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블랙홀’ 부울경 3만 3587명 수도권으로 빠져나갔다
통계청 2020년 국내인구이동
지난해 서울로 순이동(전입-전출)한 지방의 인구 중 부산이 7781명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포함해 부산에서는 수도권으로 모두 1만 3937명이 순유출됐다. 경남 1만 3522명, 울산도 6128명의 인구가 수도권으로 순유출됐는데 부울경을 모두 합하면 3만 3587명이 1년 만에 수도권으로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갔다.
지방 중 서울 유입 ‘부산이 1위’
20대 3898명 직장 찾아 탈부산
공공기관 이전 끝나자 가속화
격차 갈수록 심각… 대책 시급
■멈추지 않는 ‘탈부산’
26일 통계청이 발표한 ‘국내인구이동통계’를 살펴보면 부산에서는 여전히 서울과 경기도 등으로 인구가 계속 유출되고 청년들의 ‘탈부산’도 이어지고 있었다. 서울과 경기도의 집값이 상상을 넘어설 정도로 급등해도 지방에서는 살 수 없고 일거리도 없다며 부산을 떠나는 씁쓸한 현실인 것이다.
먼저 통계청은 전입·전출 통계에서 부산은 모두 12만 1538명이 타 시·도에서 전입하고 13만 5885명이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순유출은 1만 4347명이었다. 남자는 9412명, 여자는 4935명.
특이한 것은 지난해 서울도 타 지역으로 6만 4850명이 빠져나갔다(순유출)는 점. 더구나 서울→경기도 순유출 인구가 10만 명이 넘는데 타 시·도에서 서울로 몰리는 바람에 서울의 순유출 인구가 6만 명대로 줄어든 것이다. 서울 사람들은 비싼 집값을 견디지 못하고 경기도로 갔는데 지방의 인구는 그래도 서울로 몰려든 것이다.
부산의 순유출 인구를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20대가 3898명으로 최다다. 특히 20대 중에서 20~24세는 1217명이 순유입됐으나 25~29세는 5115명이 순유출됐다. 20대 중후반에는 학교를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직장을 찾는 시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직업 때문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특이한 점은 60대가 2747명으로 두 번째로 많다는 것이다. 이들 연령대는 자녀들이 직장을 잡고 결혼을 했을 나이다. 통계는 연령대별로 어느 지역으로 떠났는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원인은 찾을 수 없지만 60대의 경우 경남으로 많이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부산에서 경남으로 순유출된 인구는 2267명이다.
■공공기관 이전 후 수도권 집중 가속화
다만 지난해 부산의 순유출 인구 1만 4347명은 2019년(2만 3354명)보다는 많이 줄었다. 하지만 이것이 ‘탈부산’이 주춤해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지난해 부산의 전입과 전출인구가 전년보다 다 늘어났다는 점에서 이동은 활발해졌지만 다행히 순유출은 감소한 것이다. 하지만 2015년에도 순유출이 1만 3560명으로 줄었다가 다음 해 2만 1392명으로 크게 늘어난 적이 있어 추세적으로 순유출이 줄어들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부산의 인구문제는 이 같은 타 시·도 유출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아 사망자가 출생자를 넘어서는 문제도 심각하다. 부산은 지난해 1~10월 사망자 수가 1만 9091명으로 출생아(1만 3059명)보다 훨씬 많았다.
한편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마무리되면서 전국적으로 수도권 집중은 가속되고 있다. 지난해 수도권으로 순유입된 인구는 8만 8000명으로 2006년(11만 1700명) 이후 1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수도권 순유입 인구는 2013~2016년에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공공기관 이전이 종료되자 급격히 우상향 곡선으로 전환되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이미 수도권 인구가 전체 인구의 반을 넘어선 상황에서 앞으로도 수도권 집중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우리나라의 인구 격차가 크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