투입은 어불성설이라는 논리다.
이명원 해운대구의회 의장은 “코로나 시국에 구 재정이 흔들려 의원 해외연수 예산을 시급한 구 정책에 투입하기로 의견을 통일했다”며 “해외연수 예산을 연중에 반납할 수도 있지만, 이 예산을 시급한 코로나 관련 대책에 제때 투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