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난동까지 부른 ‘코로나 배달 쓰레기’
부산 북구의 통장 김영미(61·가명) 씨는 요즘 기분이 좋지 않다. 동네에 무단으로 버려진 쓰레기가 부쩍 많이 눈에 띄어서다. 주택가 전봇대나 인적이 드문 곳에 분리수거하지 않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쌓여있다. 김 씨는 “쓰레기양이 적으면 직접 치우기도 하는데 양이 많으면 구청에 연락해 치워달라고 한다”면서 “최근에는 떡볶이와 치킨 등 음식물 절반 이상이 담긴 플라스틱 용기들이 통째로 버려진 것도 봤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재활용 쓰레기도 늘어나고 있다. 주택가 인근에 쓰레기 무단투기도 증가하며 지자체가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배달 늘며 쓰레기 처리도 문제
플라스틱 배출 11%나 늘어
무단투기 단속 건수 23% 증가
관련 민원 난동 부리다 구속도
지자체, 분리수거대 등 대책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에서 배출된 플라스틱은 2019년 4만 610t에서 지난해 4만 5366t으로 약 11%가 증가했다. 고철, 종이류의 증가량은 변동이 없지만 플라스틱 배출량이 크게 늘었다. 부산시는 코로나19로 인한 배달음식이 늘면서 자연스레 플라스틱 사용량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한다.
주택가나 원룸 등을 중심으로 쓰레기 무단투기도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로 부산지역 16개 구·군 무단투기 단속 건수는 2019년 6703건에서 지난해 8674건으로 23%가량 늘었다. 특히 연제구는 2019년 381건에서 지난해 3862건으로 10배가량 폭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단투기 단속 업무를 맡은 지자체에 쓰레기 관련 민원이 끊이질 않고 있다. 부산진구청 이부영 청소행정과 계장은 “무단 투기된 쓰레기를 치워달라는 민원이 늘었는데 주로 주택가 전봇대나 한적한 곳에 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심지어 최근에는 60대 남성이 무단 투기 쓰레기 민원으로 구청에서 난동을 피우다 구속된 사건도 발생했다. 이 남성은 지난 13일 부산 북구청에서 공무원 2명을 흉기로 위협(특수공무집행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자신이 사는 빌라 앞에 쓰레기를 치워달라고 했는데, 직원이 제대로 응대하지 않자 화가 나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지자체들은 대책으로 주택가에 재활용 분리배출 설치대를 놓기도 한다. 북구청은 소규모 공동주택 분리수거대를 지난해 6월부터 총 23개소에 설치했다. 해운대구청은 반여·재송동 주택 밀집 지역에 분리수거대를 설치할 계획이다.
부산진구청은 쓰레기 불법투기 신고 포상금을 지난해보다 배 인상했다. 시민이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를 신고하면 과태료 부과액의 40%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1인이 받을 수 있는 신고포상금은 월 최대 50만 원이다.
북구청 박순미 자원순환과장은 “연립주택 등 소규모 공동주택에는 재활용품을 분리배출 할 수 있는 시설이 없어 입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했다”면서 “분리수거대가 주민 생활 불편 해소 및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