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보다 더웠던 6월… 기후위기 ‘발등의 불’
부산기상청 2020년 부울경 기후
지난해 부울경에서 온난화에 따른 이상 기후가 일 년 내내 이어졌다. 매우 따뜻한 겨울이 이어지더니 정작 여름이 시작되는 7월이 6월보다 더 선선해지는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 어떤 달은 예년보다 아주 덥고 어떤 달은 극히 추운 ‘널뛰기’ 날씨가 계속됐고, 집중 호우도 역대 최대로 내리면서 기후 위기의 징조가 뚜렷이 나타난 한 해였다.
부산지방기상청은 14일 ‘2020년 부울경 기후 특성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는 부울경 평균 기온이 14도로 해당 지역의 기상관측망이 확충된 1973년 이래 역대 7번째로 따듯한 한 해였다. 또 2013년부터 줄곧 평년보다 높은 기온이 유지되는 온난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지난해 내내 기온 널뛰기 현상
지난겨울 관측 이래 가장 따뜻
6월-7월 기온 사상 첫 역전
집중 호우 일수·강수량도 최다
양상 달라도 원인은 온난화 탓
특히 지난겨울은 관측 이래 가장 따뜻해, 사계절 약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2019년 12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부울경의 평균 기온은 역대 가장 높은 값이 4.3도로 나타났다. 지난해 1월의 경우 평균 3.9도를 기록했는데, 역시 역대 1위였다.
이런 고온 현상은 3월까지 이어졌으나 4월은 되레 평균 기온보다 1.2도 낮아 지난 47년 중 하위 5위를 기록했다. 5월엔 또 날씨가 급격하게 풀리면서, 기온이 심하게 널뛰는 현상이 빚어졌다. 6월엔 폭염이 찾아와 평균 기온이 23도까지 올라갔으나, 7월엔 선선한 날이 많아 평균 기온이 22.5도에 불과했다. 6월이 7월보다 더 더운 기온 역전 현상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런 계절 변화의 약화와 널뛰기 기상 현상은 온난화 등에 따른 기후 불안정성이 심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겨울엔 온난화로 시베리아의 차고 건조한 고기압이 발달하지 못해 따뜻한 날이 이어졌고, 4월엔 시베리아 바이칼호 지역의 따뜻한 공기가 정체되면서 오히려 북극에 있는 찬 공기가 내려와 갑작스레 날씨가 추워졌다. 6월에는 시베리아의 이상 고온의 영향이 강했고, 7월엔 한반도 주변의 대기 정체로 편서풍이 약해져 북쪽의 찬 공기가 많이 내려왔다.
반면 올 1월 역대급 강추위가 부울경 지역을 강타한 것도 온난화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북극이 따뜻해지면서 찬 공기 이동을 막아주는 북극 주변이 제트기류가 약해져 북쪽의 찬 공기가 내려왔기 때문이다. 지난겨울과 기온 양상은 다르지만, 이상 기후가 공통 원인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상 기온은 부울경의 갑작스러운 집중 호우로도 이어졌다. 지난해 연평균 강수량은 1870.5㎜로 역대 5위 규모다. 특히 집중 호우의 위력이 상당했다. 여름철 부울경의 잦은 집중 호우로 인해 호우 일수는 4.6일, 강수량은 1207.9㎜를 기록했다. 호우 일수와 집중 호우 강수량 모두 역대 1위다. 부산의 경우 하루 강수량이 80~150㎜였던 날이 9일, 150㎜ 이상인 날이 3일을 기록하며 둘 다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그만큼 이례적으로 집중호우가 많았다는 뜻이다.
결국 지난해 7월 3명의 목숨을 앗아간 부산 동구 지하차도 침수 사고도 이상 기온으로 인해 발생한 셈이다. 7월 전후로 시베리아의 이상 고온으로 찬 공기가 내려오면서 북태평양 고기압이 올라가지 못해 발생한 기류 정체가 부울경 지역 집중호우의 주원인으로 분석된다. 부산지방기상청 신도식 청장은 “지난해는 집중 호우와 강한 태풍 등 기후 변화에 따른 이상 기온 현상이 빈번한 해였다”며 “기후 위기 시대에 알맞은 선제적 정보 제공 시스템 구축을 서둘러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