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매’ 문소리 “제 영화 보고 처음으로 펑펑 울었어요”
27일 개봉 영화 ‘세자매’ 주연 변신 문소리
실제 불교신자, 작품하며 교회 문화 공부
부산 출신, 연기·연출·제작 가능성 보여줘
충무로 데뷔 22년차인 배우 문소리(47)는 영화 ‘세자매’를 만나 두 가지 경험을 처음 했다. 하나는 작품에 공동 제작자로 참여한 것이고, 다른 건 자신의 영화를 보고 ‘펑펑 운’ 점이다. 코로나19 여파에 온라인 화상으로 만난 문소리는 “배우 생활을 하면서 내 영화를 보고 이렇게 운 적이 없다. 여러 면에서 많이 배운 작품”이라고 입을 열었다.
문소리는 이 작품에서 둘째 미연을 연기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미연은 겉보기에 나무랄 데 하나 없는 ‘완벽한’ 캐릭터다. 어떤 일이 있어도 큰 소리 내지 않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보이는 면모도 있다. 교회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인 미연이지만, 알고보면 속은 곪을 대로 곪았다.
문소리는 “미연과 내면적으로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며 “어렵고 불편한 걸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감추려고 하는 점이 캐릭터와 비슷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처음엔 이 캐릭터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와락 껴안기 힘들었다”면서 “촬영 열흘 전까지도 그런 마음 때문에 끙끙 앓았다. 캐릭터와 실랑이하고 전전긍긍하면서 차근차근 감정과 서사를 쌓았다”고 말했다.
불교 신자인 문소리는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교회 문화’를 배웠다. 그는 “몇 달간 교회를 열심히 다니면서 찬송가 공부도 하고 지휘하는 법도 배웠다”며 “시간 날 때마다 찬송가를 틀어놓고 들으면서 익숙해지려고 했다”고 말했다. ‘미옥’이 지나칠 정도로 종교에 기대는 모습을 두곤 “상처받은 어린 시절의 기억과 아픔을 치유 받은 곳이 교회일 것”이라고 봤다.
영화가 아동학대와 가정폭력 문제를 다룬 점도 언급한다. “특별한 사건을 비추려고 한 건 아니에요. 가부장적 문화가 강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보편적으로 다루고 싶었죠. 제 영화를 보고 안 우는 편인데 이번 작품을 보곤 펑펑 울었다니까요. 상처받고 소외된 사람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정말 좋았어요.”
김선영, 장윤주와의 자매 연기도 언급했다. 실제로 남동생이 한 명 있다는 문소리는 “두 배우와 촬영 전부터 친분을 쌓으면서 편한 사이가 되려고 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김선영 씨에게는 ‘지하암반수’란 별명을 지어줬다”면서 “그의 연기를 보면 내 마음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이번 작품을 한 뒤 진짜 자매가 생긴 기분”이라고 했다.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주변 사람들의 자매 관계를 주의 깊게 봤어요. 친한 친구 중에 네자매인 친구가 두 명이나 있거든요. 그런데 분위기나 성향은 집마다 사람마다 다르더라고요. 결국 작품에 맞는 인물을 그려내는 게 관건이었죠.”
부산에서 태어난 문소리는 부산진구 연지초등학교를 다니다 서울로 이사했다. 1999년 영화 ‘박하사탕’으로 충무로에 발을 디딘 그는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2017년에는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를 연출해 감독으로서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번 작품에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한 문소리는 “투자 유치를 위해 편지도 썼을 정도로 열심히 했다”고 웃었다.
그는 “영화는 내 직장이다. 요즘도 재미나게 여러 생각을 하는 중”이라며 “다른 건 몰라도 영화에 꽤 애정이 있는 사람이다. 코로나19로 극장에 더 가기 힘들어지다 보니 그 애정을 더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좋은 영화 많이 보고 만들면서 살아가고 싶어요. 그런 위로와 위안 없이 이 세상을 산다면 너무 팍팍하지 않을까요? 영화 ‘세자매’도 관객에게 위로를 전하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웃음)”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