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 구금, 심각한 우려”…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 소집
미얀마 군부가 부정선거 의혹 등을 이유로 1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쿠데타를 일으킨 것을 두고 미국·유럽에서는 규탄이 쏟아지면서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 등 석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반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선 국가별 입장 차가 뚜렷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를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고 규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군부의 권력 포기, 억류자 석방 요구와 함께 제재 부과를 강력하게 경고했다. 전날 백악관이 젠 사키 대변인 명의로 구금된 인사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직접 성명까지 낸 것이다. 취임 초 터진 미얀마 쿠데타 사태로 바이든 행정부의 아시아 정책이 첫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미얀마 쿠데타 세력에 압박 고조
아시아 정책 시험대 오른 바이든
“구금자 석방, 통신제한 풀어라”
중국은 형식적 논평 ‘온도 차’
군부, 문민정부 각료 24명 해임
“1년 후 총선 실시해 정권 이양”
바이든 대통령은 군부를 향해 권력의 즉각적 포기, 구금자 석방, 통신 제한 해제, 시민을 향한 폭력 억제를 압박하도록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미국은 민주주의 진전을 기초로 수십 년간 미얀마 제재를 해제했다”며 “이 진전을 뒤집는 것은 우리의 제재 법률과 권한에 대한 즉각적 재검토를 필요하게 만들 것이고 적절한 조처가 뒤따를 것”이라고 엄중히 경고했다.
하지만 실제 제재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대대적 제재를 동원할 경우 고립에 내몰린 미얀마가 중국과 가까워질 가능성이 크고 제재에 따른 피해는 미얀마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위험이 크다. 인도·태평양 지역 민주주의 동맹 및 파트너와 함께 중국을 압박하려던 바이든 행정부의 구상이 초반부터 작지 않은 딜레마에 부딪히는 셈이다.
EU는 물론 프랑스 등 유럽이 규탄에 나선 가운데 영국은 미얀마 대사를 초치하는 등 외교적 압박 수위를 높였다.
영국 외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미얀마 대사를 불러들여 나이절 애덤스 외무부 아시아 담당 부장관이 만났다”며 “애덤스 부장관은 미얀마 국민들의 민주주의를 향한 바람이 존중돼야 하고 국회가 평화롭게 다시 열려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유엔 미첼 바첼레트 인권최고대표는 이날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수십 명을 구금했다는 소식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이들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했다. 특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일 긴급회의를 소집해 미얀마 쿠데타 사태에 관한 논의에 들어갔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역시 성명을 발표하고 “미얀마에서 군사 쿠데타가 발생하고 평화상 수상자인 수치와 윈 민 대통령 등 정치 지도자들이 체포된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시아에서는 각국이 처한 상황에 따라 쿠데타를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렸다.
미얀마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중국은 별다른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미얀마 최대 교역국이자 싱가포르에 이은 미얀마 제2의 투자국이다. 무역 규모는 미국의 10배에 달한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은 미얀마의 좋은 이웃으로서 미얀마 각 측이 헌법과 법률의 틀에서 갈등을 적절히 처리하며 정치사회 안정을 수호해야 한다”고 미온적인 대답을 내는 데 그쳤다.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아예 미얀마 국내 문제라며 간섭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일본 정부는 미얀마 군부가 일으킨 쿠데타가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미얀마의 쿠데타와 관련해 “미얀마에서 긴급사태가 선언돼 민주화 과정이 훼손되는 사태가 생긴 것에 대해 중대한 우려를 하고 있다”며 “오늘 구속된 수치 고문을 포함한 관계자의 석방을 요구한다”고 이날 담화를 발표했다.
한편 미얀마 군부는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끌던 문민정부의 장·차관을 대거 교체하며 본격적인 ‘문민정부 지우기’에 돌입했다. 군부는 이날 발표를 통해 문민정부 장·차관 24명의 직을 박탈하는 한편, 군사정부에서 일할 국방·외무부 11개 부처 장관을 새로 임명했다. 미얀마 군부는 또 1년 비상사태 이후 새로운 총선을 실시해 정권을 이양하겠다고 밝혔다. 군은 이날 성명에서 “비상사태 동안 연방 선관위는 개혁될 것이며, 지난해 11월 치러진 총선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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